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인터뷰] 사라왁 전통주 '투악(Tuak)'을 알리는 배드캣 보르네오 대표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3.01.04

최근 말레이시아 주류 업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말레이시아는 주류를 금기시하는 이슬람 국가이지만 젊은 세대를 타깃으로 수제 맥주 브랜드가 출시되고 있는 것은 물론, 두리안 등 지역 특산품을 내세운 주류가 유통되고 있다. 또한 과거 동말레이시아에서만 볼 수 있던 사라왁의 전통 술인 '투악(Tuak)'을 쿠알라룸푸르가 있는 서말레이시아에서도 찾아볼 수 있게 됐다. 통신원은 이러한 말레이시아 주류 시장의 변화를 살펴보고자 배드캣 보르네오 메이나드(Maynard Langet) 대표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 사라왁 투악 브랜드 배드캣 보르네오 - 출처: 배드캣 보르네오 인스타그램 계정(@badcatborneo) >

< 사라왁 투악 브랜드 배드캣 보르네오 - 출처: 배드캣 보르네오 인스타그램 계정(@badcatborneo) >


배드캣 보르네오 브랜드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배드캣 보르네오(Bad Cat Borneo)는 2018년 설립된 투악(Tuak) 브랜드로 사라왁 비다유(Bidayuh) 부족의 양조 방법을 계승해 빚은 투악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과거에서 내려오는 전통 방식을 통해 쌀로 만든 투악을 생산하며 사과, 파인애플, 로젤 등 젊은 세대를 겨냥한 투악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사라왁 지역 특산물인 후추가 들어간 투악, 훈연향이 인상적인 스모크 투악을 새롭게 출시했습니다.

동말레이시아 투악(Tuak)은 어떤 술인가요?

투악은 인도네시아 군도에서 유래해 동남아시아 많은 지역에서 전통주를 지칭하는 단어로 쓰입니다. 인도네시아 일부 지역에서는 야자 추출물, 야자나무 열매인 살라크(Salak) 등으로 만든 술을 '투악(Tuak)'이라고 부르는 반면, 사라왁이 있는 보르네오에서는 코코넛이나 야자나무로 만든 술을 '리족(Ljok)'이라고 부릅니다. 투악과 리족, 그리고 서말레이시아에서 코코넛과 야자나무로 만든 투악 등 이름은 조금씩 다르지만 지역과 민족의 생활방식과 문화가 담긴 술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처음 투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어떻게 투악 사업을 시작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비다유족인 저희 집안은 4대째 투악을 만들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집에서 만든 투악을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했는데 주문 수량이 점차 늘어났습니다. 전통주인 투악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고 전통주 시장 규모가 크지 않다는 것을 느껴 본격적으로 투악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투악은 단순한 술이 아니라 보르네오의 생활방식, 문화, 역사가 담긴 술입니다. 앞으로 배드캣 보르네오를 통해 전통주 산업을 활성화하고 투악을 주류(主流)로 육성하고 싶습니다.


< 사과, 후추, 생강맛 투악 등 전통주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배드캣 보르네오 - 출처: 통신원 촬영 >

< 사과, 후추, 생강맛 투악 등 전통주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배드캣 보르네오 - 출처: 통신원 촬영 >


최근 다양한 투악 브랜드가 생겨난 가운데 베드캣 보르네오가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되는 점은 무엇인가요?
배드캣 보르네오는 1년 숙성한 한정판, 커피맛 투악 등 현대적인 소비자의 입맛에 맞춰 상품을 다양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투악을 단순히 마시는 주류로 알리는 것이 아니라 투악에 담긴 사람들과 역사를 전달하는 브랜드라는 점에서 다른 브랜드와 구별된다고 생각합니다.


< 배드캣 보르네오가 새롭게 출시한 커피맛 투악 - 출처: 배드캣 보르네오 인스타그램 계정(@badcatborneo) >

< 배드캣 보르네오가 새롭게 출시한 커피맛 투악 - 출처: 배드캣 보르네오 인스타그램 계정(@badcatborneo) >


한국에도 소주, 막걸리 등 다양한 주류가 있습니다. 한국 주류와 투악의 유사한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한국 주류인 소주와 막걸리를 맛본 적이 있습니다. 막걸리는 투악과 비슷한 점이 많다고 느꼈습니다. 왜냐하면 막걸리와 투악 모두 증류하지 않고 발효해서 만든 술이기 때문입니다. 사라왁에서 증류한 투악은 '랑카우(Langkau)' 또는 '아락(Arak)'으로 구분합니다. 한국에서 쌀로 막걸리를 만드는 것처럼 투악도 찹쌀을 포함해 과일, 현지 식물인 카사바(cassava)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합니다. 다만 막걸리는 색이 더 진하고 뿌연 고형물이 가라앉는 것을 볼 수 있는데 투악은 오래 숙성해 색이 투명하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숙성을 오래 하지 않고 색이 탁하다는 점에서 막걸리는 보르네오의 또 다른 전통주인 '부락(Burak)'과도 비슷합니다.

투악은 사라왁 음식만이 아니라 다양한 음식들과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투악과 잘 어울리는 한국 음식은 무엇이 있을까요?
투악은 한국의 삼겹살과 같은 적당한 기름기를 가지고 있는 고기구이와 잘 어울립니다. 또한 투악의 당도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부추전과 같은 한국의 짭짤한 음식을 함께 즐기는 것도 좋습니다. 또한 술맛을 그대로 즐길 수 있도록 견과류나 마른 멸치와 같이 손으로 집어먹는 간편식과도 잘 어울립니다.


< 배드캣 보르네오가 진행하는 투악 만들기 워크숍 - 출처: 배드캣 보르네오 인스타그램 계정(@badcatborneo) >

< 배드캣 보르네오가 진행하는 투악 만들기 워크숍 - 출처: 배드캣 보르네오 인스타그램 계정(@badcatborneo) >


앞으로의 계획을 듣고 싶습니다.
코로나19로 잠시 멈췄던 투악 만들기 워크숍을 재개하고 소수 인원을 위한 시음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현재 서말레이시아에는 택배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온라인 주문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투악 생산을 위해 허가를 받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정부 기관의 도움 없이는 오랜 절차가 필요한 일입니다. 당분간은 지금처럼 적은 수량만 생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제 분야에서 열심히 일하며 투악의 우수성과 문화적 가치를 더욱 많은 분들에게 알리고 싶습니다.

사진출처
- 통신원 촬영
- 배드캣 보르네오 인스타그램 계정(@badcatborneo),    https://www.instagram.com/badcatborneo/






홍성아

성명 : 홍성아[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말레이시아/쿠알라룸푸르 통신원]
약력 : 현) Universiti Sains Malaysia 박사과정(Strategic Human Resource Manage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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