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스칸디나비아 예술이 미국의 디자인에 미친 영향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2.12.12

'1890-1990년 사이의 스칸디나비아 디자인과 미국(Scandinavian Design and the United States, 1890–1980)'을 주제로 한 전시회가 지난 10월 9일부터 LA 카운티 아트 뮤지엄(LACMA)에서 시작됐다. 이 전시회는 스톡홀름 국립 박물관에서 첫 선을 보인 이후 오슬로를 거쳐 내년 2월 5일까지 LACMA에서 전시된 후 2023년 3월 24일부터 7월 23일까지는 밀워키 미술관에서 전시될 계획이다.


< 전시회 '1890-1990년 사이의 스칸디나비아 디자인과 미국' - 출처: 통신원 촬영 >

< 전시회 '1890-1990년 사이의 스칸디나비아 디자인과 미국' - 출처: 통신원 촬영 >


이 전시는 20세기 덴마크, 핀란드,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와 미국 사이에서 있었던 광범위한 문화와 디자인의 교류를 파헤친 최초의 시도이다. 대부분 미국에 영향을 미친 유럽 문화는 중부와 서부 유럽의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북유럽의 디자인들이 적잖은 영향을 미쳤음을 알 수 있었다. 미국의 생활 문화, 즉 가구와 패션, 식기 등을 보면 언뜻 밋밋하고, 장식이 없고, 거두절미한 느낌이라는 생각을 하고는 했다. 이러한 트렌드마저도 미국 안에서부터 자생된 것이 아닌 바다 건너 스칸디나비아 국가들과의 교류로 인한 결과였다. 다시 말해 현대 미국의 생활 양식과 디자인 문화를 낳게 한 가장 중요한 철학 전통은 프래그머티즘(Pragmatism), 실용주의인데 이 마저도 북유럽 국가들과의 교류가 가져온 합작품이라는 이야기이다.

전시는 외부 국가들과의 문화 교류 및 소통이야말로 개별 문화를 더욱 풍성하게 하고 더욱 다양성을 띄게 만들며 융합을 통한 신문명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보임으로서 문화를 대하는 우리들의 마음을 열리게 했다. 전시회 입구에는 베이지 색의 클래식 볼보 자동차 한 대가 전시돼 있다. 가장 안전한 자동차라는 이미지 메이킹으로 미국 중년 여성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았던 차종인데 미국 자동차와 비슷하게 만들겠다는 의도가 구현된 작품이다. 디자인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56년이고 해당 모델은 1964년생이다. 이 차는 엔지니어 닐스 볼린(Nils Bohlin)의 3점식 안전벨트(3 Point Seatbelt)가 처음으로 적용된 차였다.

이 역시 20세기 초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이 적용된 예술 작품으로 볼 수 있다는 얘기일 것이다. 만약 훗날 '2000-2100년 사이의 한국 디자인과 미국'이라는 주제로 전시회가 개최된다면 이 시대 한국 디자인의 대표작으로 선정될 자동차는 어떤 모델일까? 어쩌면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이 미국인의 삶과 문화, 그리고 디자인에 이처럼 영향을 미칠 수 있었던 것은 삶의 방식, 그리고 미에 대한 가치관 등 여러 측면에서 공통점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 LACMA에서 열리고 있는 스칸디나비아 디자인과 미국에 관한 전시회 - 출처: 통신원 촬영 >< LACMA에서 열리고 있는 스칸디나비아 디자인과 미국에 관한 전시회 - 출처: 통신원 촬영 >


미국으로 이주한 여러 유럽인들 중 스칸디나비아 반도와 인근 북유럽에서도 적지 않은 수의 인구가 미국으로 건너왔고 그들의 신화와 생활 문화는 신대륙에 살아가는 이웃들에게도 서서히 전파되기 시작했다.

그 후 미국인들은 스칸디나비아 국가로 유학을 갔고 북유럽 국가에서 공부하거나 일했던 미국인 디자이너들은 북유럽의 새로운 디자인을 꾸준히 미국으로 들여왔다. 그들은 미시간의 크랜브룩 아카데미(Cranbrook Academy of Art)와 뉴욕의 유엔 단지에 스칸디나비아 예술의 미국 전초기지를 세웠다. 이렇게 전파된 스칸디나비아 예술은 엑스포를 통해 대화를 지속했으며 야심찬 마케팅을 통해 미국 디자인의 일부로까지 인식되게 됐다. 1950년대와 60년대에 스칸디나비아의 디자인은 미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실용적이고 접근하기 쉬우며 아늑한 것이라고 홍보했다.

전시된 작품 중에는 공간을 줄여주면서도 안락한 잠자리를 제공하는 벙커 베드도 있다. 전 세계적으로 중저가 가구로 인기를 끄는 이케아(IKEA)도 결국은 스칸디나비아 국가와 미국의 문화적 교류가 만들어낸 결과물일 수 있다는 분석이 가능해진다. 그리고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은 지속가능한 환경에 대한 관심의 증가로 더욱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게 된다.  

전시물 중 '이것도 스칸디나비아 문화의 영향이라고?'라며 의문을 일으킬 만한 요소들도 여럿 발견됐다. 1960년대 바비 인형 다음으로 많이 팔렸던 트롤 인형이 그것이다. 이 인형은 1963년 조종사 베티 밀러(Betty J. Miller)가 태평양 횡단 단독 비행에서 행운을 빌기 위해 실었다. 베티 밀러는 훗날 존 F 케네디 대통령으로부터 표창을 받던 날 이 인형을 백악관으로 가져갔고 이로 인해 스칸디나비아 신화에서 비롯된 트롤 인형은 전 세계적 인기를 끌게 된다.


< 아이케아 베드, 마리메꼬 드레스, 디자니어 의자 - 출처: 통신원 촬영 >

< 아이케아 베드, 마리메꼬 드레스, 디자니어 의자 - 출처: 통신원 촬영 >


또한 전시 공간에는 재클린 케네디가 입어 유명해졌던 심플한 디자인의 마리메꼬(Marimekko) 드레스, 그리고 옌스 리솜(Jens Risom)과 한스 웨그너(Hans Wegner)의 디자이너 의자도 한쪽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다. 또한 초기 레고 블럭 세트와 함께 톰 린드하르트 윌스(Tom Lindhardt Wils)가 1971-1972년 사이에 디자인했던 흔들리는 새 모양의 목각(Mudderkliren) 작품도 찾아볼 수 있었다.


< 생활 용품으로 확산된 스칸디나비아 디자인 - 출처: 통신원 촬영 >

< 생활 용품으로 확산된 스칸디나비아 디자인 - 출처: 통신원 촬영 >


재 LACMA에서는 박대성 화백의 수묵화와 함께 '사이의 공간' 전시가 펼쳐지고 있다. 두 전시 모두가 한국에 관한 것임에서 알 수 있듯, 전 세계적으로 한국발 뉴스의 가독률이 높아지고 있고 뮤지엄에서도 한국을 주제로 한 전시회가 인기를 끌고 있다. 몇 년 뒤 '1890-1990년 사이의 스칸디나비아 디자인과 미국' 전시회와 유사하게 한국의 디자인과 미국의 예술에 대한 상관 관계를 밝히는 전시가 열릴 가능성은 아주 높다. 그들은 아마도 한국의 스마트폰과 케이팝, 그리고 그로 인한 문화적 영향을 다각도로 살필 것이다. 우리는 현재 그러한 문화의 내러티브를 만들어가고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

사진출처: 통신원 촬영





박지윤

성명 : 박지윤[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미국(LA)/LA 통신원]
약력 : 현) 마음챙김 명상 지도자. 요가 지도자 '4시엔 스텔라입니다.' 진행자 전) 미주 한국일보 및 중앙일보 객원기자 역임 연세대학교 문헌정보학과 졸업 UCLA MARC(Mindful Awareness Research Center)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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