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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북미 최고 요리학교에서 한식 강의 개설한 한승숙 셰프와의 인터뷰
구분
문화
출처
KOFICE(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
작성일
2019.12.12

200여 개 민족이 함께 모여 도시를 이루고 있는 캐나다 토론토는 전 세계 각지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최고의 장소이다. 문을 열고 나가면, 글로벌한 식료품점과 식당이 즐비하고, 세계의 소비자들은 각자 입맛에 맞는 선택을 할 수 있다. 다소 늦게 진출한 한식은 오래전 캐나다에 정착한 이탈리아, 프랑스, 일본, 중국 그리고 베트남 등의 요리와 겨루며 캐나다인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다양한 영역에서 한식을 꽃피우고 있는 캐나다에서 대학 한식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이가 있다. 북미 최고의 요리 학교라 불리는 조지 브라운 대학(George Brown College)에서 4년 전부터 한식 수업을 지도하고 있는 한승숙 셰프를 만나 캐나다 한식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조지 브라운 대학에서 한식 수업을 진행 중인 한승숙 셰프

<조지 브라운 대학에서 한식 수업을 진행 중인 한승숙 셰프>


한승숙 셰프가 선보인 직접 요리한 한식

<한승숙 셰프가 선보인 직접 요리한 한식>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셰프 한승숙입니다. 현재 조지브라운 평생교육원 과정에서 한식 수업을 4년째 진행하고 있습니다. 어릴 적부터 한식을 전 세계에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 같은 것이 있었는데, 외교관이시던 아버님을 따라, 노르웨이, 파나마 등지로 함께 다닌 영향인 듯합니다. 한국과 캐나다 그리고 이탈리아에서 요리에 관련된 여러 영역을 공부했고, 이탈리아 현지 미쉐린 레스토랑(Il Postale)을 비롯한 다양한 곳에서 일하며 실무를 익혀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마시노 보투라 대회(Massimo Bottura competition)’ 최우수 후보를 비롯한 여러 곳에서 수상경력을 가지게 되고, 이를 눈여겨본 조지 브라운 대학에서 함께 일하자는 제의가 있어 여기까지 이르렀습니다. 불모지에서 한식 강좌를 만들고 강의하고 있지만, 사실 제가 어느 곳에서 요리하든지 오래전부터 한식을 선보여 왔습니다. 마시노 보투라 대회에서도 한국 도토리묵을 응용한 요리를 선보였고, 현재 이사로 일하고 있는 단체, ‘슬로우 푸드(Slow Food)’에서도 행사가 있을 때마다 한식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한식 강의를 개설하게 된 과정을 알려주십시오.

보통 학교에서 신설 과목을 개설할 때는 과목에 대한 필요성과 강사 능력에 대한 신뢰, 그리고 지속 가능한 대중적인 관심 등을 심도 있게 확인한 후 이루어집니다. 사실, 조지 브라운 대학 측에서 한국 음식에 관한 필요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평생교육원 프로그램 디렉터인 제이미 제나(Jamie Zanna)에게 함께 일하자는 요청을 받고 다른 아시아 요리 수업들은 다 개설되어 있는데, 아직 한식 요리 과정이 없다는 것을 언급했고, 한식 요리 수업에 관한 프로그램을 제안했습니다.

 

이후 교과과정을 만들고 승인되기까지 여러 회의를 거치면서, 한식 수업의 방향을 ‘전통’, ‘정통’으로 잡고, 2016년 1월 14일부터 14명의 학생들과 6주 과정의 첫 한식 수업을 시작하였습니다. 저희 조지 브라운 대학은 캐나다는 물론이고 북미 최고의 요리 학교 중 하나입니다. 요리에 관심있는 사람이면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Daniel Boulud, Gordon Ramsey, Albert Adria, Massimo Bottura, Jamie Oliver, Michael Smith, David Chang, Corey Lee 같은 셰프들이 조지 브라운 요리 학교와 마스터 클래스 및 출판 기념회를 갖고자 하는 것을 보면 학교의 명성을 짐작할 만합니다. 학위 과정과 평생교육원으로 나뉘는데, 한식은 일반인과 직장인들이 주중 저녁이나 주말에 수업을 들을 수 있는 평생교육원에 개설이 되었습니다. 캐나다에서는 한식을 배운 요리학과 학생들이 졸업 후 호텔에서 한식 전문가로 실습하거나 취업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태이기에, 12주 기초 과정을 거친 이들이 들을 수 있는 평생교육원 수업이 가장 적절한 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한식 수업 프로그램은 어떻게 구성돼있나요?

보통 기초 과정이 12주이고, 나머지 수업은 6주 과정으로 진행되는데, 한식 수업도 6주 과정으로 여름학기까지 포함해서 1년에 4번 수강이 가능합니다. 반만년의 역사를 가진 한식을 다 소개하기 어렵기 때문에 한식의 기본을 가르치면서, 다양한 한국요리를 맛볼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구성했습니다. 1주차에는 ‘장과 양념’이란 주제로, 쌈밥과 불고기를 요리하는데, 이 과정에서 고추장, 된장, 간장 양념을 가르칠 수 있습니다. 2주차에는 오이선, 두부선 그리고 구절판을 통해서 ‘고명과 잡곡’이란 주제로 진행합니다. 이를 통해 한식이 가진 색의 조화, 음양의 조화, 영양의 조화 등을 설명하고 완전 음식으로서 얼마나 균형 잡힌 것인지를 언급할 수 있습니다. 3주차에는 우리나라의 삼면이 바다라는 지형적 조건 속에서 해산물 요리를 설명할 수 있습니다. 해물파전과 순두부찌개를 통해 ‘국과 찌개’를 가르치고, 4주차에는 발효 음식인 김치를 그리고 5주차, 6주차에는 명절 음식을 중심으로 가르치고 있습니다.

 

수업을 들은 학생들의 반응은 어떠한지요?

4년 동안 한식 수업의 수강생 숫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학생들은 한국요리뿐 아니라 한식 문화를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고 합니다. 사실, 한식은 그 준비와 요리 과정에 많은 시간이 걸리는 슬로우 푸드이며, 김치를 비롯해 장과 양념에서 인간이 조절할 수 없는 자연의 맛이 들어갑니다. 따라서 단순히 ‘코리안 BBQ’와 ‘매운 요리’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온 학생들에게는 한식에 대한 기본적인 선입견을 깨고, 한식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도울 수 있는 수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수업을 마친 이들은 직접 한식 재료를 구하기 위해 한식 마트를 가고, 사람들을 초대해서 한식을 만들어 먹기도 하며, 한식당을 찾아다니고, 심지어 한국으로 여행을 가기도 하였습니다. 이처럼 6주 과정의 수업을 통해 다양한 영역에서 적극적인 한식 소비자로 바뀌어 가고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한식 수업에서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수업에 필요한 식자재를 공급하는 Inventory Control Center(ICC)에서도 한식 식자재를 처음 접하다 보니 잘못된 재료를 공수하는 등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강의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준비 시간에 써야 했습니다. 특히 김치의 경우, 그 전날부터 배추를 절여야 하기에 강사의 부담이 큰 것이 사실입니다. 또한 급한 일이 있어도 대신 가르칠 교수진이 없고, 현지인 학생들에게 알릴 제대로 된 한식당이 없다는 것도 아쉬움으로 남아 있습니다. 한식이 캐나다에서 더욱 뻗어가기 위해서는 다양한 산업 기반도 형성되어야 하는데, 토론토의 많은 한식당은 건강한 식단에 다양한 반찬을 제공함에도 불구하고 저렴한 가격을 내세우고 있으며, 주로 한인 대상으로 영업을 하고 있어서, 캐나다 학생들에게 실습과 취업을 제공할 만한 여건이 되지 않습니다. 또한 북미에서 활동하는 아키바 백(Akiba back)이나 데이비드 장(David chang) 등과 같은 유명 한인 2세 셰프들도 고급 한식이 아닌 고급 일식 혹은 중국 식당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현지 언어로 한식을 알리는 과정에서 음식 정보에 대한 정확성과 이벤트 다양성의 결여 등도 함께 고민해야 할 부분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주십시오.

개인적으로는 한식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여러 이벤트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학교나 지역 단체 행사에서 한식의 영양과 균형에 대해 알릴 예정입니다. 10월에는 멸종위기나 지역 고유의 방식으로 요리를 소개하는 ‘Mother of Earth’ 프로그램에서 온타리오 돼지인 ‘템워스(Tamworth pig)’를 이용해 보쌈을 선보일 예정이고, 1월에는 학교 수업에서 한국 음식이 왜 슬로우 푸드인지에 대한 강의가 계획되어 있습니다. 그 외에도 발효식품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는 김치를 팔아볼 생각도 있습니다.

 

지역과 연결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해 얼마 전 새집으로 이사를 했는데, 사업용 설비를 갖춘 부엌과 와인 셀러를 갖춰서 직접 디자인하고 모든 공사 과정에 함께 했습니다. 이곳에서 그동안 계획했던 작은 프로젝트들을 하나씩 실천에 옮겨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또한 학교에도 한식 관련한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저희 조지 브라운 대학은 각 나라와 활발한 음식 교류를 하고 있는데, 각국의 유명한 세프들이 와서 정기적으로 수업을 하거나, 직접 학생들과 함께 그 지역을 방문하여 음식을 배우는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이탈리아를 비롯해 멕시코와 필리핀과도 그런 교류가 이루어지는데, 한국과도 이러한 프로그램들이 연결되어 한식을 통한 캐나다와 한국 간의 문화교류가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를 위해 기꺼이 새로 이사한 집에 초대하고, 정성 담긴 음식을 직접 선보이고, 설명한 한승숙 셰프와의 만남은 캐나다 땅에서 한식을 알리기 위해 애쓴 열정을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 학교에서 정규 프로그램을 통해 한식의 기반을 다지고, 동시에 다양한 커뮤니티 행사를 통해 한식을 선보이고 있는 한 셰프의 노고에 힘입어 캐나다 땅에서 한식이 더욱 든든하게 뿌리 내리기를 기대해 본다.

 

※ 사진 출처 : 통신원 촬영


고한나[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캐나다/토론토 통신원]
   - 성명 : 고한나[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캐나다/토론토 통신원]
   - 약력 : 전) 캐나다한국학교 연합회 학술분과위원장 온타리오 한국학교 협회 학술분과위원장
               현) Travel-lite Magazine Senior 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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