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인터뷰] 베를린 한식당 '쵸이'가 프리미엄 코스요리를 하는 이유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0.08.21

지난해 베를린 프렌츨라우어베르크 지역에 문을 연 한식당 '쵸이'는 조금 특별하다. 6코스로 이루어진 메뉴 3가지, 여기에 와인 페어링이 더해진다. 한식당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흔한 메뉴, 비빔밥 불고기 같은 건 없다. 바 형식으로 되어 있는 내부는 원목 소재를 사용해 분위기가 차분하다. 공간 하나하나, 여백 하나하나에도 정성을 담았다.

 

베를린에서 소위 힙하다고 하는 한식은 간편식인 경우가 많다. 시끌벅적한 공간에서 가볍게 혹은 빠르게 한 끼를 해치운다. 특히나 젊은 사람들이 많은 베를린 같은 도시에서는 그런 컨셉이 더 적절해 보인다. 그래서 베를린에서 '고급 한식', 혹은 '프리미엄 한식' 같은 키워드는 쉽게 접하기 힘들다. 비즈니스 미팅을 할 만한 고급 한식당도 거의 없다. 쵸이의 등장이 더 반가운 이유이며, 동시에 '도대체 왜?'라는 의문도 가지게 된다. 베를린 한 중간에서 고급 한식을 다루고 있는 쵸이 최수연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최수연 대표는 프랑크푸르트의 한국 대기업에서 10년간 일했다. 외부 미팅을 하면서 한식당을 방문할 일이 잦았고, 그만큼 실망도 컸다고. 파인 레스토랑이라는 컨셉이 시작된 이유다.

  

쵸이 레스토랑 최수연 대표 – 출처 : 통신원 촬영<쵸이 레스토랑 최수연 대표 – 출처 : 통신원 촬영>

 

독일 삼성에서 10년 간 일하다가 한식당을 차렸다. 왜 그랬나?

먼저 기업에서 같은 일을 수년 간 하면서 번아웃이 왔다.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는데, 주로 컴퓨터 앞에서 데이터를 다루는 업무였다. 그만두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하면서 외부 미팅도 많았다. 한식을 보여주고 싶어 한식당에 갈 때마다 나도 문화충격을 받았다. 10년 전만 해도 오래된 한식당이 대부분이었다. 한식은 왜 이럴까? 이렇게 해석할 수밖에 없나? 어머니가 요리 연구가셔서 어릴 때부터 잘 먹고 자라서 특히 그랬다. 내가 해보면 어떨까, 나와 밀접한 걸 하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또 와인의 세계에 빠지면서 한식과 어울릴만한 와인을 많이 접했다. 한식에 와인을 접목시킨 컨셉으로 가고 싶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먹는 걸 좋아한다(웃음).

 

프랑크푸르트에서 계속 살았다. 베를린으로 온 이유는?

처음에는 프랑크푸르트에서 한식당을 열려고 했는데 정말 임대료가 너무 비쌌다. 고민하던 차에 동생이 베를린을 추천했다. 오픈 마인드에 다른 대도시보다는 저렴하고, 첫 비즈니스를 하기에는 좋다고 추천했다.

 

한식당 오픈 준비 과정은 어땠나. 준비 과정이 매우 어렵다고 들었다.

베를린 가게는 이전에 타투샵을 하던 곳이어서 식당으로 용도변경부터 해야 했다. 가게 계약을 마친 이후 허가부터 인테리어 공사까지 6개월 걸렸다. 허가에도 시간이 많이 걸렸다. 관청에서는 일단 무조건 안된다고 하는 경향이 있었다. 쵸이의 경우 입구에 계단이 있어서, 문이 바깥쪽이 아니라 안쪽으로 열린다고 허가를 안 내주려고 했다. 결국 추가 비용을 더 내고 진행했다.

 

한식 파인 레스토랑 쵸이 외관 – 출처 : 통신원 촬영<한식 파인 레스토랑 쵸이 외관 – 출처 : 통신원 촬영>

 

쵸이는 코스요리만 다룬다. 이런 컨셉을 생각한 이유는?

요즘은 한식당도 많다. 쵸이만의 스페셜한 부분이 꼭 있어야 했고, 와인페어링을 함께 하고 싶어서 코스 요리로 컨셉을 잡았다. 손님이 왔을 때, 우리집에 온 손님을 대접한다는 마음으로 하고 있다.

 

프리미엄 한식당,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

고급 한국음식이라는 컨셉을 인지시키는게 힘들다. 일식과 비교도 많이 한다. 근데 힘든 만큼 재미는 있다. 최근에 신메뉴로 구절판을 냈다. 절치부심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봐라, 언제가 일식이 아니라 한식한식 하는 날이 올거다. 하는데까지 해보자. 이런 에너지로 하고 있다.

 

코스요리에 대한 손님들 반응은?

다양하다. 손님들이 코스 음식을 하나하나 먹으면서 ‘음~~~’ ‘음~~~!’하면 정말 기쁘고 자부심도 생긴다. 내가 이 하루를 헛되이 보내지 않았구나 그런 생각. 물론 냉담한 손님도 있다. 식당이 작고 바 형식이라 손님들의 반응이 바로바로 보인다. 냉담한 손님이 있을 때는 하루종일 우울하다. 상처 받을 때도 많다. 그러면 왜 그럴까. 뭐가 잘못됐을까 고민한다. 멘탈이 강해야 한다.

 

쵸이의 코스요리 메뉴판. 6코스 요리로 구성되어 있다 – 출처 : 쵸이 레스토랑<쵸이의 코스요리 메뉴판. 6코스 요리로 구성되어 있다 – 출처 : 쵸이 레스토랑>

 

그래도 회사를 그만두고 식당을 낸 데 후회는 없는가

정말 힘들긴한데 아직 전투력이 있다(웃음). 또 내 적성에는 이게 더 맞는거 같다. 후회는 하지 않는다.

 

독일에 한식당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여전히 비전이 있다고 보는가.

그렇다. 한국에 대한 기본적인 인지도가 상승하기도 했지만, 여기도 새로운 게 필요하다. 아시아 음식이라고 하면 여전히 베트남식 피시소스, 혹은 일식 간장 베이스로만 생각한다. 한식도 아직까지 김치 비빔밥 불고기 밖에 모른다. 한식은 매운 것부터 톡톡 쏘는 천연 조미료 등 범위가 매우 넓다. 한식이 얼마나 많은가. 아시아 음식인데 다채롭고 영양도 좋다. 충분히 통할 것이라고 본다. 지금은 이곳 교포뿐만 아니라 국내 요식업계에서 활약하던 사람들이 와서 다양한 한식을 선보인다. 한식의 고급화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겠지만, 나 또한 거기 기여할 수 있다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쵸이의 비전은?

지금 6코스를 하고 있다. 10코스 요리가 나오는 그날까지!

 

한식당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좋은 재료를 쓰고, 좋은 퀄리티로 했으면 좋겠다. 정말 다같이 한식을 좀 업그레이드 시키면 좋겠다. 나도 더욱 노력하려고 한다.

 

지난해 쵸이가 문을 연 지 얼마되지 않아 코로나가 왔다. 모든 식당이 예외 없이 문을 닫고 포장 및 배달 음식만 해야 했다. 쵸이도 당시에는 어쩔 수 없이 단품 메뉴를 만들어 판매했지만, 락다운이 풀리자마자 바로 코스요리로 돌아왔다. 단품으로 포장 배달을 하는 게 사실 훨씬 더 수월할지도 모른다. 쵸이는 '프리미엄 한식'이라는 키워드를 지키기 위해 먼 길을 묵묵히 돌아가고 있다. 독일에서 한식의 다채로움과 고급 한식이 시작되는 작은 발걸음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유진 통신원 사진
    - 성명 : 이유진[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독일/베를린 통신원]
    - 약력 : 라이프치히 대학원 커뮤니케이션 및 미디어학 석사 
                전) 2010-2012 세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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