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서울시 구로구의 이름을 딴 보르네오오랑우탄 '디지털 구로'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3.02.09

서울에는 말레이시아 도시 이름을 딴 도로가 있다. 서울특별시 구로구는 2012년 자매도시 협약을 맺은 말레이시아 남쿠칭시(SouthKuching)의 이름을 따 2020년 새말로18길을 '남쿠칭'으로 지정했다. 구로구는 '교류 도시 간 우의를 증진하고 교류를 높이고자 자매도시 이름을 딴 도로명을 쓰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서울특별시에 남쿠칭이라는 도로명이 있다면 말레이시아에는 구로구의 이름을 따온 '오랑우탄'이 있다.


구로구는 자매도시 협약을 기념해 2012년 쿠칭에서 태어난 오랑우탄을 입양해 '디지털 구로(Digital Guro)'라는 이름을 지었다. 남쿠칭시가 있는 보르네오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열대의 섬이자 세상에서 유일한 오랑우탄의 서식지 중 하나이다. 오랑우탄은 말레이시아 보르네오와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두 곳에만 서식해 이름 자체도 '숲에 사는 사람(Orang Hutan)'이라는 뜻의 말레이어 및 인도네시아어에서 유래했다.


< 구로구와 자매도시 협약을 맺은 남쿠칭 시청 - 출처: 통신원 촬영 >

< 구로구와 자매도시 협약을 맺은 남쿠칭 시청 - 출처: 통신원 촬영 >


오랑우탄 '디지털 구로'가 태어나 자란 곳은 세멩고 야생동물 보호구역(Semenggoh Wildlife Centre)이다. 1975년 설립된 세멩고 야생동물 보호구역은 653ha(약 197만 5,000평)에 이르는 방대한 면적에 오랑우탄을 비롯한 700마리의 야생동물이 살고 있는 곳이다. 특히 어미를 잃거나 다친 야생동물들이 이곳으로 온다. 자연보호구역 한가운데 위치해 있고 사람들의 출입을 제한해 야생으로 돌아가기 전 적응을 돕는 곳이다.

< 오랑우탄 '디지털 구로'의 가계도 - 출처: 통신원 촬영 >

< 오랑우탄 '디지털 구로'의 가계도 - 출처: 통신원 촬영 >


이곳에서 오랑우탄이 처음 태어난 것은 1996년이다. 이때 태어난 2마리 중 암컷 오랑우탄이 바로 디지털구로의 엄마인 '아날리사(Analisa)'이다. 아날리사는 2006년 10세에 첫째 '아나쿠'를 2012년 둘째 '디지털 구로'를 낳았다. 세멩고 야생동물 보호구역은 오랑우탄의 성격이나 특성에 맞는 별명을 지어주고는 하는데 아날리사는 지극정성으로 자식을 돌보는 모습에 '헌신적인 엄마(The Care Giver)'라는 별명을 얻었다. 디지털 구로의 형인 아나쿠는 엄마 아날리사의 '아나'와 할머니 스두쿠의 '쿠'를 따서 아나쿠라는 이름을 얻었다. 저돌적인 성격 때문에 물불 안 가리는 악마라는 뜻의 '데어-데빌(Dare-Devil)'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어린 시절 정글을 뛰어다니는 사고뭉치였으나 현재는 17세의 멋진 수컷 오랑우탄으로 늠름한 자태를 자랑한다. 디지털 구로의 별명은 안타깝게도 '너무 일찍 갔다(Gone Too Soon)'이다. 디지털 구로는 2015년 11월 4일 사망한 상태로 발견됐는데 부검 결과 사인은 폐렴이었다. 보호구역 관계자에 따르면 디지털 구로의 엄마 아날리사는 디지털 구로를 잃고 깊은 슬픔에 빠졌다고 한다.


< 오랑우탄 '디지털 구로'에 대한 소개 - 출처: 통신원 촬영 >

< 오랑우탄 '디지털 구로'에 대한 소개 - 출처: 통신원 촬영 >


디지털 구로를 볼 수 없다는 사실에 아쉬웠지만 이곳에서 디지털 구로의 형 아나쿠와 삼촌인 '가냐(Ganya)'를 볼 수 있었다. 가냐는 어린 시절 엄마 꽁무니만 쫓아다녀 '마마보이(Mama's boy)'라는 별명을 가졌다. 2008년생인 가냐는 어느덧 건장한 성인 오랑우탄으로 성장해 지금은 자유롭고 독립적으로 살아간다. 보호구역 관계자 스탠리 씨는 "디지털 구로가 사망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도 "그럼에도 자매도시 구로구가 심각한 멸종 위기에 처한 오랑우탄 보존에 기여한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보르네오오랑우탄은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기준 심각한 멸종 위기 상태인 위급 단계로 2015년 야생 보르네오오랑우탄의 수는 7만~10만 마리로 집계된다. 보르네오오랑우탄은 열대우림 훼손에 따른 서식지 파괴와 밀렵으로 25년 안에 멸종될 위기에 처해 있다.


< (좌)디지털 구로의 형 아나쿠와 삼촌 가냐, (우)아나쿠 - 출처: (좌)통신원 촬영, (우)보호구역 관계자 스탠리 씨 제공 >

< (좌)디지털 구로의 형 아나쿠와 삼촌 가냐, (우)아나쿠 - 출처: (좌)통신원 촬영, (우)보호구역 관계자 스탠리 씨 제공 >


멸종 위기에 처한 보르네오오랑우탄의 보호 가치에 주목해 개인과 국가 모두가 앞장서고 있다. 일본에서 활동하는 화가 나카노 이즈미(Nakano Izmi) 씨는 세맹고 야생동물 보호구역에 자신의 그림 작품 '땅의 눈물(Tears of Earth)'을 기증하며 긍정적인 영향력을 전달했다. 최근 뉴질랜드대사관에서 오랑우탄 한 마리를 입양하는 등 국가 차원에서도 긴밀한 협업을 지속하고 있다. 세맹고 야생동물 보호구역은 연 200링깃(약 5만 원)부터 10만링깃(3,000만 원)에 이르는 오랑우탄 후원 및 입양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 오랑우탄을 보호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은 작품 '땅의 눈물' - 출처: 통신원 촬영 >

< 오랑우탄을 보호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은 작품 '땅의 눈물' - 출처: 통신원 촬영 >


2023년을 맞이해 서울시 구로구와 말레이시아 남쿠칭시는 11년째 우호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두 도시는 자연과 생태로 주제를 확장하며 교류 사업을 풍성하고 다채롭게 이끌며 지속가능한 미래 가치를 전달하고 교류를 되짚어보는 특별한 11주년을 맞이하고 있다.

사진출처
- 통신원 촬영
- 세멩고 야생동물 보호구역 관계자 스탠리 씨 제공

참고자료
- 세맹고 야생동물 보호구역 공식 홈페이지, https://semenggoh.my/





홍성아

성명 : 홍성아[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말레이시아/쿠알라룸푸르 통신원]
약력 : 현) Universiti Sains Malaysia 박사과정(Strategic Human Resource Manage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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