해외통신원 소식

영화 <감기> 독일 개봉, 냉소적 평가 많아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0.08.14

지난 8월 6일 독일 전역에서 김성수 감독의 영화 '감기'가 개봉됐다. 독일판 제목은 '팬데믹(Pandemie)', 상영관은 총 25곳으로 브란덴부르크, 뒤셀도르프, 칼스루에, 뉘른베르크 등 대부분 중소도시에서 상영되고 있다. 베를린이나 함부르크, 프랑크푸르트 등 주요 대도시에서는 상영관을 확보하지 못했다. 영화관 또한 멀티플렉스 등 대형 영화관이 아닌 소규모 영화관이 확보됐다. 낮은 접근성에 비해 미디어의 관심은 꽤 높은 편이다. 영화 전문 미디어는 물론 공영방송국 ‘MDR’, 《슈피겔》, 《타츠》, 《베를리너모어겐포스트》, 《벨트》 등 주요 전국지와 지역지는 기다렸다는 듯 평론 기사를 발행했다. 코로나 시국과 맞물려 관심은 높았지만, 비판적이고 냉소적인 시선이 대부분이었다.

 

영화 감기 평론을 발행한 슈피겔 기사 – 출처 : spiegel.de<영화 감기 평론을 발행한 슈피겔 기사 – 출처 : spiegel.de>

 

독일 유력 주간지 《슈피겔》의 라스 올라프 바이어 기자는 먼저 시의적절(?)한 영화 재개봉 사실에 대해서 관심을 보인다. “바이러스를 다룬 한국 스릴러 영화 ‘감기’를 7년이 지난 지금 ‘팬데믹’이라는 이름으로 독일 영화관에 가져온 걸 누구는 현명하다고, 누구는 냉소적으로 볼 수도 있다. 어찌 되었든 간에 흥미로운 실험이다. 우리가 지난 몇 달 간 뉴스와 우리 삶에서 직접적으로 경험한 장면들, 슈퍼마켓에서의 사재기나 꽉 찬 응급실 장면을 스크린으로 보는 건 어떨까?”

 

기대감을 가지고 영화를 본 것 같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운 모양새다. 슈피겔은 “구조 요원, 학자, 불법 이주자, 시장과 대통령까지 다양한 인물이 나오지만 다른 좋은 재난영화와는 달리 감독은 그들의 캐릭터에 흥미로운 배경이나 갈등을 부여하지 않는다”면서 “(캐릭터는 모두) 헌신적이거나 기회주의적이거나 잔인하다. 이 영화에서는 바이러스만큼 카리스마가 있는 캐릭터가 없다”고 평가했다. 또한 “영화에는 미묘한 긴장감이 없다. 김성수 감독이 아마 할리우드 영화 ‘스피드’에서 봤을 것이 분명한데, 사건이 발생하고 폭발하고 바로 무모한 구조작전이 시작된다”며 비교적 냉소적인 평가를 내 놓았다.

 

베를린 지역신문인 《베를리너모어겐포스트》는 영화와 영화관에 가는 행위에 대한 근본적인 의미를 지적하면서 혹평을 남겼다. 《베를리너모어겐포스트》는 “몇 달간의 셧다운 이후 영화관이 다시 문을 열었지만, 두 가지 예민한 상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먼저 폐쇄된 공간에 대한 불안함과 위생규정을 지켜가면서까지 극장에서 봐야 할 가치가 있는 좋은 영화가 있는가 하는 문제”라면서 “이 모든 것을 뚫고 영화관에 온 이들은 적어도 몇 시간은 지금 뉴스를 뒤덮고 있는 전염병에 관한 것이 아니라 다른 세상으로 가고 싶어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할리우드 영화 ‘컨테이젼’이 재조명받은 것을 언급하며 “'감기' 영화 배급사는 지금 조건이 아니면 아마 독일 극장에는 절대로 걸리지 않을 7년이나 지난 한국영화를 가지고 오면서 비슷한 현상을 기대했다”며 에둘러 비판했다. 또한 홀로코스트가 연상되는 사망자들의 게토와 소각 장면 연출이 불쾌하고, 이 공포를 풀기 위한 서사를 ‘코미디’라고 언급하며 “웃음이 목구멍에 걸리는 게 아니라 벌써 입 밖으로 나온다”며 혹평했다.

 

독일 공영방송국 'MDR'는 “괜찮고 단순한 오락영화”라면서도 “영화관 안에 앉아서 밖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미친 현실들을 잊고 싶어 하는 사람을 위한 영화는 아니”라고 평가했다. 독일 일간지 타츠 《타츠》는 “영화 '컨테이젼'이 팩트에 머물면서 과도한 곁가지 이야기 없이 한 가족의 운명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면, 감기는 한 구조 요원의 거창한 구조 이야기에서 영화가 시작된다”고 평가했다. '컨테이젼'과는 달리 '감기'에서는 피를 쏟거나, 에어로졸을 보여주는 등 시각적으로 자극적으로 연출하고, 정치적인 측면을 부각했다고 봤다. 그 외에도 재난 ‘다이나믹’을 더 끌어올리기 위한 드라마틱한 도구가 많이 사용되었으며 특히 “주인공의 딸은 항체를 가진 유일한 인물로 백신을 개발하는데 도움이 될 치유의 상징이 된다. 이전에 항체를 가지고 딸을 치료하는 데 도움을 줬던 불법 이주자는 대신 잔인하게 죽게된다”고 설명했다.

 

지난 6월 말 독일 영화 배급사는 《프랑크푸르트알게마이너차이퉁》과의 인터뷰에서 영화 '감기'는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영화이며 상영관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시에도 인터뷰를 진행하는 언론사 측은 '이 시국에?'라는 시선으로 냉소적인 질문을 던졌다. 주요 대도시와 대형 영화관에는 하나도 걸리지 않은 것을 보면 시사 결과가 좋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후 나오는 평가들을 봐도 그렇다. 짜임새도 좋지 않은 자극적인 오락영화를 가지고 '한탕'하려는 속셈으로 보는 표정이 역력하다. 온라인 개봉 등 온라인 이벤트를 통해 공개했다면 오히려 호응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 참고자료

https://www.faz.net/aktuell/gesellschaft/menschen/pandemie-im-kino-koreanischer-thriller-ueber-ein-toedliches-virus-16835238.html

https://www.kino-zeit.de/aktuelles-kinoprogramm/film/50129?fbclid=IwAR06A8w_QoLQOmLFy5oO0Q9o58R57sJMw1m0O_zgoOtzniNdcJvI6i5a0KQ

https://www.mdr.de/kultur/empfehlungen/pandemie-filmkritik-elstermann-102.html

https://www.spiegel.de/kultur/kino/pandemie-viren-schocker-kommt-ins-kino-a-03d33785-b622-4c6c-948a-e8d46aea5124

https://taz.de/Koreanischer-Thriller-Pandemie-im-Kino/!5700276/

https://www.morgenpost.de/kultur/article230086208/Pandemie-auch-im-Kino-Das-Spiel-mit-der-Angst.html


이유진 통신원 사진
    - 성명 : 이유진[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독일/베를린 통신원]
    - 약력 : 라이프치히 대학원 커뮤니케이션 및 미디어학 석사 
                전) 2010-2012 세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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