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가장 오래된 금속 활자본, 우리의 '직지'를 알리다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2.12.13

지난 11월 30일 마드리드콤플루텐세대학교(UCM) 언어학부에서 주스페인대사관의 주최로 청주 고인쇄박물관 학예연구사 라경준 박사의 직지(JIKJI) 강연이 열렸다. 대다수의 나라에서 그렇듯 스페인에서도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은 구텐베르크 성경라고 알려져 있다. 강연을 들으러 온 학생들 중에는 '직지: 1377년 출판된 가장 오래된 금속 활자본'이라는 제목에 의문을 갖는 이들도 있었다. 강연에 참가한 학생들은 대부분 해당 대학에서 한국어를 공부하는 학생들이었음에도 잘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이었던 것이다.


학생들에 따르면 실제로 스페인의 역사 교과서들에서도 구텐베르크 기술이 최초의 금속활자 인쇄술이 최초라는 내용을 싣고 있다. 학생들은 한국의 직지는 처음 접하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따라서 이번 강의는 잘못 알고 있던 역사적 사실을 바로잡고 한국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하나 알아갈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됐다.


< 마드리드콤플루텐세대학교 언어학부에서 열린 직지 강연 - 출처: 통신원 촬영 >

< 마드리드콤플루텐세대학교 언어학부에서 열린 직지 강연 - 출처: 통신원 촬영 >


라경준 박사는 2시간 동안 박병선 박사가 1972년 '유네스크 세계 도서의 해'를 기념하는 전시회에서 직지를 소개하며 프랑스 박물관에 미분류된 채로 보관돼 있던 직지가 존재가 알려지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직지가 어떤 연유로 프랑스로 흘러가게 되었는지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기록문화유산에 등재되며 가장 오래된 금속 활자본임을 인정 받았음을 설명했다. 또한 금속활자본 인쇄 과정과 금속활자본 인쇄 기술과 구텐베르크 기술의 차이점을 알기 쉽게 설명했다.

직지는 부처의 말을, 구텐베르그의 인쇄술은 성경을 찍어내기 위함이었음을 언급하며 종교적인 공통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유럽 최초의 인쇄 공장이 루시아 하티바(Xativa)에 세워졌음을 강조하며 구텐베르그의 금속인쇄술의 발전에 스페인의 한 몫에 대한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슬람의 제지술은 이슬람 세력이 국토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었던 스페인에 전해지게 되는데 알함브라 궁전의 그라나다에서 지중해안을 타고 바르셀로나 방면 중간 지점인 안달루시아 하티바(Xativa)에 1150년대 제지공장이 세워져 마침내 기독교 사회인 서유럽 이탈리아로 넘어간다.

라경준 박사는 쉽지만은 않았던 세계문화유산등재 과정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1999년까지 세계 기록유산은 원산지와 소유국이 같은 기록물만이 등재될 수 있었으나 한국에서 간행하고 현재 프랑스에서 소장하고 있는 직지가 세계기록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이는 과거 강대국에 약탈당한 기록물들을 세계기록문화유산에 등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다. 이처럼 라경준 박사는 직지의 유네스코 등재는 한국만의 쾌거가 아니라 제국주의 시절 핍박을 받은 제3세계 등 모든 약소국들에게 큰 의미가 있다는 사실을 전했다. 사실 스페인 제국주의 전성기 시절은 오대양 육대주에 걸쳐 많은 식민지를 지배한 사실로 인해 다소 민감한 주제일수도 있으나 이민자의 후예들이 많고 진보적인 성향이 많은 스페인 어린 학생들은 감탄하고 필기를 하며 유심히 경청하는 모습이었다.


< 마드리드콤플루텐세대학교 언어학부 E 건물에서 진행한 직지 전시회 - 출처: 통신원 촬영 >

< 마드리드콤플루텐세대학교 언어학부 E 건물에서 진행한 직지 전시회 - 출처: 통신원 촬영 >


강연이 끝나자 학생들은 "인상적인 강연이었다."며 "새로운 사실을 많이 알아간다."는 소감을 전했다. 열심히 필기를 하던 마르타(Marta)는 "미래에 한국학을 공부하려고 마음먹고 있다."며 "스페인에서 흔히 접할 수 없는 좋은 기회였다."고 전했다. 학생들은 한국어로 된 자신의 이름이 적힌 출석부를 돌리고 있었다. UCM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채문숙 강사는 아시아학부에서 한국어학과가 부전공이 되면서 더 많은 학생들이 열정적으로 공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몇몇 학생들은 언어학부 E 건물에서 진행하는 직지 전시회로 향했다. 지난 23일 개막한 직지 전시회는 오는 10일까지 계속돼 오가는 학생들에게 직지가 최초의 금속활자임을 알린다.

한편 이 강연이 열린 해당 주에는 콤플루텐세 중국학 연구 그룹이 주최하는 제2차 동아시아 콤플루텐세 국제 회의(초자연적인 아시아: 아시아의 종교, 의례, 민속)가 있었다. 동아시아학에 관련된 다양한 주제들로 학회가 열렸는데 이틀에 걸쳐 진행된 중국과 일본에 관련된 주제에 비해 한국 관련 주제는 현저히 적었다. 스페인 대학 내에서 한국학이나 그에 관련된 연구는 중국, 일본에 비해 걸음마 수준이다.

얼마 전 주스페인한국대사관과 콤플루텐셰 아시아학부의 한국어학과 양은숙 교수의 노력으로 한국어가 교양 과목에서 부전공이 되는 쾌거를 이룬 바 있다.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학에 대해 관심을 갖는 학생들이 증가하고 있어 다각도의 노력이 필요한 시기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더 많은 지원과 노력으로 스페인 대학교 내에 한국학이 더 성장하기를 바란다.

사진출처: 통신원 촬영






정누리

성명 : 정누리[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스페인/마드리드 통신원]
약력 : 현)마드리드 꼼쁠루텐세 대학원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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