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전 세계 곳곳의 2세 아이들을 응원합니다! - 포트워스 한국학교 윤진아선생님
구분
교육
출처
스터디코리안
작성일
2023.01.06

전 세계 곳곳에 아름다운 한국인들이 많이 있습니다. 여러 모습으로 다양한 곳에서 보람된 일들을 하시는 한국인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전합니다. 특별히 저는 어린 자녀들을 둔 부모로 이민 땅에 살면서 고맙고 귀한 분들이 주변에 참 많은데요. 그중에서 우리 아이들의 정체성과 교육을 담당해주는 한국학교 선생님들이 참으로 고맙습니다. 매주 토요일마다 아이들을 오전 내내 가르치시는 것은 기본으로 더 나은 교육과 환경을 위해 회의, 수업 준비 등 많은 시간을 한국학교에 쏟는 선생님들이 계십니다. 얼마나 내 자녀가 올바른 정체성과 힘을 가지며 살아가는 것에 관심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선생님들을 향한 존경심과 한국교육에 대한 중요성은 부모마다 달라질 것 같습니다. 저는 이미 몇십 년 전 이민을 온 제 가족들을 보며 그 자녀와 또 그들의 자녀들이 한국어를 잘하지 못하고 부모와 제대로 된 소통을 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아빠, 엄마와 한국어로 대화하면 어느 정도는 하겠지' 이런 안일한 생각으로 아이들 한국어 교육을 했다가는 정말 저도 큰 후회를 하게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오늘 소개하고 싶은 분은 포트워스 한국학교의 윤진아 선생님입니다. 윤 선생님은 늘 당차고 우렁찬 목소리로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해 온 힘을 모아 수업하는 선생님이십니다. 확고하고 분명한 교육철학과 2세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신 분인데요, 저 개인적으로 인터뷰를 통해 '그동안 봐 온 선생님의 그 열정이 이런 이유 때문이었구나'라는 것을 알게되는 시간이었습니다. 모든 부모와 한국학교 교사들이 윤 선생님의 마음과 같다면 우리 2세 아이들이 이국땅에 살든 한국에 살든 건강한 생각으로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인터뷰가 많은 교사들께 도움과 도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Q. 한글학교에서 언제부터 아이들을 가르쳤나요?

A. 2000년도에 미국 유학 와서 처음 2년 정도는 미국 텍사스의 달라스 한글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습니다. 학부 졸업 후 한국으로 돌아가 결혼하고 미국으로 다시 돌아왔는데요, 달라스에서 1시간 정도 떨어진 포트워스 도시에 정착해 살면서 또다시 새로운 인연으로 한글학교를 만나 '포트워스 한국학교'에서 올해 5년 근속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간의 시간을 돌아보며 감격스러운 2022년입니다.


Q. 한글 교육에 대한 열정에 감사드립니다. 한글학교와의 인연이 깊으시네요.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 보람된 순간과 기쁜 순간들이 많으실 텐데 가장 기쁜 순간은 언제였을까요?

A. 가장 1번으로 기쁜 순간들을 꼽으라면 아무래도 한글을 가르치는 교사로서 아이들이 한글 원리를 이해하고 깨우쳐 가는 모습을 볼 때 기쁩니다. 아이들은 참 스펀지 같아요. 알려주는 대로 쏙쏙, 발전해나가는 모습이 참으로 보람됩니다. 또, 수업 때 아이들이 맑고 또롱또롱한 눈망울로 저를 쳐다보며 귀 기울일 때 행복합니다.


Q. 행복이 전해집니다. 맞아요. 교사로서의 보람은 학생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오랜 시간 아이들과 부모님을 대해올 때 어려운 점도 있으셨을 텐데요.

A. 제가 4세부터 7세 사이 어린아이들을 주로 가르치는데 아이들의 한글 실력이 너무 편차가 크다 보니 수업 진행이 어려울 때가 많이 있습니다. 우리 한국학교는 나이별로 반이 정해 지지 않고 한글 실력으로 반 배정이 돼요. 비슷한 실력의 아이들이 한 반에 많이 몰릴 때도 조금 수업이 벅차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단체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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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한국에 사는 아이들과 다르게 나이가 같아도 수준이 참 다르지요. 수업이 만만치 않을 것 같습니다. 한글 수준처럼 아이들의 모습도 각양각색일 텐데 잊지 못할 학생이나 에피소드도 있겠죠?
A. 5세 여자아이가 있었는데 처음 저와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자기 이름 쓰기도 어려워했었어요. 그런데 한 학기, 딱 14주 수업 후에 한글과 자음, 모음 조합해서 받침이 없는 글자를 쓰고 읽게 되는 것을 보고 너무 놀란 적이 있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생겨나는 그리고 알게 되는 기쁨은 참 반갑고 오래가요.

Q. 선생님께 두 아이가 있다고 들었어요. 집에서는 어떻게 아이들에게 한글 교육을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 저는 한글 교사라서가 아니라 2세 자녀를 둔 부모로서 한국학교의 가치를 높이 평가합니다. 사실 일주일에 한 번 모여 하는 공부가 너무나도 적지만 그 한 주에 한 번이라도 꾸준히 아이를 한국학교에 보내서 공부하는 게 정말 중요하고 효과가 있다는 것을 느꼈고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되도록 집에서는 한국어로 대화하기를 적극 권장하고 엄격하게 지키도록 지도하고 있는 편입니다.
미국에서 자라고 학교에 다니는 자녀들이 영어를 못하게 될까봐 걱정하셔서 한글 교육보다는 영어에 집중하는 부모님이 많으신데 저는 그런 부모님께 영어보다는 어릴 때부터 한글 교육에 더 집중하시기를 권해드리고 싶어요. 이제는 한국이 세계화 시대에 절대 뒤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나라와 언어가 되고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영어를 잘하기 위해서는 부모님의 언어를 먼저 배우는 것이 언어학에서도 더 효과가 있다는 통계가 있듯이 이중언어를 배울 좋은 기회들을 부모님들이 잘 활용하셨으면 좋겠습니다.

Q. 사업을 하시면서 바쁘신 가운데 한글 교사로서 귀한 자리를 이어가시는 것에 존경을 표합니다. 바쁜 가운데서도 한글학교 교사의 자리를 지키는 힘은 무엇일까요?
A. 한글을 가르치는 교사. 제 삶의 큰 보람을 느낍니다. 미국에 사는 한국인으로 우리 2세 자녀들에게 한국의 언어를 잊지 않고 한국인의 자긍심을 지켜나가도록 도움을 주고 그 열매들을 보는 것이 좋아 앞으로 아무리 더 바빠져도 이 자리를 지켜가고 싶습니다.

Q. 모든 교사들도 비슷한 마음으로 아이들을 돕고 계실 것 같아요. 너무나도 귀한 주말 오전을 반납하고 한국학교 아이들과 함께하는 윤 선생님께 박수를 보냅니다.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소신 있고 지혜로운 선생님이자 엄마이신 것 같아요. 더불어 궁금한 것은, 미국에서 아이들을 계속 키워오셨지요. 어려운 점과 극복해 나가는 부분도 궁금해집니다.
A. 아이들이 어릴 때는 한글 교육이나 한국어로 대화하고 소통하는 게 그렇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이 10살이 넘어가면서 점점 대화가 줄어들고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늘어나면서 소통의 문제들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에서 학교생활하고 현지 아이들과 문화적으로 훨씬 더 많은 시간을 공유하고 있는 우리 아이들에게 일방적으로 한글을 강요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게 되는 시기가 왔어요. 마음이 없어서가 아니라 현실적이 어려움이 생기는 거죠. 그래서 서로가 노력하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아이들은 어려워도 한국어를 사용하려고 노력하고 부모들은 이중언어로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이해하려고 의도적으로 노력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어린아이들을 둔 젊은 부모님들께 도전을 드리자면 아이들에게 한글을 가르치실 때 부모님도 영어를 조금씩 공부해 나가는 노력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부모의 노력하는 모습을 본다면 아이들도 부모에게 순종하고 존경하는 마음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힘들지만 사전을 찾아서 안 되는 영어라도 편지를 쓰거나 기도문을 작성해서 읽어주기도 합니다. 또, 중요하고 어려운 이야기를 해야 할 때는 영어로 소통하려고 노력해 봅니다. 그런 시간을 겪으며 아이들이 마음을 열고 이야기를 시작할 때가 많았습니다. 아이들에게 무조건 한글만을 강조하기 전에 부모도 아이들이 편한 언어인 영어로 소통해 보려고 노력한다는 배려하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준다면 한국에서 자라는 아이들과는 다른 환경 속에 사는 우리 아이들의 마음의 문도 어쩌면 조금 더 쉽게 열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쁜 일상에서도 가족과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 노력하는 윤진아 선생님


Q. 정말 중요한 말씀입니다. 영어와 한국어를 배워가며 영어가 더 편하다는 딸에게 요즘 한국어를 잃어버릴까 염려하며 무조건 한국어 쓰기를 강조하던 저도 큰 도전이 되네요! 선생님만의 교육철학을 들어보고 싶어요.
A. 교육은 인격적인 세뇌라고 생각합니다. 아주 인격적으로 친절하지만 단호하게 지속적이며 반복적인 가르침으로 세뇌를 시키는 거죠. 부모의 가르침이 몸에 자연스럽게 베이도록 도와주는 게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부모님은 아주 어린 자녀에게는 관대하게 자유를 많이 주고 아이들의 의견을 지나치게 존중하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됩니다. 반면에 학년이 높아지고 아이들이 자라면서 오히려 아이들에게 요구가 많아지고 지시와 규칙이 많아지고 엄격해지는 경향을 보이게 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반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백지상태에 있는 어린 자녀에게는 엄격한 룰과 틀을 정해주고 인성과 인격 그리고 자상하지만 일관성 있는 지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자라난 아이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 안정된 틀 안에서 정체성이 성립되고 성품이 만들어지고 자연스럽게 정해진 규칙들을 지키고 자라면서 안정감을 찾게 될 것입니다. 사춘기가 시작되는 청소년기에는 오히려 이제까지 성립해온 인격 안에서 본인이 스스로 선택하고 자유롭게 결정하도록 도와주고 그 결과에 책임지는 훈련을 시켜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친구 같은 부모가 될 때 아이들은 적어도 부모를 떠나서 대학에 가게 될 때까지 마음의 문을 닫지 않고 소통하며 부모에게 순종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한국학교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많으실 것 같아요.
A. 우리는 부인하든 부인하지 않든 미국에 사는 한국인입니다. 그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한동안 제 아이들은 본인들이 미국인이라고 말하면서 한국인이 아니라고 극구 부인하던 시간이 있었습니다. 저는 끊임없이 미국인도 한국인도 아닌 Korean- American이라고 강조해서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2세로서 누릴 수 있는 장점에 감사하고 그 장점들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부모와 한글학교 선생님들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백하영
 미국 백하영
 아리랑TV,KBS 1TV예능,휴먼다큐구성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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