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엘테대학교 한국학과와 세종학당, 성공과 열정의 이야기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4.05.24

엘테대학교 한국학과와 세종학당, 성공과 열정의 이야기


외트뵈시 로란드 대학교(Eötvös Loránd Tudományegyetem, 이하 엘테(ELTE) 대학교), 한국학과와 엘테대학교 세종학당은 5월 2일, 3일 양일간 엘테대학교 인문대학 A동 교수 회의실에서 한국학과 개원 15주년 및 세종학당 개원 3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5월 2일 12시 진경애 엘테대학교 세종학당 교수의 개회사로 시작된 행사는 보르히 라즐로(Borhy László) 엘테대학교 총장, 홍규덕 주헝가리대한민국 대사, 허머르 임레(Hamar Imre) 엘테대학교 부총장 겸 세종연구소 소장, 버르투스 다비드(Barthus Dávid) 엘테대학교 예술학부 학장과 메치 베아트릭스(Mecsi Beartix) 한국학과장의 축사로 이어졌다. 또한 유혜령 주헝가리한국문화원 원장, 헝가리 내 주요 한국 기업과 현지에서 한국문화를 알리기 위해 힘써주시는 많은 내빈이 참석해 행사를 빛냈다.  


< 축사를 위해 방문해 주신 귀빈들 - 출처: 통신원 촬영 >


개회식에 이어 엘테대학교 한국학과 학생들이 마련한 축하 연극이 시작됐다. 어떤 내용이 펼쳐질지 반신반의하던 내빈들은 곧 학생들의 연극에 미소를 머금었다. 탄탄한 시나리오와 연출력 그리고 학생들의 진지한 연기가 아마추어 수준을 넘어 높은 완성도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연극은 엘테대학교에 한국학과가 처음 설립될 당시의 상황에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과정을 연대기적으로 보여줬다. 설립 당시 어려움과 예상치 못했던 난관들을 넘어 엘테대학교 한국학과가 인문대학교에서 현재 가장 인기는 있는 학과 중 하나로 자리 잡기까지 지난 15년 역사가 한눈에 보이는 공연이었다. 학생들은 희극적 요소를 곳곳에 설치해 내빈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특히 공연 중 한국문화 체험을 위해 한복 입기를 시연하던 한 학생이 한복을 입은 후 관객들을 향해 큰 소리로 "꼭 사진을 찍어야 합니다!"라고 말하는 장면은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짧은 공연이었지만 애정이 담긴 학생들의 연극을 통해 내빈들은 지금의 한국어학과와 세종학당이 있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고가 있었는지 공감할 수 있었다.


< 행사에 참석한 내빈들 - 출처: 통신원 촬영 >


약 400년의 역사를 지닌 엘테대학교는 헝가리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교이자 6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헝가리 최고의 명문대학이다. 인문대학의 경우 72개 언어 교육 과정을 선보이며 국제적으로 언어학 교육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버르투스 다비드(Barthus Dávid) 엘테대학교 예술학부 학장은 축사에서 "최근 고전 언어학(영어 제외)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크게 줄어 독일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러시아어 전공에 지원하는 학생이 이전보다 많이 감소했다."라고 말했다. 반면 "한국어학과의 인기는 최근 몇 년 동안 비약했다. 지난 15년 동안 한국어학과의 학생 수는 약 10배 증가했다."라고 말하며 인문대학 내 한국어과가 보여준 유례없는 발전에 주목했다.  


엘테대학교 한국학과와 세종학당의 성공에는 어떤 요인이 있었을까? 통신원은 행사에 참석한 학생들에게 한국학과와 세종학당 인기 비결에 관해 물었다. 학생들은 모두 입을 모아 "교직원의 따뜻한 마음과 가족 같은 분위기 때문이다."라고 대답했다. 케이팝이나 한국 드라마로 접한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엘테대학교 한국학과와 세종학당을 찾은 헝가리 학생들은 처음에는 모두 미숙한 한국어 실력으로 긴장했다고 한다. 수업 중 같은 질문을 여러 번 하기도 하고 한국문화를 잘 알지 못한 탓에 교직원에게 예의에 어긋나는 실수도 여러 번 했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교직원들이 따뜻한 미소로 학생들을 이해해 줬기에 학생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한국어 실력을 늘릴 수 있었다고 한다.


< 엘테대학교 한국학과 2학년 학생들(좌측부터 멜리허 보그러르커, 라제르 키라, 발로그 에밀라 노라) - 출처: 통신원 촬영 >  


통신원은 행사장에서 만난 한국학과 2학년 재학생 발로그 에밀라노라(Balog Emília Nóra)에게 한국어학과 입학 동기와 재학하면서 느낀 아쉬운 점이 있는지 물었다. 노라는 "케이팝에 대한 사랑으로 한국어학과 진학하게 됐어요. 슈가 뮤직비디오를 보는데 가사의 내용이 너무 궁금해져 한국어를 배우고 싶었습니다. 저 아름다운 언어는 어떻게 말하고 쓸 수 있는지 배우고 싶었죠. 케이팝에서 시작된 한국어에 관한 관심은 엘테대학교 한국어과에서 공부하면서 한국 문학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어요.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 손원평 작가의 『아몬드』, 김혜진 작가의 『딸에 대하여』와 같은 한국의 현대 문학이 너무 좋아요. 나중에 한국 문학 번역가가 되고 싶어요. 한국어학과에 아쉬운 점이요? 없어요! 선생님들 너무 좋아요. 개인적으로는 헝가리어로 번역된 더 많은 한국 문학을 읽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거의 영어로 읽거든요."라고 답했다. 함께 있던 2학년 재학생 라제르 키라(Lajer Kíra)와 멜리허 보그러르커(Melicher Boglárka) 역시 케이팝으로 시작된 한국어 사랑이 엘테대학교 한국어과 진학으로 이어졌고 재학 후 그들의 관심은 각각 한국 역사와 한국 경제로 확장됐다고 했다. 동시에 이들은 "한국학과 선생님들은 엘테대학 최고의 선생님들"이라 말하며 학과에 자부심을 보였다.  

< 기념행사에서 한복입기를 체험하는 헝가리 학생들 - 출처: 통신원 촬영 >


이렇듯 엘테대학교 한국어학과와 세종학당의 성공 요인에는 현지 학생들을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으로 이해하고 애정으로 가르치는 교직원들의 노고가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애정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 있다. 문화의 전파가 그런 일이 아닐까 싶다. 해외에서 문화 관련 사업을 진행하는 데 있어 현지에 맞게 고안된 빈틈없는 전략과 수행력은 핵심 성공요인이다. 그리고 그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현지인들과 유대감을 만들어 문화 공감대를 끌어내는 것이다.


홍규덕 주헝가리대한민국 대사가 이번 행사를 위한 축사에서 "엘테대학교 한국어학과와 세종학당이 양국 우정의 상징이 될 것이다."라고 말하며 "언어 교육은 단순히 말하는 것을 가르치고 배우는 곳이 아니라 감정과 영혼을 교류하는 것"이라고 지적한 것처럼, 엘테대학교 한국어학과와 세종학당, 그리고 학생들과 만들어 내는 문화적 유대감은 향후 양국의 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생각된다.  



사진출처

- 통신원 촬영



성명 : 유희정[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헝가리/부다페스트 통신원]

약력 : 전) 한양대학교 강사, 대안공간 루프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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