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한국 음악의 새로운 지평을 연 신노이(SINNOI)의 헝가리 공연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4.06.03

지난 5월 10일 헝가리 부다페스트 시내 소극장. 무당의 음악이라고도 불리는 한국 전통 기악곡 <심방곡>이 일렉트릭 사운드, 더블 베이스의 변주와 더불어 울려 퍼졌다. 소극장을 가득 메운 헝가리 관람객은 국악 장단에 맞춰 흥에 겨운 듯 연신 어깨를 들썩였다. 국악 장단 속 일렉트릭 사운드와 더블 베이스의 연주가 시작되자 공연장의 관람객은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이라는 이종교배를 통해 새로운 변주를 선보이는 한국 컨템퍼러리 음악에 열광했다.


1996년 여름, 배낭을 짊어지고 헝가리 부다페스트로 여행을 왔던 대학생 시절엔 상상도 못 했던 일이었다. 동유럽 한복판에 있는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한국의 전통 음악, 재즈,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넘나드는 실험적인 음악이 이토록 환대 받을 줄 말이다. 이날 밤 부다페스트 시민들의 열광적인 호응을 얻어낸 주인공은 바로 국내 재즈계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내며 활동 중인 신노이(SINNOI)였다.


신노이는 베이시스트 이원술, 경기민요와 정가를 두루 섭렵한 김보라, 일렉트로닉 사운드 아티스트 고담, 그리고 지난해 새롭게 합류가 피리 연주자 이나연이 이끄는 프로젝트팀이다. 신노이는 한국 재즈 밴드로는 유일하게 2024 부다페스트 재즈 페스티벌(Jazz Fest Budapest)에 초청돼 5월 10일 19시 부다페스트 시내에 있는 공연장 트라포(TRAFÓ)에서 <동방의 노래>, <한강>, <가망>, <심방곡> 등을 포함해 앙코르곡까지 총 9곡을 선보였다. 한국어 가사 전달로 인한 언어장벽은 없었다. 오히려 관객들은 이를 퍼포먼스의 하나로 받아들였다. 헝가리 관람객들은 가사가 전달하는 의미보다는 보컬 김보라의 표정, 몸짓, 감정과 이나연의 피리 연주 그리고 함께 스며드는 더블 베이스와 일렉트릭 사운드 앙상블이 선사하는 사운드 그 자체에 주목하는 수준 높은 관람 매너를 보여주었다.  


< 2024 부다페스트 재즈 페스티벌에서 5월 10일 신노이(SINNOI)의 무대 - 출처: 'Magyar Nemzet' >


가족 단위, 삼삼오오 친구들과, 혹은 혼자 공연을 관람하러 온 이들까지 관객 구성은 다양했으며 청소년에서 중장년층에 이르기까지 세대도 폭넓었다. 통신원은 왕복 6시간이 소요됨에도 데브레첸에서 기차를 타고 홀로 공연을 보러 온 관람객 아그네스 다로치(AgnesDaroczy, 56) 씨에게 신노이 공연을 보러 온 계기를 물었다. "저는 데브레첸의 한 고등학교에서 문학을 가르치는 선생님입니다. 케이팝에 대한 애정으로 데브레첸에 있는 세종학당에서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어요. 신노이는 이번 공연을 통해 처음 알게 된 그룹이에요. 한국의 전통 음악과 현대 음악을 믹스한 새로운 한국 음악을 선보인다고 해서 보러 왔어요. 케이팝만큼이나 한국의 전통 음악에 관심이 많습니다. 결국 현재는 과거에서 오는 것이니까요." 공연 후 감상평을 묻자 아그네스는 "이동 시간, 왕복 기차표, 입장료가 전혀 아깝지 않은 너무나 훌륭한 공연이었어요. 전통 음악과 현대 음악을 믹스해 이렇게 멋지게 공연할 수 있다니! 역시 한국의 문화예술은 뛰어납니다. 헝가리에는 없는 것들이죠. 사라져가는 전통을 한국인들은 어떻게 이렇게 멋지게 선보일까요? 부러운 마음과 동시에 이것이 제가 한국의 음악을 사랑하는 이유입니다."라고 말했다. 다른 관람객들 역시 전통과 현대의 조화에서 오는 아름다움을 신노이 공연의 정수로 손꼽으며 "이번 공연을 통해 한국 음악의 다양성과 새로움을 알게 돼 즐거웠다."고 답했다.


《Magyar Nemzet(머저르 넴제트)》 기자 에이드리엔 베이니에이(AdrienneBényei)는 지난 5월 13일 '한국 음악의 새로운 지평'이라는 제목으로 신노이의 성공적인 공연을 보도했다. 기사는 신노이의 그룹명이 갖는 의미에 대해 "한국의 가장 오래된 전통 음악 장르 중 하나인 무속음악에서 유래했음에 주목한다."고 전했다. 또한 "서로 다른 장르를 넘나드는 기악 앙상블 연주곡으로 새로운 현대 음악의 지평을 열고 있는 신노이 멤버들은 한국과 같이 전통과 현대의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부다페스트를 매우 좋아했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음악은 언어의 장벽을 허물 수 있다."면서 이번 2024 부다페스트 재즈 페스티벌을 시작으로 양국 간의 문화예술 교류에 대한 기대감을 선보였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Magyar Nemzet》 (2024. 5. 13). Új utak a koreai zenei életben, https://magyarnemzet.hu/kultura/2024/05/koreai-zenei-elet



성명 : 유희정[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헝가리/부다페스트 통신원]

약력 : 전) 한양대학교 강사, 대안공간 루프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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