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일제강점기 한국 엽서에서 시작된 한국문화 연구
구분
문화
출처
KOFICE(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
작성일
2019.12.13

캐나다 최대 박물관이라 불리는 ‘왕립 온타리오 박물관’(Royal Ontario Museum: ROM)의 상설 한국관은 한국문화 연구의 산실이라고 할 수 있다. 상설 한국관에는 삼국시대부터 근대에 이르는 다양한 유물들이 빼곡하게 있어서 한류의 뿌리를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있으며, K-Pop과 같은 현대 한국문화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을 좀 더 넓고 깊은 영역으로 인도하는 지름길이 되고 있다. 최근 ‘왕립 온타리오 박물관’에서 한국관 자원봉사를 하면서 접하게 된 유물, 한국 엽서에 흥미를 느껴, 연구를 이어간 캐나다 학생 있다. 2019년 가을 윌프레드 로리에 대학(Wilfrid laurier university)에서 <식민지 기념품 : 캐나다 선교사들이 수집한 일본 발행의 한국 엽서 연구 : Colonial Souvenirs : Missionary Collections of Japanese Produced Postcards of Korea>로 석사 학위를 받은 로렌 알렉산드라 홈즈 (Lauren Alexandrea Homes)를 만나 연구 과정과 내용을 들어 보았다.

 

박물관의 한국 엽서를 연구주제로 확장한 로렌(좌)과 한희연 지도교수 - 출처 : 통신원 촬영

<박물관의 한국 엽서를 연구주제로 확장한 로렌(좌)과 한희연 지도교수 - 출처 : 통신원 촬영>

 

지난 금요일 토론토 다운타운까지 1시간 이상 걸리는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로렌 홈즈는 한희연 지도교수와 함께 인터뷰 장소인 ‘왕립 온타리오 박물관’에 도착했다. 제일 먼저 한국문화에 관심을 기울인 이유를 물어보았다. 로렌의 대답은 주변에 한국 친척이나 친구가 있거나, K-Pop, K-드라마 혹은 K-뷰티를 통해 한국문화에 관심을 가졌지 않았을까 하는 예상 답변을 넘어서고 있었다. 그는 역사학 수업을 들으면서, 한국문화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다져 나갔고, 4학년 때부터 한희연 교수의 추천으로 박물관 자원봉사를 하게 되었다고 했다. 당시 유물들에 관한 정보를 컴퓨터 파일로 정리를 하고 있었는데, 일제시대 발행된 한국 엽서를 발견하게 되었고, 엽서 뒷면에 기록된 메시지를 정리하면서 궁금증이 더욱 커졌다고 했다. 왜 이걸 모으게 되었을까? 누가 이걸 모았을까? 일본은 왜 이것을 발행했을까? 와 같은 궁금함은 학위논문 연구로 확대되어 갔다고 했다.

 

역사학을 전공하고 있는 로렌이 가진 한국문화 연구에 대한 열정은 논문을 설명하는 눈빛에서도 쉽게 읽을 수 있었다. 한국과 달리 학위논문을 제본하거나 인쇄하지 않아 컴퓨터에 저장된 파일을 하나하나 열어 가면서 설명을 들었다. 논문은 ROM 박물관에 보관된 한국 엽서뿐 아니라 할리 팩스 ‘노바스코샤 기록 보관소 ‘(Nova Scotia Archives)에 있는 한국 엽서를 함께 비교 분석하고 있었다. 논문에 사용된 40여 편의 한국 엽서를 위해 로렌은 ROM은 물론이고 할리팩스까지 가서 하나하나 엽서를 스캔하는 작업을 거쳐야 했다. 캐나다 선교사 혹은 한국에 머문 캐나다인들이 수집한 한국 엽서는 선교사에 의해 혹은 그 후손들에 의해 ROM과 노바스코샤 기록 보관소에 기증되었고 이는 당시 한국문화 연구를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텍스트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사실, 역사자료로서 엽서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최근에 일로, 식민주의 시절 이를 발행한 주체(일본)가 어떻게 피식민지(한국)와 피식민지인(한국인)들을 인식했는지에 대한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고, 토지와 건축을 비롯한 문화 관습에 대한 비교 연구를 가능하게 하기도 한다.


로렌 홈즈는 일제 시대 한국 엽서 연구를 이어갔다 - 출처 : 로렌 홈즈 제공

<로렌 홈즈는 일제 시대 한국 엽서 연구를 이어갔다 - 출처 : 로렌 홈즈 제공>

 

로렌이 논문 작성을 위해 살핀 엽서들은 일제 시대 한국의 자연풍경이나 아이들과 학교, 집과 같은 건축물에 그치지 않았다. 특이하게도 가슴을 드러내고 포즈를 취하고 있는 여성들과 공공장소에서 구타를 당하고 있는 남성들의 모습까지 담고 있었다. 실제 1893년 월드 엑스포(World Expo)에서 미국이 처음 선보인 엽서는 점차 식민지의 낙후되고 야만적인 모습과 이를 지배하는 식민 국가의 기술을 선보임과 동시에 이국적인 이미지를 연출하고 여성을 성적 대상화한 내용들이 많이 있었다. 로렌은 일제에 의해서 발행되어 캐나다 선교사들에 의해 수집된 한국 엽서를 세 부분으로 나누어 연구했다. 토론토 ROM과 노바스코샤 기록 보관소의 엽서 비교, 선교사와 비 선교사가 수집한 엽서 비교, 마지막으로 교육 분야 선교사와 의료 분야 선교사가 수집한 엽서를 비교하고 분석하였다. 지역에 따라 그 규모가 차이가 나기도 했지만, 선교사와 비 선교사가 수집한 엽서의 내용 또한 큰 차이를 보였다. 교사로서 어머니로서의 한국인을 찍은 선교사들의 개인 사진들은 서양인을 교육시킬 수 있는 능력을 소유한 한국인들에 대한 이미지를 드러내는 반면, 소프트 포르노를 연상시키는 엽서들은 무표정 혹은 화가 나 있는 여인들이 공공장소에서 자신들의 가슴을 드러내 놓고 있는 모습이 대부분이었다. 무대처럼 꾸며진 장소에서 의도성을 가지고 찍었거나, 모델들은 이러한 사진이 어떻게 사용될지 전혀 모르고 있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또한 의료 선교사들이 나병 환자들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모은 엽서들과 학교 교사 역할을 감당하던 교육 선교사들이 모은 엽서 또한 그들의 관심 만큼이나 차이가 있었다.


일제강점기 한국 엽서 – 출처 : 왕립 온타리오 박물관 제공

<일제강점기 한국 엽서 – 출처 : 왕립 온타리오 박물관 제공>

 

로렌은 박물관에서 발견한 한국 엽서를 통해 일본이 당시 한국인과 한국문화를 어떻게 대상화 했는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피식민국가의 야만성을 기념품으로 드러냄으로 식민 통치의 합리성을 강조했던 행위가 단지 한국을 향한 일본뿐 아니라 아프리카 식민국과 원주민을 향한 캐나다인에서도 동일하게 발견됨을 언급했다. 앞으로 자신의 연구를 캐나다 학회뿐 아니라 한국의 학회에도 발표하고, 관련된 연구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싶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로렌은 로리에 대학에서 교수로, 박물관의 학예사로 꾸준한 활약을 보이며, 자신을 이끌어 준 한희연 교수님이 아니면 이번 연구는 진행될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캐나다와 한국 간의 문화 교류는 학술 분야를 비롯한 다양한 영역에서 꾸준하게 이어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 역사, 사회와 문화에 대한 여러 연구가 캐나다 대학에서도 심도깊게 이어지고, 한국 대학과도 긴밀하게 교류하게 되길 기대해 본다.


고한나[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캐나다/토론토 통신원]
   - 성명 : 고한나[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캐나다/토론토 통신원]
   - 약력 : 전) 캐나다한국학교 연합회 학술분과위원장 온타리오 한국학교 협회 학술분과위원장
               현) Travel-lite Magazine Senior 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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