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한국의 예술 작품을 소개한 특별한 전시회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2.12.14

옛 성요셉 학교가 있던 건물에 위치한 밍 아트(Ming Art) 제1 전시관에서 한국인 예술가가 참여한 '트위스트 잇(TWIST IT)' 전시가 열리고 있다. 10월 14일 시작한 전시는 연말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다양한 국적의 예술가 15명이 함께하는 이번 전시회에서는 신현대, 이인경, 신정옥, 이지수, 우명애 등 5명의 한국인 예술가의 작품을 찾아볼 수 있어 그 의미가 깊다. 한국인 예술가들의 작품은 작가들의 특색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 한국의 정체성을 살펴볼 수 있다.


신현대 화가는 한지를 이용해 물고기와 새, 거북이를 표현하며 한국화의 멋스러움을 드러냈다. 그리스어로 특별한 시간을 의미하는 이인경 화가의 '카이로스'는 작은 순간들이 모여 특별한 시간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꽃이 피어나기까지의 과정을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는 이 작품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 (좌)한지를 이용한 신현대 화가의 작품, (우)이인경 화가의 카이로스 - 출처: 통신원 촬영 >

< (좌)한지를 이용한 신현대 화가의 작품, (우)이인경 화가의 카이로스 - 출처: 통신원 촬영 >


신정옥 화가의 작품에서도 꽃의 형태가 드러난다. 전시회 입구에 눈에 띄는 나무 작품과 더불어 화려하지만 도드라지지 않는 색감의 꽃을 그려 전시장과의 조화로움도 느낄 수 있다. 이지수 화가의 작품에서는 색과 빛이 교차된 흔적을 볼 수 있다. 색을 쌓아 올리는 과정은 자연의 흔적을 새겨낸 것 같으면서도 색채가 더해지면서 내는 신비로움을 포착한 듯했다. 우명애 작가의 나무 조각은 캔버스 회화 외의 작품 세계를 확장했다. 나무 안에 감추어진 질감과 구조를 밖으로 드러내며 눈에 보이지 않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표현했다.


< (좌)신정옥 화가의 작품, (우)색과 빛을 그린 이지수 화가의 작품 - 출처: 통신원 촬영 >

< (좌)신정옥 화가의 작품, (우)색과 빛을 그린 이지수 화가의 작품 - 출처: 통신원 촬영 >


< 우명애 작가의 작품(우측 상단) - 출처: 통신원 촬영 >

< 우명애 작가의 작품(우측 상단) - 출처: 통신원 촬영 >


이번에 출품된 회화와 조각 작품들은 한국적인 요소를 보여주면서도 말레이시아인들과 교감할 수 있는 보편성이 있다. 이번 기획전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미술관 측은 앞으로 한국 작가를 말레이시아에 소개하는 특별 기획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술관은 한국의 오방색을 바탕으로 한 전통적인 요소와 한국 풍경이 눈에 띄는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밍 아트 관계자는 "미술관은 서양 예술작품보다는 중국, 미얀마, 홍콩,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예술을 진흥하는 공간이다."라며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한국 예술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어 더 많은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 미술관이 선보일 예정인 한국 작가의 작품 - 출처: 통신원 촬영 >

< 미술관이 선보일 예정인 한국 작가의 작품 - 출처: 통신원 촬영 >


이번 전시회는 한국 특별전은 아니었지만 한국과 말레이시아 작가들이 'Twist It'이라는 전시 주제를 해석한 작품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어 뜻깊었다. 특히 전시회장이 있는 건물은 한국과 말레이시아의 교류 역사를 보여주는 장소라 의미가 크다. 미술관이 위치한 성요셉 학교는 조선의 신학생들에게 사제 교육을 하던 수련원이다.

파리외방전교회가 지은 아시아 최초의 신학교 건물인 컬리지 제너럴(College General)의 부속 건물로 과거 조선을 비롯해 성직자를 꿈꾸는 아시아 신학생들은 이곳을 찾았다. 페낭 신학교에 입학한 최초의 조선인 신학생은 이만돌과 김 사도 요한, 임 빈첸시오 등 3명으로 1855년 10월 사제교육을 받고자 페낭 신학교에 입학했다. 기록에 따르면 1882년부터 1884년까지 조선인 신학생 21명이 이곳에 머물렀다. 페낭 신학교인 컬리지 제너럴은 176년만인 1984년에 탄중붕아로 옮겼으며 성요셉 학교는 자리를 지켜 1988년부터 2005년까지 업랜드 국제학교 건물로 활용됐다. 학교를 옮긴 후 2007년 복원공사를 시작해 지금의 모습을 갖추었다. 이처럼 이번 전시가 열린 성요셉 학교는 19세기 한국과 말레이시아의 깊은 교류 관계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곳이라 전시회의 의미를 더한다.


< 19세기 조선인 신학생들의 흔적이 남은 성요셉 학교와 2층 예배당 - 출처: 통신원 촬영 >

< 19세기 조선인 신학생들의 흔적이 남은 성요셉 학교와 2층 예배당 - 출처: 통신원 촬영 >


한국과 말레이시아의 교류가 점차 확대되면서 전시 등의 문화행사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문화행사의 장소성에 대해서도 고민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술관과 박물관 등 기존의 공간은 문화행사에 최적의 공간으로 꼽히지만 양국의 교류와 관련된 장소나 말레이시아의 오랜 전통과 역사가 있는 장소를 활용한다면 공간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한류의 주된 소비층인 젊은 세대가 참신한 기획과 새로운 시도를 중시한다는 점에서도 상징적 의미가 있는 공간을 발굴할 필요가 있다. 말레이시아에 거주하는 외국인 커뮤니티를 보면 다양한 시도를 보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프랑스 단체는 프랑스 주교가 세운 가톨릭 교회에서 도서 출판기념식을 개최하고, 독일 단체는 1864년 독일의 카츠 형제가 세운 회사가 있던 거리에서 행사를 열기도 한다. 이처럼 우리도 한국과 말레이시아의 접점을 확대할 수 있는 공간을 조사해 이러한 역사적 공간과 문화행사를 융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렇다면 과거 문화교류의 의미를 살려 협력의 미래를 새롭게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사진출처
- 통신원 촬영


참고자료
- 《가톨릭평화신문》 (2004. 1. 1). 특별탐사-페낭신학교를 가다 <1>, http://www.cpbc.co.kr/CMS/newspaper/view_body.php?cid=190718&path=200312






홍성아

성명 : 홍성아[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말레이시아/쿠알라룸푸르 통신원]
약력 : 현) Universiti Sains Malaysia 박사과정(Strategic Human Resource Manage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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