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문화정책/이슈] 15대 말레이시아 총선과 한류
구분
사회
출처
KOFICE
작성일
2022.12.06

15대 말레이시아 총선에서 진보 개혁정당의 안와르 이브라힘 전 부총리가 총리로 지명돼 한류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개혁 세력이 정부를 구성하면서 한류 등 해외 콘텐츠에 대한 규제가 완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11월 19일 열린 15대 총선 결과 안와르 이브라힘 전 부총리가 이끄는 희망연대(PH)가 82석으로 최다 의석을 차지했다. 그러나 과반 정당이 없어 연정 구성에 어려움을 겪자 24일 국왕은 의원의 의견을 수렴해 안와르 이브라힘 전 부총리를 총리로 임명했다. 말레이시아는 하원 222석 중 과반인 112석을 차지하는 정당이나 연합세력이 차기 정부를 구성한다.


< 15대 총선 투표를 마친 말레이시아 유권자 - 출처: 통신원 촬영 >

< 15대 총선 투표를 마친 말레이시아 유권자 - 출처: 통신원 촬영 >


현 의회 임기는 2023년 7월까지이지만 이스마일 사브리 야콥 전 총리가 10월 10일 의회를 해산하면서 조기 총선이 결정됐다. 이번 선거는 사실상 이스마일 사브리 야콥 전 총리와 야당 지도자 안와르 이브라힘 전 부총리, 무히딘 야신 전 총리가 이끄는 3대 정당의 경쟁이었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스마일 사브리 야콥 총리가 소속된 국민전선(BN)은 1957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후 지난 13대 총선까지 장기집권한 정당 연합이다. 말레이계의 지지를 받은 보수 정당 통일말레이국민조직(UMNO)에서 61년간 총리를 배출했으나 나집 전 총리의 1MDB 등 부정부패로 민심을 잃었다. 2018년 총선 후 총리가 두 차례 교체됐으나 국왕이 이스마일 전 총리를 지명해 국민전선의 정당인 UMNO는 선거 없이 여당이 됐다. 그러나 이번 총선에서 이스마엘 전 총리가 소속된 국민전선은 30석을 거두며 3위에 그쳤다.


< 거리 곳곳에 설치된 정당 깃발 - 출처: 통신원 촬영 >

< 거리 곳곳에 설치된 정당 깃발 - 출처: 통신원 촬영 >

< 거리 곳곳에 설치된 정당 깃발 - 출처: 통신원 촬영 >


이번 선거에서 73석을 얻은 국민연합(PN)은 코로나19 방역 실패 책임을 지고 2021년 8월 사임한 무히딘 야신 전 총리가 이끈 연합세력이다. UMNO에서 떨어져 나온 세력이 창당한 개혁을 추구하는 중도파로 국민전선(BN)에 비판적이지만 중국계 지지자가 많은 희망연대(PH)가 제1당이 되는 것을 우려하는 말레이계 유권자의 지지를 얻었다. 이번 총선에서 최다 의석을 차지한 희망연대(PH)는 2018년 총선에서 승리를 거뒀던 야권연합이다. 마하티르 전 총리가 2~3년 총리직을 수행한 뒤 안와르 이브라힘 전 부총리에게 자리를 넘기겠다고 약속했으나 이를 지키지 않고 사임해 2020년 정권이 교체됐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짧은 기간이지만 희망연대가 제1당이 되면서 문화예술계엔 급진적인 변화가 있었다. <회색지대: 원 투 자가(Crossroads: One Two Jaga)>, <두쿤(Dukun)> 등 경찰의 부패, 사회 비판 등 메시지를 담은 영화가 개봉할 수 있었다. 이에 대해 말레이시아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은 '앞으로 검열에서 보다 자유로운 콘텐츠 시장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라피지 람리 부대표는 진심을 다하는 케이팝에 비유해 희망연대(PH) 선거 운동을 펼쳤다 - 출처: 'Malaysiakini' >

<라피지 람리 부대표는 진심을 다하는 케이팝에 비유해 희망연대(PH) 선거 운동을 펼쳤다 - 출처: 'Malaysiakini' >


그동안 말레이시아에서 케이팝과 한국 드라마에 대한 비난은 국민연합(PN) 소속인 범말레이시안이슬람당(PAS)에서 나왔다. PAS는 한류가 동성 간의 신체 접촉, 노출 등으로 어린 무슬림 신자에게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고 비판해왔다. 최근에도 블랙핑크의 말레이시아 공연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한국 드라마가 말레이시아인 자살률을 높인다고 주장하며 한류가 이슬람 가치를 파괴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반면 이번 총선에서 승리한 희망연대(PH)는 한류에 각별한 애정을 과시하며 선거 유세 과정에서 케이팝을 언급하기도 했다. 희망연대 라피지 람리 부대표는 선거 유세 기간에 '케이팝처럼 희망연대도 유권자들에게 진심을 호소하는 새로운 캠페인으로 다가가겠다.'고 말해 관심을 모았다. 말레이시아에서는 말레이시아 음식 첸돌, 볶음면 등에 비유해 선거 운동을 펼치기도 한다. 예를 들어 14대 총선에서는 '코코넛에 든 물처럼 저렴하면서도 맛있다.'는 문구와 함께 청렴함을 앞세우는 정당을 홍보했다. 이처럼 올해 희망연대는 좋은 음악과 무대로 진심을 전하는 케이팝에 비유해 희망연대도 유권자들을 위해 진심으로 최선을 다하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페이스북과 틱톡 등 소셜미디어를 사용하는 케이팝 팬들도 한국 가요 프로그램에서 1위 후보를 선정하는 장면에 안와르 이브라힘 전 부총리와 무히딘 야신 전 총리의 얼굴을 합성한 영상을 만들어 공유하기도 했다.


< 안와르 이브라힘 전 부총리와 무히딘 야신 전 총리 관련 합성 영상들 - 출처: 'Says', diveintogaeuliz 틱톡 계정(@diveintogaeuliz) >

< 안와르 이브라힘 전 부총리와 무히딘 야신 전 총리 관련 합성 영상들 - 출처: 'Says', diveintogaeuliz 틱톡 계정(@diveintogaeuliz) >

< 안와르 이브라힘 전 부총리와 무히딘 야신 전 총리 관련 합성 영상들 - 출처: 'Says', diveintogaeuliz 틱톡 계정(@diveintogaeuliz) >


이처럼 15대 총선에서 케이팝의 영향력을 느낄 수 있는 가운데 진보 정당은 대중문화를 육성해야 한다는 기조를 밀고 나가고 있어 한류 콘텐츠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물론 범말레이시아이슬람정당이 단일 정당 중에는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했고 정치적으로 불안정하는 등 다양한 위기 요인들도 상존해 있다. 그러나 보다 진보적이고 개방적인 정부의 지원과 함께 앞으로 한류 콘텐츠의 기회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Malaysiakini》 (2022. 11. 5). Rafizi uses K-pop analogy on Harapan campaign to attract voters, https://www.malaysiakini.com/news/642674

- 《Says》 (2022. 11. 24). 12 Funniest Memes That Came Out Of The Hung Parliament Period, https://says.com/my/fun/funniest-ge15-meme-compilation

- diveintogaeuliz 틱톡 계정(@diveintogaeuliz),
https://www.tiktok.com/@diveintogaeuliz/video/7169493285252238618?is_from_webapp=v1&item_id=7169493285252238618





홍성아

성명 : 홍성아[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말레이시아/쿠알라룸푸르 통신원]
약력 : 현) Universiti Sains Malaysia 박사과정(Strategic Human Resource Manage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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