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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
문화
출처
KOFICE(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
작성일
2017.06.19

지난 주말, 앙카라에 위치한 터키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앙카라 국립 도서관'을 찾았다. 삼성과 터키 문화관광부의 협력으로 마련된 '삼성 디지털 도서관'이 바로 '앙카라 국립 도서관' 내에 있기 때문이다. 도서관 내부는 주말과 이슬람 금식 기간인 라마단이 겹치면서 기말고사를 앞둔 대학생들 외에는 제법 한가한 모습이었다. '삼성 디지털 도서관'은 이전 리포트에서 언급한 한국 자료실 'Window on Korea'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 자료실에는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알리기 위해 기증된 총 3,200여점의 문헌, DVD, CD가 비치되어 있는, 터키 국립도서관에 마련된 최초의 외국 홍보 자료실이다.


앙카라 국립 도서관은 이전부터 사용자의 편의를 고려한 온라인 서비스와 디지털 자료 검색이 상대적으로 잘 구비되어 있기로 유명했다. 그것이 많은 대학생들이 자신이 재학 중인 대학의 도서관보다 앙카라 국립도서관을 선호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저명한 도서관의 중요한 서비스 중 하나를 한국의 기업과 기술력이 맡게 된 것이다.


삼성 디지털 도서관은 도서관 1층에 위치하며, 최대 86명까지 수용이 가능하다. 본래는 지어진지 30년이 넘는 낡은 건물이지만, 디지털 도서관 개장을 위해  해당 장소를 완전히 재설계하였다고 한다. 넓직한 공간에 삼성 태블렛, 노트북, 투명 OLED 디스플레이 비디오월, 터치 인식 모니터, 그리고 무선 프린터까지 사용자들의 편의적 욕구와 시각적 흥미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장치들이 완벽히 마련되어 있었다.

태블릿, 노트북 등 용도에 따라 원하는 기기로 작업할 수 있는 삼성 디지털 도서관

태블릿, 노트북 등 용도에 따라 원하는 기기로 작업할 수 있는 삼성 디지털 도서관

 

<태블릿, 노트북 등 용도에 따라 원하는 기기로 작업할 수 있는 삼성 디지털 도서관>


필자도 약 세시간 가량 자리에 앉아 노트북으로 논문 작성을 시도해 보았는데, 필수적인 어플리케이션과 프로그램 외에는 다른 것들이 설치되어 있지 않아 노트북 속도가 눈에 띄게 빠름을 느낄 수 있었고, 무엇보다 기기들과 문헌자료들을 함께 펼쳐놓고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책상이 디자인된 점과 필요한 자료를 곧바로 무선 프린터로 전송하여 출력해 사용할 수 있다는 점, 원하는 새로운 자료를 직접 스캔하여 개인 USB 등에 저장할 수 있다는 점이 굉장히 편리했다.


한국에서는 이러한 서비스가 흔할지 모르겠지만, 터키에서는 스캐너를 찾는 일마저 쉽지가 않기 때문에, 특히 많은 문헌을 빠른 시간 내에 찾아 읽고, 때로는 소장해야 하는 대학원생들에게 엄청난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실 도서관을 방문하게 된 계기도 몇 달동안 줄곧 이곳에서 논문작성을 해온 말레이시아 친구 덕분이었다. 외국인 친구가 한국 기술을 이용해 공부하고, 또 만족해하는 모습을 보니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이 생기면서도, 터키를 비롯한 개발도상국과 한국이 가지고 있는 정보통신기술력의 괴리를 생각하며 안타까움이 들기도 했다. 똑같은 공부도 한국에서는 훨씬 더 효율적으로, 손쉽게 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삼성 디지털 도서관의 설립 목적은 터키의 문화유산을 디지털 아카이브화하여 이를 필요로 하는 사용자, 교육자 그리고 연구자들에게 제공하고, 후손들에게 더 많은 자료들을 물려주기 위함이다.  현재 이 도서관에는 2만 7천여점 이상의 터키 문학작품이 저장되어 있고, 터키 문체부는 2023년까지 40만점을 디지털화하여 저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의 기술력으로 고문서까지도 손상없이 현재의 보존상태 그대로 디지털 데이터화하는 것이 가능하며, 이 덕분에 오스만 시대에서 공화국 시대에 이르기까지의 방대한 역사속 문화자료들이 영구보존되게 되었다. 문헌 뿐만 아니라 유명 예술작품, 우표, 화폐, 저명인사들의 기록물, 필름 까지도 각각의 상태와 형태에 맞는 최적의 방식으로 스캔이 가능하다.


필자는 진열장 안에 위치한 쿠란의 모든 페이지를 밖으로 연결된 탭을 통해 읽을 수 있는 서비스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음성 서비스도 지원이 되니 상용화될 경우 시각장애인이나 시력이 떨어지는 노인들, 또는 무거운 코란을 들고 읽는데 어려움이 있는 장애인들 또한 편안하게 코란을 읽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으리라 짐작했다.

페이지를 넘기지 않고도 원하는 코란의 장과 구절을 바로 찾아 실제 크기로 읽을 수 있는 코란 리더탭

 

<페이지를 넘기지 않고도 원하는 코란의 장과 구절을 바로 찾아 실제 크기로 읽을 수 있는 코란 리더탭>


터키 최대의 국립 도서관에서 삼성이라는 기업에 이만한 장소를 내주고 그 내부를 전적으로 한국 제품들로 채우게 했다는 것은 한국 기술에 대한 신뢰를 드러낸다. 터키인들, 최소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IT제품들의 활용에 대한 정보제공과 교육이 적극적으로 이뤄진다면 한류가 한국의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형태로 발전해갈 수 있을 것이다.

터키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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