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문화정책/이슈] 터키 한국어, 콘텐츠 너머 관광산업에도 활용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0.03.06

 

세계인이 찾는 터키의 관광 명소, 카파도키아에 하얀 함박눈이 온 세상을 가득 덮어 영화에서나 볼 법한 신비한 모습을 연출해 주었다. 이른 아침, 동굴호텔 창밖 너머로 보이는 새하얀 풍경은 마치 캔버스 속에 담긴 한 폭의 그림과 같아 보였다. 수 억 년 전에 있었던 화산 폭발로 인해 화산재와 용암이 수 백 미터 높이로 쌓이고 굳어져 만들어진 카파도키아의 용암층은 그 희귀한 모양을 보는 것만으로도 감탄이 절로 나온다. 신의 손이 아니고서야 발달된 그 어떤 인류 문명의 기술로도 가히 만들어 낼 수 없는 신비로운 모습 그 자체이다.

 

터키 카파도키아 풍경 – 출처 : 통신원 촬영터키 카파도키아 풍경 – 출처 : 통신원 촬영〈터키 카파도키아 풍경 – 출처 : 통신원 촬영〉

 

그리고 또 하나, 카파도키아에는 신비한 지역의 명성만큼 주목을 끄는 사람이 있다. 그는 이곳 카파도키아를 여행하는 한국 관광객들을 안내해 주는 터키인 가이드 무스타파 잼 챠크이다. 잼은 터키 에르지예스 국립대학교 한국어문학과 졸업생으로, 한국인 관광객들을 주요 대상으로 어느새 10년 경력의 베테랑 가이드가 됐다. 통신원이 이번 기사에서 ‘한국 관광객들을 안내해 주는 터키인 가이드, 잼’을 다루려는 이유가 있다. 단순히 한국어를 잘 하는 외국인을 소재로 기사의 흥미를 끌기 위한 것은 아니다. 잼을 통해 한국어 학습자가 현장에서 경쟁력을 가지고 어떻게 소비와 생산을 이끌어 나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잼이 학교에 입학할 당시, 2006년 에르지예스 대학교 한국어문학과에는 30명의 학생 중 6명만이 남학생이었다고 한다. 터키에서도 한류를 향한 관심이 단연 여성들에게 집중됐다는 현상을 방증한다. 지금은 한국어 교육에 대한 우리 정부의 투자와 노력으로 터키 내 한국어의 위상이 많이 높아졌지만, 당시만 해도 지금만큼의 관심은 많지 않았다. 잼이 한국어를 정식으로 공부해야겠다는 결심을 한 것은 2002 한일 월드컵 때였다고 한다. 그때 발전된 한국의 모습을 보고서 한국어가 국제 사회에서 큰 경쟁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을 했다고 한다.

 

한국인 관광객들을 가이드 하는 잼 – 출처 : 통신원 촬영한국인 관광객들을 가이드 하는 잼 – 출처 : 통신원 촬영

〈한국인 관광객들을 가이드 하는 잼 – 출처 : 통신원 촬영〉

 

잼은 한국어 문학과 졸업과 동시에 한국 여행사에서 가이드를 하면서 자신의 계획을 시작했다. 그러나 한국어가 언어로서 큰 경쟁력이 될 것이라는 잼의 계획은 그렇게 순탄치 않았다. 2016년에 일어난 터키 쿠데타로 인해서 한국 관광객은 물론 다른 국가 관광객들은 터키로의 발걸음을 돌렸다. 상황은 매우 심각했다. 터키 리라 화폐 가치는 곤두박질을 쳤고, 이곳에서 사업을 하던 교민들과 한국 기업들이 터키를 떠났다. 그러나 당시 터키 악재의 상황이 한국어 학습자 잼에게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다. 잼은 한국 기업과 교민들이 떠난 자리에 자신만 끝까지 남아서 한국인 가이드 일을 계속 이어갔다. 그리고 지금은 카파도키아에서 아예 직원을 여럿 둔 한국 관광객 전문 여행사 대표가 됐다.

 

잼이 경영자로 있는 한국인 전문 여행사 – 출처 : 통신원 촬영〈잼이 경영자로 있는 한국인 전문 여행사 – 출처 : 통신원 촬영〉

 

그럼, 잼이 선택한 한국어가 향후에도 터키 관광업 분야에서 큰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까? 한국어 학습자들로 하여금 다른 언어들에 비해 경쟁력을 갖춘 언어가 되기 위해서는 현지에서 취업률과도 비례한다고 볼 수 있다. 터키를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규모는 2010년 이후 연간 3천만 명 이상이다. 2016년 쿠데타 이후 2천 5백만 명으로 급감했지만, 다시 꾸준히 증가해 2019년에는 4천 5백만 명 이상의 외국인 관광객들이 터키를 찾아 최고점을 찍었다. 터키를 방문하는 한국인 관광객 규모도 청신호를 찍고 있다. 4년 만에 한국인 관광객이 20만 명대로 최고 고지를 밟았다.

 

연간 터키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 추이 – 출처 : 터키 문화관광부〈연간 터키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 추이 – 출처 : 터키 문화관광부〉

 

잼이 가진 한국어 구사력이 주는 경쟁력은 어디까지일까. 잼은 현재 자신이 배운 한국어로 방송 코디네이터 역할도 하고 있다. 한국 방송사들이 터키에서 촬영할 때면 현지 사정과 시스템을 가장 잘 알고 있는 현지인을 찾게 되는데, 잼은 여기에 한국어까지 능숙하니 이보다 더 좋은 조건이 없는 것이다. 지금까지 잼이 방송 코디로 참여한 프로그램만 해도 10개가 넘는다. 〈짠내 투어〉, 〈세계 테마 기행〉, 〈원나잇 푸드 트립〉, 〈배낭 속에 인문학〉, 〈수행자의 밥상〉, 〈한식 원정대〉 등이 그 사례다. 지금도 터키에서 촬영되는 거의 대부분의 한국 방송 프로그램 제작 협조 문의는 잼에게 온다. 한국어 학습자로서 현지에서 큰 성공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잼은 앞으로도 한국어가 지닌 경쟁력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일을 넓혀 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현재 그는 가이드와 방송 코디 일을 병행하면서 카파도키아를 여행하는 관광객들이 숙박하고 갈 수 있는 동굴호텔까지 건축하고 있다. 모두 한국인 관광객들이 대상이라는 점에서 앞으로도 잼에게 한국어 구사력은 큰 강점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한국어 학습자 무스타파 잼. 한국 방송 프로그램 촬영에 코디네이터로도 활동하고 있다 – 출처 : 무스타파 잼 제공〈한국어 학습자 무스타파 잼. 한국 방송 프로그램 촬영에 코디네이터로도 활동하고 있다 – 출처 : 무스타파 잼 제공〉

 

한국어 학습은 단순히 한류의 여파라고 말하기는 무리가 있다. 문화콘텐츠를 단순히 소비하는 것을 넘어, 관련 산업 분야에서도 한국어 구사력은 큰 경쟁력이 되기 때문이다. 더 많은 한국어 학습자들에게도 한국어가 직업 현장에서 큰 강점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 참고자료

T.C. KULTUR VE TURIZM BAKANLIGI (2019) 「GENEL DEGERLENDIRME 2019」, https://yigm.ktb.gov.tr/Eklenti/69320,turizmistatistikleri2019-4pdf.pdf?0

《여행신문》, (2020.02.10), 〈〔브리핑〕 터키, 4년 만에 한국인 20만명 돌파〉, http://www.traveltime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9310

《티티엘뉴스》, (2019.05.13), 〈새론게 지오코리아 선정한 터키문화관광부, “터키 관광 본격 홍보 박차”〉, http://www.ttlnews.com/article/biz_world/55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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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명 : 임병인[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터키/이스탄불 통신원]
    - 약력 : 전) 해외문화홍보원 대한민국 바로 알림단 현) 대한민국 정책방송원 KTV 글로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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