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도시 타라나키의 유래와 한국어도서관 개관의 의의, 그리고 새해 한국문화행사 개최
구분
문화
출처
스터디코리안
작성일
2023.02.08

뉴질랜드 북섬에 타라나키(Taranaki)라는 지역이 있다. 이 지역을 가면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큰 산이 있는데, 대칭형으로 된 거대한 원뿔 모양의 산이다. 바로 뉴질랜드에서 두 번째로 큰 산인 '타라나키산'이다. 마오리 전설에 따르면 먼 옛날 타라나키산은 '통가리로산', '나우루호산', '루아페후산'이라는 화산들과 함께 살았다. 그런데 어느 때 타나라키산이 통가리로산과 싸운 적이 있다. 그 이유는 타라나키산이 평소 모두가 동경하던 한 아름다운 언덕을 유혹하려 했기 때문이다. 그 아름다운 언덕이 '피항아'라고 부르는 언덕이다. 그러자 질투심이 강한 통가리로산이 참지 못해 폭발해 버린다. 이에 놀란 타라나키산은 황급히 서쪽으로 달아나게 되었는데, 그 종착지가 바로 지금의 위치라고 한다.


이런 재미있는 전설을 가진 타라나키는 '타라나키산'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다. 그렇다면 '타라나키'라는 말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원래 마오리어인 '타라나키'는 '빛나는 봉우리'를 뜻한다. 해발 2,518m에 위치한 타라나키산은 약 12만 년 전에 생성된 화산이다. 이 산을 등산하다 보면 신기한 장면을 목격할 수 있다. 식물분포의 면에서 특이한 현상이 있는데, 해발 고도별로 서로 다른 식물군이 서식한다는 점이다.


타라나키는 도시 전체 인구가 122,700명(2019년 기준)에 불과하다. 뉴질랜드 자체 인구가 520만 명 정도니 열 번째로 큰 도시다. 한국인은 어린이까지 포함해서 약 200명이 거주하고 있다. 이 작은 도시에 신선한 변화가 일어난 것은 2021년 5월이었다. 한인회가 출범한 것이다. 일단 한인들이 있는 곳이면 그것이 어디든 한인 동포들을 위한 소통과 정보 교류의 장이 필요하다. 이는 그 지역에 대한 정보를 서로 나누고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게 된다. 이런 면에서 한인회의 역할은 상당히 크다. 특히 한인 동포들이 비즈니스를 할 경우, 인재를 구하고자 할 경우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지역 사회에 한국을 홍보하는 매개체의 역할도 하고 있다. 아무튼 타라나키 지역에 한인회의 출범은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타라나키 지역에서 매년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다문화 행사와 퍼레이드가 있다. 이런 행사에 준비해야 할 필수적인 것이 있다면 한복이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타라나키에서 한복을 구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소통과 정보 공유의 장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복은 우리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갖게 하고 타라나키 지역에 한국을 알리는 데 큰 힘이 된다. 한복이 없다고 해서 한국을 알리는 데 어려움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문화적 체험을 해 봄으로써 한국 문화 유무형의 가치를 실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한인회가 출범하지 않았다면 여러 가지 어려움은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다. 타라나키 한인회의 출범이 이뤄짐에 따라 뉴질랜드에는 지역별로 총 11개의 지역 한인회가 활동하고 있다. 뉴질랜드 현지에서 태어나 성장한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에게 우리 문화적 자긍심과 정체성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은 상당히 바람직하다. 특히 인성교육을 중시하는 시대적 상황에서 우리 문화에 대한 교수·학습은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타라나키의 중심지는 '뉴플리머스'다. 여기 중심에 한국 전쟁에 참전한 기념비가 있으며 'South Korea'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그런 면에서 참전용사와의 만남이 있어야 한다. 만남을 주선하는 데 공신력이 있는 단체가 있어야 한다. 그 중심에 한인회가 있다.


타라나키 한인회 배너, 출처: 해피월드 TV

타라나키 한인회 배너, 출처: 해피월드 TV


타라나키 한인회는 출범과 동시에 비약적인 발전을 하게 된다. 그것은 한국어·한글 교육과 한인 커뮤니티, 그리고 사랑방으로도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그 일환으로 '타라나키 커뮤니티 한글도서관'이 탄생했다. 그동안 타라나키 지역 한인들은 한글로 된 책을 구할 수 없어 갈증을 느끼고 있었다. 또 한인 자녀들에게는 한글 및 한국어 교육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그런 면에서 한글도서관의 개관은 가뭄에 내리는 한줄기의 단비와도 같았다. 자연스럽게 한인 어린이와 학부모들은 한국어로 된 책을 쉽게 빌릴 수 있었다. 이러한 환경을 만드는 데 적극적으로 도움을 준 단체가 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수십 년 동안 책 보내기 운동을 활발히 전개해 온 사단법인 '해외동포 책보내기운동 협의회'다. 타라나키 한인회는 이 단체로부터 약 천 권 정도의 책을 기증받음으로써 한글도서관을 개관할 수 있었다. 사실 한글과 한국어 교육은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유지, 계승하는 데 핵심 인자라 할 수 있다. 비록 작은 도시에 불과한 타라나키에서 한글도서관의 탄생은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자긍심을 일깨워 준 큰 선물이 아닐 수 없다.


타라나키 커뮤니티 한글도서관, 출처: 해피월드 TV

타라나키 커뮤니티 한글도서관, 출처: 해피월드 TV


한국어 도서관 개관 연찬회 이모저모, 출처: 타라나키 한인회

한국어 도서관 개관 연찬회 이모저모, 출처: 타라나키 한인회


지난 1월 21일 타라나키의 한인회에서는 새해맞이 문화행사가 열렸다. 이번 행사에 우리 동포는 물론 뉴질랜드 현지 주민들, 외국인들도 함께 참여하여 더욱 풍성한 새해 한국문화행사를 개최할 수 있었다. 뉴질랜드에 사는 민족은 약 120개에 이른다. 그러하기에 다민족 행사를 국가 또는 지자체 차원에서 해마다 정기 행사로 치른다. 다른 문화를 향유하고 이해하는 것은 서로 다름을 인정하여 문화적 충돌을 방지하는 데 일조를 한다. 따라서 새해맞이 행사에 다른 민족들과 함께 어우러져 한국의 아름다운 문화를 공유한다는 것은 문화적 즐거움을 누리는 것 외에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된다. 이번 행사에는 함께 우리의 전통 민속놀이를 즐기고 떡국, 간식 등을 나누어 먹는 시간도 가졌다. 뿌리 깊은 전통 민속놀이인 투호, 윷놀이, 제기차기에서는 모두가 재미에 흠뻑 빠져들어가는 듯 환호성을 지르기도 했다.

세계화란 결코 어렵거나 멀리 있는 것이 아닌, 뿌리 깊은 우리 고유의 전통문화를 어떻게 전파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본다. 이날 행사에는 '사바 아프잘(Saba Afzal)' 다민족부의 보좌관이 참석하여 축하 연설도 했다. 민속놀이 외에 민요 아리랑에도 큰 관심을 보이는 뉴질랜드인들이 있었다. 한 뉴질랜드인은 "할아버지께서 한국전쟁에 참전했다. 그때 할아버지께서는 아리랑을 들었는데 너무 아름다운 노래여서 한국인들에게서 배웠다고 한다. 70년이 지난 지금도 아리랑을 잊지 않고 즐겨 부른다."라고 말하며 할아버지의 영향으로 아리랑을 배웠다고 했다. 행사 참석자 중에는 아리랑 노래를 직접 가르쳐 달라는 사람도 있어서 몇몇 한인은 즉석에서 가르쳐 주기도 했다. 또 부추전을 만드는 방법도 선보였는데 부추전이 정말 맛있다는 표현을 연발하기도 했다. 타라나키의 큰 행사 중 하나인 다민족 페스티벌의 다민족 퍼레이드에 2년 전 처음으로 뉴플리머스 한국학교가 참여했다. 뿌듯한 일이다. 이제 타라나키 한인 커뮤니티가 더욱 확대·발전돼가고 있으니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을 갖고 지역 발전에 기여하는 사람들이 많이 나타나기를 기대한다.


사바 아프잘(Saba Afzal) 다민족부의 보좌관의 축하 연설, 출처: 해피월드 TV

사바 아프잘(Saba Afzal) 다민족부의 보좌관의 축하 연설, 출처: 해피월드 TV


타라나키 한인회의 새해 한국문화행사, 출처: 해피월드 TV

타라나키 한인회의 새해 한국문화행사, 출처: 해피월드 TV


타라나키 한인회의 새해 한국문화행사에 참여란 동포들과 지역민들. 출처: 해피월드 TV

타라나키 한인회의 새해 한국문화행사에 참여란 동포들과 지역민들. 출처: 해피월드 TV



박춘태
 뉴질랜드 박춘태
 한글세계화운동 뉴질랜드 본부장
 중국 북경화지아대학교 국제교류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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