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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아티스트 에드 루샤(Ed Ruscha) 그림에서 한글이 보인다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4.05.20

팝아티스트 에드 루샤(Ed Ruscha) 그림에서 한글이 보인다


LA 카운티 미술관(LACMA, Los Angeles County Museum of Art) 내 브로드 컨템퍼러리 아트 뮤지엄(BCAM, Broad Contemporary Art Museum) 2층에서 미국의 팝아티스트인 에드 루샤(Ed Ruscha, 1937~)의 <지금 그때(Now Then)> 전시가 열리고 있다. 이 전시는 오는 10월 6일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에드 루샤는 네브라스카에서 태어나 오클라호마시티에서 성장했으며 18세 때인 1956년에 LA로 이주했다. 그로부터 5년 후인 1961년, 23세 때에는 7개월간 유럽을 여행했는데 여행지에서의 경험은 그가 예술가로 삶을 살아가게 된 자극제가 됐다.


미국의 팝아티스트인 그는 독특한 작품 스타일과 영향력을 바탕으로 미국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도 인정받고 있으며 현대 예술사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도시 생활, 자동차, 광고, 미국의 문화 등을 소재로 한 그의 작품은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이미지와 텍스트의 조합을 특징으로 한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1958년부터 2022년까지 64년에 걸쳐 창조한 그의 다양한 작품을 한곳에 모아놓았다. 크로스미디어전으로, 회화, 드로잉, 사진, 인쇄물, 책 등 여러 매체에 표현된 루샤의 작품 76점을 통해 그의 작품 주제, 표현 방법을 추적하며 예술의 경계를 뛰어넘는 그의 공헌을 되돌아볼 수 있다.


< '지금 그때(Now Then)' 전시 - 출처: 통신원 촬영 >


에드 루샤는 소비문화, 엔터테인먼트산업 등을 소재로 하는 예술을 통해 미국 사회의 현상를 비췄다. 특히 주차장, 도시의 거리, 아파트 건물 등 결코 아름답지 않은 도시의 건축 풍경을 화폭에 담아 미국의 도시화와 소비문화에 대한 선명한 비판과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냈다. 전시회의 첫 세 공간은 1960년대의 '고전적인 루샤'라고 생각되는 작품들로 가득 차있다. 이 시기에는 '스매시(Smash)', '라디오(Radio)', '애니(Annie)' 등 하나의 단어를 그리거나, <스탠더드 스테이션(Standard Station, 1966)>, <할리우드(Hollywood, 1968)>, <선셋 스트립의 모든  건물(Every Building on the Sunset Strip, 1966) 등 LA의 실제 풍경을 화폭에 옮겼다.


< 에드 루샤의 1970년대 작품인 '초콜릿 룸(Chocolate Room)' - 출처: 통신원 촬영 >


이번 전시에서는 루샤가 1970년 베니스 비엔날레에 출품했던 <초콜릿 룸(Chocolate Room)> 설치물도 찾아볼 수 있다. 《Los Angeles Times(LA 타임스)》는 이 전시에 대한 리뷰 기사에서 "LA 카운티 미술관이 <초콜릿 룸>을 문이 하나뿐인 밀폐된 방에 정확하게 설치했다."며 고마워했다.


< 에드 루샤의 작품, '실제 크기(Actual Size)' - 출처: 통신원 촬영 >


에드 루샤의 작품은 무척 사실적으로 보이지만 실제 눈으로 볼 수 있는 것보다 더 큰 문화적 기억, 허구를 담고 있다. 예를 들어 <실제 크기(Actual Size)>라는 작품은 스팸 한 통이 캔버스를 가로질러 날아가고 있고 푸른 바탕에 강렬한 노란색으로 '스팸(SPAM)'이라 적어 넣었다.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스팸 통조림을 통해 그가 표현하려 했던 주제는 무엇이었을까, 생각해 본다. 육류 통조림인 스팸은 미국의 노동자 계급에게 저렴한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점심 메뉴였다. 버려지는 부위를 모아 하나의 상품이 된 스팸 통조림은 자본주의에 의해 소외된 인간성, 부품으로 전락한 인간의 존엄성을 되돌아보게 한다. LA 카운티 미술관은 완성된 지 1년 만에 해당 작품을 인수해 에드 루샤의 작품을 컬렉션에 포함한 최초의 뮤지엄이다.


< 에드 루샤의 작품, '오래된 툴앤다이 빌딩(The Old Tool & Die Building)' - 출처: 통신원 촬영 >


통신원이 가장 호기심을 가지고 본 에드 루샤의 작품은 <오래된 툴앤다이 빌딩(The Old Tool & Die Building, 2004)>이었다. 뉴욕 휘트니 뮤지엄(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에서 대관한 이 작품은 그가 1992년에 제작한 '블루 칼라(Blue Collar)' 시리즈의 주제를 다시 다뤄 다섯 점의 그림들로 구성한 '제국의 코스(Course of Empire)' 시리즈의 한 부분이다. 작가는 한때 미국 도시 풍경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산업용 건물을 소재로 택했다. 해당 건물들은 용도가 변경되거나, 폐기되거나, 확장되거나, 쓸모없게 된 오래된 장소다. 한때 융성했다가 쇠퇴하고 파멸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인간 문명의 불가피한 순환을 기록했다. 에드 루샤는 한때 부품을 생산했던 건물과 함께 자신도 모르는 한글과 한자 간판을 보고 그려 넣었다. 암호를 해독하듯 이리 보고 저리 보면서 통신원은 이 작품 속의 한국어 간판이 아마도 '거북선 슈퍼'가 아닐까, 짐작해 볼 뿐이다. 그 이국적인 문자를 보며 나름 있는 그대로 스케치하고 색칠했을 에드 루샤는 어쩌면 20년 전에 한글에 매혹된 한류 팬이 아니었을까.


< 에드 루샤를 초청해 열렸던 오프닝 행사 - 출처: 통신원 촬영 >


이번 전시가 시작되기 전인 4월 3일, LA 카운티 미술관에서는 시니어가 된 에드 루샤와 함께 LA 언론인들을 초청해 질의응답 시간을 갖기도 했다. 시대를 앞서간 동시대의 아티스트를 눈앞에서 마주한 감동은 매우 컸다.



사진출처: 통신원 촬영





성명 : 박지윤[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미국(LA)/LA 통신원]

약력 : 현) 마음챙김 명상 지도자. 요가 지도자 '4시엔 스텔라입니다.' 진행자 전) 미주 한국일보 및 중앙일보 객원기자 역임 연세대학교 문헌정보학과 졸업 UCLA MARC(Mindful Awareness Research Center)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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