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베를린 국제문학축제 초청된 (채식주의자) 한강 작가
구분
문화
출처
KOFICE(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
작성일
2016.09.21

<제 16회 베를린 국제문학축제에 초청된 '채식주의자' 작가 한강>


<제 16회 베를린 국제문학축제에 초청된 '채식주의자' 작가 한강>


소설 <채식주의자>로 인터내셔널 맨부커상을 받은 한강 작가가 지난 9월 9일 제 16회 베를린 국제문학축제에 초청됐다. 독일을 대표하는 베를린 국제 문학축제는 11일 동안 세계 각국에서 150여명의 작가가 초대되는 대형 국제 행사다. 이런 행사에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 초청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결과다. <채식주의자>는 지난달 독일어로도 출간됐으며 “올해의 문학적 발견“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독일 언론의 찬사를 받았다.


한강 작가와의 대화가 예정된 9월9일 베를린 공연장 프라터(Prater)에는 작가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몰려든 관객들로 빼곡히 찼다. 300석 넘는 좌석에 관객들이 빈틈없이 앉았는데, 대부분이 현지 독일 관객들과 문학축제에 초청되어 온 외국 관객들이었다. 공연장 앞 부스에 마련된 <채식주의자> 독일어판 책을 보고 그 자리에서 구입하는 관객들도 많았다.

<'채식주의자' 작가 한강과의 행사가 열린 베를린 공연장 '프라터'>

 

<'채식주의자' 작가 한강과의 행사가 열린 베를린 공연장 '프라터'>


<공연장 앞에 마련된 도서 판매대. 독어판 '채식주의자' 뿐 아니라 영어로 번역된 한강 작가의 또 다른 소설 'Human Acts'도 판매됐다>


<공연장 앞에 마련된 도서 판매대. 독어판 '채식주의자' 뿐 아니라 영어로 번역된 한강 작가의 또 다른 소설 'Human Acts'도 판매됐다>

 

베를린 국제문학축제 '세계의 문학'세션에 초청된 한강 작가는 이날 약 1시간 반 정도 사회자와 질문-답변으로 이어지는 대화를 나누고, 한국어와 영어로 소설 일부를 낭독했다. 행사는 통역 없이 영어로 진행되었다. 사회자는 한국 채식 문화나 소설에 대한 한국 독자들의 반응에 대해 주의 깊게 물었다. 

 

사회자 (이하 Q): 한국 음식은 BBQ도 그렇고 고기가 많잖아요. 채식을 하기 어렵지 않나요?

한강 작가 (이하 A): 아니에요 전혀 어렵지 않아요. 한국은 채소도 많이 먹고 두부도 있습니다.

 

Q. 아, 제가 알고 있었던 게 그럼 미국식 음식이었나요.


A. 네 맞아요 (웃음)

 

독일은 소설 <채식주의자>를 소개하며 한국에서 채식주의자가 되는 건 질서에 거부하거나 저항하는 반란과도 같다고 이야기한다. 이 때문인지 관련한 질문이 이어졌다.

 

Q. 일부 한국 독자들은 이 작품에 대해서 거부감을 느꼈다고 들었는데 왜 그런가요?


A. 그건 채식주의자가 되었다기 보다도 영혜의 매우 강한 결정, 결심에 대해서 불편함을 느낀 독자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Q. (독일에서는 이 책이 카프카적이라고 소개가 된다) 영향을 받은 작가나 글이 있다면요?


A. 카프카의 책도 물론 보기는 했어요. 십대 때요. 그것도 제 안에 남아있다고 생각하고요. 조선 왕조 때의 비밀 정원이 있는데, 문을 열면 그 정원이 탁 보이도록 되어 있어요. 그런 것들을 생각했고 또 시인 이상의 작품도 있습니다.

 

Q. 영어 번역 과정에서 빠진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A. 번역 과정에서는 어떤 것들이 빠져야 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완벽하게 옮길 수가 없으니까요. 영어 번역 과정에서 분위기와 느낌을 살리기 위해서 많은 것들이 새로 창작되었고, 저는 그 번역이 정말 마음에 듭니다.

 

Q. 한국은 영화가 유명하죠, 김기덕이나 박찬욱 등등. 우리가 더 알아야 할, 빠뜨린 사람들이 있나요?


A. 한국에 뛰어난 작가들이 정말 많은데 여러 언어로 소개 되기를 바랍니다. 특히 여성 작가들도 강한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시와 장편소설 중간이라고 할 수 있는 단편 소설을 쓰는 분들도 많고요, 여러분들이 곧 접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한강 작가의 말을 경청하고 있는 청중들


<한강 작가의 말을 경청하고 있는 청중들>


올해로 16회를 맞은 베를린 국제 문학축제는 독일에서 유명한 프랑크푸르트나 라이프치히 국제 도서전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국제 도서전이 출판 산업의 동향을 알아보는 대표적인 자리로 그 부대행사에 작가들이 초청된다면, 이 문학 축제는 말 그대로 문학과 작가들이 중심이 되는 자리다. 하지만 베를린 국제 문학축제에서 한국 작가들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독일어로 번역된 한국 문학도 많지 않을뿐더러, 훌륭한 평가를 받는 작품도 드물었는데 이는 번역 과정의 어려움에서 기인하는 측면이 크다.


한강의 <채식주의자>는 제목에서부터 독일 독자들의 관심을 끌기 충분하다. 독일은 채식주의, 붉은 고기를 먹지 않는 것부터 해서 우유나 계란도 먹지 않는 극단적 채식주의까지 다양한 수준의 채식주의가 이미 많이 퍼져 있다. 채식 메뉴가 없는 식당은 찾아보기 힘들다. 채식주의자들은 체질적, 사회적, 정치적 등 다양한 이유에서 채식을 한다. 이런 사회적 환경에서 과거의 폭력에서 영향 받아 나무가 되기를 원하는 주인공 영혜의 이야기는 독일 독자들의 호기심과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그리고 한국의 낯선 작가, 그리고 그 작가의 개인적인 배경이 더해져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에서 책이 출간된 지 9년만에 독일 땅에 닿은 <채식주의자>, 한국 작가, 나아가 한국 문학에 대한 독일 현지의 관심이 커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지 지켜볼 일이다. 


※ 사진 출처: 통신원 촬영


이유진 독일 라이프치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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