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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독일에서 한국 영화의 꽃을 피운 '프로젝트K'가 그리는 한류의 미래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4.05.28

[인터뷰] 독일에서 한국 영화의 꽃을 피운 '프로젝트K'가 그리는 한류의 미래


'프로젝트K'는 괴테대학교 한국학 전공 학생들과 한국영화제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여 2012년 결성한 독일 프랑크푸르트 비영리단체다. 매년 주프랑크푸르트 대한민국 총영사관의 지원을 받아 한국영화제를 개최하고 있다. 2023년 제12회 프랑크푸르트 한국영화제는 최대 멀티플렉스 시네스타 메트로폴리스(CineStar Metropolis)와 프랑크푸르트 내 가장 긴 역사가 있는 엘도라도(Eldorado)에서 개최됐다. 셀린 송 감독의 <패스트 라이브즈(Past Lives)>를 포함한 20편의 상업 및 독립영화를 비롯해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상영했다. 더불어 한복, 공예, 전통 놀이, 케이팝 댄스 경연대회 등 한국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이 함께 마련됐다.


2019년부터 '프로젝트K'에서 활동하며 현재는 대표직을 수행하고 있는 김대일 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프로젝트K' 대표 김대일이라고 합니다. 한국에서 태어났고 어렸을 때 독일 국적을 취득했습니다. 법학을 전공했고 현재는 '프로젝트K'에서 대표직을 맡고 있습니다.


'프로젝트K'가 생소한 분들을 위해 어떤 단체인지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프로젝트K'는 한국 영화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모여 2012년 결성한 단체입니다. 당시에는 한국문화의 영향력이 비교적 미미했기 때문에 단순히 학생들이 한국 영화를 큰 스크린을 통해 상영하고 싶어 만든 단체였습니다. 프랑크푸르트 괴테대학 보켄하임 캠퍼스(Bockenheimer Campus)에서 3일 동안 첫 한국영화제를 열었습니다. 2층에는 상영관이 있었고 1층에는 카페코츠(Cafe Koz)라는 공간이 있었습니다. 2층에서 한국 영화를 상영하고, 1층에서는 한국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했습니다. 작은 규모로 시작한 한국영화제는 2014년 무렵 시네스타 메트로폴리스라는 영화관으로 옮겨 행사를 개최하면서 더 큰 영향력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프로젝트K'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매년 한국영화제를 개최하고 있고 향후에는 영화제뿐만 아니라 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더욱 확장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프랑크푸르트 한국영화제 현장을 방문해 보니 한국인보다 독일인이 훨씬 많았는데요.

네, 그렇죠. 매번 놀랍니다. 과거에 관객분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는 단순히 "한국이 좋다." 수준의 대화가 이어졌는데 요즘은 한층 더 깊어진 전문적인 대화를 나누는 상황이 됐습니다. 관객분들이 한국에 대해 더 많이 알고 계신 것이죠. 이제는 한국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영화 자체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찾아주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어떤 경우에는 저보다 더 많이 알고 계신 관객분들도 계십니다.


한국영화제의 흥행, 독일의 어떤 문화적 특징 때문일까요?

독일인들은 문화를 체험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박물관, 전시, 영화관을 좋아합니다. 독일인은 문화 부문에서 소비를 잘하려고 하는 편입니다. 특히 아시아 문화라고 하면 더 관심을 갖는 편이에요. 과거에는 아시아 문화로 체험할 수 있는 것이 일본의 문화밖에 없었거든요. 현재는 한국이라는 국가가 독일 내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니 더 많은 관심을 갖는 것 같습니다.


한국만의 매력은 어떤 것일까요?

케이팝산업이 커지며 대세가 되는 것의 영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한국문화를 깊이 있게 이해하고 있는 분들은 많지 않아요. 한국이 그저 슬프고 가난한 역사를 지닌 국가가 아니라 스스로 어려움을 극복했다는 스토리를 잘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2019년부터 '프로젝트K'에서 활동하며 현재는 대표직을 수행하고 있는 김대일 씨 - 출처: 통신원 촬영 >


2013년 당시 3,500명 정도의 관객이 한국영화제를 찾았다고 하는데요. 2023년에는 어땠나요?

당시 3,500명 관객은 문화 체험 프로그램 참가자를 포함한 관객수일 겁니다. 2023년에는 3,000명 정도의 관객분들이 한국영화제를 찾아주셨습니다. 현재 한국영화제의 가장 어려운 부분은 스트리밍이에요. 이에 대해서는 저희뿐만 아니라 다른 국제영화제, 그리고 상업 영화관도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에키노스(EKinos)라는 영화관이 문을 닫았습니다.*

* 통신원이 확인해 본 결과, 영화관 에키노스는 2024년 4월 28일부로 운영을 종료했다.


문화 체험 프로그램 이야기가 나왔는데요. 독일 관객이 가장 관심을 보이는 프로그램은 어떤 것인가요?

지금까지 가장 인기가 많은 프로그램은 한복 체험입니다. 독일에는 한복을 입어볼 수 있는 장소가 많지 않아요. 또한 체험이 무료이기 때문에 지나가시는 분들이 호기심을 가지고 참여하시기도 하고요. 올해 문화 체험 프로그램과 관련해서는 변화가 있을 예정입니다. 지난해까지는 영화관 내부에서 작은 규모로 진행했는데 올해부터는 더 넓은 공간을 계획해 보고자 해요.


더 넓은 공간에서 여는 문화 체험 프로그램, 왜 필요할까요?

영화관 내부는 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기에 협소합니다. 독일 영화관은 큰 공연을 할 만한 공간이 없고 특히 영화관에서 한국 음식을 판매하는 것에 제한사항이 있습니다. 유럽에는 옛날에 지은 건물이 많거든요. 그래서 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아예 다른 공간에서 진행해 보려고 합니다. 리시터 필름 페스트(Lichter Filmfest Frankfurt)라는 프랑크푸르트 국제영화제나 프랑크푸르트 일본영화제를 보면 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다른 장소에서 진행합니다. 아예 다른 공간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하면 소규모 체험만이 아니라 콘서트, 태권도 시범 등 다양한 행사를 기획할 수 있거든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예술가를 지원하고 싶습니다. 전통문화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의 예술 작품이 전시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만들자는 것이죠.


단순 영화제를 넘어 한국문화가 모이는 장소로 도약시키겠다는 계획이군요. 앞으로 '프로젝트K'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어떤 것일까요?

'프로젝트K'가 보다 더 용감해졌으면 합니다. 한국문화를 독일인들에게 알리는 과정에서 더 솔직해지는 것이 매력이 되거든요. 예를 들면 한국 사회의 어두운 면도 조명하는 것이죠. 독일인들은 그런 솔직함을 좋아합니다. 있는 그대로를 보는 소비자도 솔직해지기 마련이고 더 좋은 대화가 이어질 수 있겠죠. 한국과 독일은 분단 역사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역사가 특별한 점은 국민 스스로가 민주화를 이루어냈다는 것인데요. 한국을 홍보할 때 이 점이 잘 강조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역사적인 관점에서 한국을 '어려움을 극복한 국가'라고 조명한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지 않을까 생각해요. '프로젝트K'가 관객들이 한국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많은 관계자분이 유럽에서 한류 행사를 기획하고 계시는데요. 당부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관계자들이 모여 소통할 수 있는 정기적인 행사가 있었으면 합니다. 지원 사업에 대한 정보가 때때로 '프로젝트K' 내부까지 도달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유럽에서 한류 관련 사업을 하는 분들을 직접 만나면 현지 반응에 대해서도 보다 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협업에 대한 가능성도 찾을 수 있고요.


올해 프랑크푸르트 한국영화제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이번 한국영화제의 주제는 '세대'입니다. '세대 차이'라는 단어가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데 세대 간 근본적인 차이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소통이 원활하지 않고 오류가 발생해 간극이 생기는 거라고 보거든요. 한국영화제를 통해 다른 세대가 만날 수 있고 서로 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자는 것이 올해 한국영화제의 주제입니다. 올해 프랑크푸르트 한국영화제는 10월 23일부터 27일까지 개최됩니다. 아트하우스 키노 엘도라도(Arthouse Kino Eldorado)와 아트하우스 키노 시네마(Arthouse Kino Cinema)라는 영화관에서 진행될 예정입니다. '프로젝트K'는 매년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기 때문에 올해도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프로젝트K'는 영화산업이 독일에서 힘을 잃어가는 와중에도 한국영화제에 대한 관심을 이끌었다. 한류 사업은 한국의 긍정적인 측면을 부각시키는 것을 넘어 한국에 대한 대화를 이끌어나가는 계기를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화려한 외모로 이목을 끄는 케이팝 그룹이나, 한국의 눈부신 경제성장을 강조하는 것을 초월한 '솔직한 대화'가 필요한 이유다. 이러한 솔직함이 독일 소비자를 사로잡을 핵심요소가 될 수 있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주프랑크푸르트 대한민국 총영사관 홈페이지, https://overseas.mofa.go.kr/de-frankfurt-ko/brd/m_9520/view.do?seq=1341492


- 시네스타 그룹(Cineplex Gruppe) 홈페이지, https://www.cineplex.de/infos/anfahrt-und-oeffnungszeiten/frankfurt/




성명 : 최경헌[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독일/프랑크푸르트 통신원]

약력 : 주프랑크푸르트 대한민국 총영사관 현장실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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