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인터뷰] 다이오라마 기법으로 캐나다 관객들을 만나다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3.02.03

아픈 엄마를 위해 도라지를 찾아 나선 아이는 가파른 산을 만나게 된다. 뒤이어 호랑이, 토끼, 소, 용 등 익숙한 십이간지 동물들이 나타나 아이의 여정에 동참한다. 한국의 전래동화를 연상하는 이 그림들은 '올카 캐나다 어린이 출판사(Orca Book Publishers)'에서 출간한 영어책 <Once upon an Hour> 삽화의 일부이다. 한국계 캐나다인 최유경 작가가 글을 쓰고 김소연 작가가 그림을 그린 어린이 동화책 <Once upon an Hour>는 해와 별과 달과 함께 어우러진 동물들이 24시간을 대표하는 한국 시간을 알려주는 이야기이다. '다이오라마(Diorama)'라는 입체 예술을 통해 한국적인 미를 매혹적이고 호기심 있게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김소연 작가를 만나 그녀의 작품 세계에 대해 들어 보았다.


< 최유경 작가가 글을 쓰고 김소연 작가가 일러스트한 'Once upon an Hour' - 출처: 김소연 작가 제공 >

< 최유경 작가가 글을 쓰고 김소연 작가가 일러스트한 'Once upon an Hour' - 출처: 김소연 작가 제공 >


작가님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김소연이라고 합니다. 중학교 1학년까지 한국에서 지내다가 2000년 캐나다 토론토로 이주했습니다. 요크대학(York University)에서 미술과 교육 프로그램을 공부했고 현재 예술과 교육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교과서 출판사인 '피얼슨 에듀케이션(Pearson Education)'에서 마케팅 매니저로 근무하는 동시에 프리랜서로 일러스트레이트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올해 나오는 책까지 포함하면 총 8권의 어린이 그림책에 삽화를 그렸습니다. 그 외에도 전시회, 설치미술, 영화 등의 다양한 형태의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고 워크숍, 프레젠테이션, 레지던트 등 여러 예술 관련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 통신원과의 화상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김소연 작가 - 출처: 통신원 촬영 >

< 통신원과의 화상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김소연 작가 - 출처: 통신원 촬영 >


작가님의 작품은 단순한 일러스트와는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자연과 환경에 관심이 많아 '다이오라마(Diorama)'라는 아트 형식을 활용해 표현하고 있습니다. 세밀한 작업이 요구되는 '다이오라마'는 단순 스케치와 페인팅뿐만 아니라 이를 오리고 배치해 입체적인 예술 형태로 선보여 기존 일러스트레이트와 다르게 연출됩니다. 종이나 컴퓨터가 아니라 손으로 하나하나 만드는데요. 박스라는 틀 안에서 작업합니다. 그림책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3D 형태의 작품을 사진 촬영해 전달하는 작업이 추가로 진행됩니다.

사실 '다이오라마' 아트를 시작하게 된 것에는 재미있는 일화가 있는데요. 대학교 3학년 때 엄마와 동생이 토론토로 이민을 왔는데 집에 박스가 너무 많이 널려 있었습니다. 당시 드로잉 클라스를 듣고 있었는데 '종이에 그림을 그리기 보다 입체적인 것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박스를 이용해 연구하고 실험 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입체로 표현하기 위해서 한지나 먹물과 같은 소재에도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종이의 형태와 텍스처를 이용했습니다. 한국적인 미, 한국인으로서의 센스가 작품 곳곳에 그런 식으로 묻어나는 것 같습니다.


< 최유경 작가가 글을 쓰고 김소연 작가가 일러스트한 'Once upon an Hour'의 일부 - 출처: 김소연 작가 제공 >

< 최유경 작가가 글을 쓰고 김소연 작가가 일러스트한 'Once upon an Hour'의 일부 - 출처: 김소연 작가 제공 >


지금까지 상도 여러 번 받으시고 미술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셨는데요. 예술가로서 걸어오신 길에 대해서 말씀해 주세요.
캐나다에서 가장 오래되고 규모도 큰 '토론토 야외 미술 박람회(Toronto Outdoor Art Fair)'에서 학생으로서는 처음 작품을 전시하고 수상하면서 일러스트레이터로서의 길을 시작했습니다. 해당 전시회에서 어린이 출판사인 '올뺴미아이들(Owlkids)'의 담당자가 저의 작품에 관심을 보여 삽화 그리는 것을 제안해 엘린 켈지(Elin Kelsey) 박사가 쓴 <너는 작은 우주야(You are stardust)> 작업에 참여했니다. 책이 캐나다도서관협회(Canadian Library Association Canada)에서 주는 '아멜리아프란시스 하워드 깁본 일러스트레이터 상(Amelia Frances Howard-Gibbon Illustrator’s Award)'를 수상하면서 애니메이션 작업을 비롯해 학교나 도서관에서 주최하는 예술 워크숍, 프레젠테이션, 레지던시 프로그램, 설치 미술 등 여러 활동을 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레지던시 프로그램은 타 지역 생활을 하며 그곳 현지인들과 예술가들과 교류해 커뮤니티의 수요에 맞는 워크숍을 진행하는데요. 호주를 비롯해 여러 곳에 참여했습니다. 그중에서도 2021년 토론토도서관에서 주최한 레지던시 프로그램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온라인으로 여러 연령대의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하며 워크숍을 했어요.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서로에게 영감을 줄 수 있었던 경험이 새로웠습니다.


< 극장 밖에 설치된 김소연 작가의 작품 - 출처: 김소연 작가 제공 >

< 극장 밖에 설치된 김소연 작가의 작품 - 출처: 김소연 작가 제공 >


최유경 작가님과 책 <Once upon an Hour>을 함께 작업하셨는데 한국계 캐나다인들의 공동작업이 돋보였습니다. 어떻게 함께 일하시게 되셨나요?
오카(Orca) 출판사에서 최유경 작가님의 책과 잘 어울릴 것 같다고 먼저 연락이 왔는데요. 한국 작가님께서 쓰신 한국 이야기라고 해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캐나다에서 공부할 때부터 지금까지 관련 분야에서 한국인을 잘 만나지 못했는데 최유경 작가님을 알게 돼 무척 기뻤습니다. 어릴 적부터 할머니에게 듣던 전래동화를 많이 좋아했는데요. 이 작업을 통해 한국 이야기를 한국의 전통적인 기법으로 어떻게 전달할지 공부하는 기회가 돼 더욱 좋았습니다. 평소에 환경과 관련된 논픽션 작업을 많이 진행하기 때문에 한국문화를 바탕으로 하는 작업은 처음이었지만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작업 후에도 최유경 작가님과 북토크, 워크숍 등 여러 이벤트를 함께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 인터뷰 중 김소연 작가가 여러 다이오라마 작품을 소개하는 모습 - 출처: 통신원 촬영 >

< 인터뷰 중 김소연 작가가 여러 다이오라마 작품을 소개하는 모습 - 출처: 통신원 촬영 >


다이오라마 작업은 종이나 컴퓨터로 작업하는 것에 비해 시간이 몇 배로 걸리실 것 같은데요. 어려운 점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출판사와 일을 할 때면 다이오라마 예술에 익숙하지 않으셔서 최종 결과물을 보실 때까지 불안해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입체적으로 완성되기 전이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든 저의 작품에 대해 확신을 주어야 하고 이를 위해 중간에 작업 사진을 보내며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아이디어에서부터 책이 완성되기까지 보통 1년 정도가 걸리는데요. 한 상자를 만들면 보통 2 페이지 분량의 삽화가 완성됩니다. 그러다 보니 보관이 쉽지 않아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전시회도 계획은 하고 있는데 어디서 개최하면 좋을지, 준비하는 기간 동안 어떻게 보관하면 좋을지 등에 대한 고민이 있습니다.

앞으로 계획과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일까요?

올해 봄에 8번째 책 <When sunlight tiptoes>가 출간될 예정이고 4월에도 오타와워크숍이 예정돼 있습니다. 자연을 통해 얻는 다양한 영감을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 작품으로 표현하고 싶습니다. 다이오라마 예술을 통해 현실적인 세상과 놀랍고도 환상적인 세상이 박스라는 프레임 안에 공존하고 있음을 드러내고 싶습니다. 관객으로 하여금 자신도 같은 공간 안에 공존하고 있음을 알게 해 즐겁게 탐험할 수 있도록 초대하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작가로서 꾸준히 책 작업을 진행하고 싶어요. 이외에도 필름과 설치, 전시미술 등 다양한 방식과 형식으로 다이오라마 예술을 하고 싶습니다. 더불어 한국적인 기법과 방식에 대한 연구도 지속하고자 합니다.

박스라는 독특한 소재를 활용해 현실과 환상을 함께 선보이는 김소연 작가의 작품들은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애니메이션과 영화, 설치미술과 동화책을 통해 계속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적인 소재와 기술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와 도전이 어떻게 완성될지, 또 이러한 결과가 캐나다 예술계와 관객들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기대된다.

사진출처
- 김소연 작가 제공
- 통신원 촬영




고한나

성명 : 고한나[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캐나다/토론토 통신원]
약력 : 현) Travel-lite Magazine Senior Editor 전) 캐나다한국학교 연합회 학술분과위원장 온타리오 한국학교 협회 학술분과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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