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인터뷰] 한국의 길거리 음식 문화, 부다페스트의 반응은?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4.05.13

[인터뷰] 한국의 길거리 음식 문화, 부다페스트의 반응은?


한식진흥원이 올해 초 발표한 「2023 해외 한식 소비자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에서 한식 호감도가 65.2%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헝가리 역시 코로나19 이후 부다페스트 시내를 중심으로 한식당 수가 늘고 다각화되면서 해외 시장을 점령하고 있는 한식의 글로벌한 움직임에 동참했다. 헝가리 내 한식의 인기는 예견된 바다. 2008년 드라마 <대장금> 시청률이 약 54%에 육박하면서 부다페스트를 중심으로 한식 호감도가 높아졌다. 2021년 <오징어 게임>이 헝가리 내 한국 드라마 인기의 정점을 찍으면서 한식에 대한 현지 수요가 높아졌고 이에 발맞추어 코로나19(COVID-19) 이후 헝가리 내 한식당의 수가 증가했다. 부다페스트 시내 대부분의 한식당이 해외에서 인기 있는 한식 메뉴인 구이류, 비빔밥, 불고기, 한국 치킨 등을 선보이며 한식의 대중화에 기여하고 있다.


한편 양배추를 잔뜩 넣은 길거리 토스트, 달고나 커피를 전문으로 한국 길거리 음식을 현지에 알리며 한식 메뉴의 다양화에 기여하고 있는 한식당 에기 카페(Eggi Café)가 있다. 비빔밥이나 한국 치킨에 비해 비교적 인지도가 낮은 한국의 길거리 음식에 대한 반응을 살펴보기 위해 에기 카페를 방문해 대표 장윤영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 달고나 라떼와 토스트를 판매하는 에기 카페(Eggi Café) - 출처: 에기 카페 제공 >


에기 카페는 언제 오픈하셨나요?

오픈 당시를 생각하니 슬픈 과거가 밀려오네요. 에기 카페 오픈은 코로나19 발발과 동시에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거든요. 임대차 계약을 하고 얼마 있지 않아 코로나19가 심해져 몇 달 동안 문을 열지 못했습니다. 당시 헝가리 정부가 모든 상업 시설 운영을 금지했던 상황이었기에 달리 방법이 없었습니다. 시간이 지나 상황이 조금 나아져 영업은 할 수 있었지만 여전히 통행금지가 있었어요. 길거리에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았죠. 오픈 초기 서너 달은 하루에 손님이 한 명도 없던 날이 대부분이었습니다. 2021년 여름이 지나면서 코로나19 관련 규제가 많이 완화됐고 에기 카페 주변에 거주하시는 분들 위주로 단골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입소문과 현지 언론의 관심 그리고 헝가리 내 <오징어 게임>의 대유행으로 매출이 많이 올랐습니다. 덕분에 2호점 개점을 앞두고 있습니다.


오랜 카페 문화와 샌드위치 전통을 가진 헝가리에서 한국 카페를 오픈한다는 것이 쉽지 않으셨을 것 같습니다. 헝가리에 한국 토스트 가게를 설립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남편의 권유였어요. 남편이 한국에서 태어나긴 했지만 어린 시절 가족 모두 헝가리로 이민을 왔습니다. 헝가리 문화에 훨씬 더 익숙한 남편이 결혼하고 저와 함께 아주 오랜만에 한국에 방문했습니다. 그때 길거리 토스트를 맛보고는 헝가리 사람들이 너무 좋아할 스타일이라며 반색하더라고요. 헝가리인들이 양배추를 엄청나게 사랑하잖아요. 피클로도 많이 먹고 굴라시(Goulash)와 같은 수프에도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주요 채소가 양배추잖아요. 양배추를 얇게 채 썰어 마가린에 갓 구운 따뜻한 식빵에 넣어 샌드위치로 만들면 싫어할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남편이 장담하더라고요. 그렇게 에기 카페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현지에서 반응이 어떤가요?

사실 이곳에 워낙 낯선 음식이라 걱정을 많이 했거든요. 그런데 저희 토스트를 처음 맛본 손님부터 지금까지 반응이 너무 좋습니다. 일단 갓 구운 따뜻한 빵에 신선한 채소가 많이 들어가고 취향에 맞게 불고기나 햄, 달걀 등이 선택해 먹을 수 있다는 점을 좋아하세요. 헝가리 샌드위치는 소스를 거의 바르지 않은 바게트류의 빵에 햄이나 치즈를 넣어 간단하게 끼니를 때우는 용이라면 한국의 길거리 토스트는 푸짐한 양은 물론 영양 성분이 골고루 들어가 있어 한 끼 식사로도 든든하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시는 것 같습니다.


< 부다페스트 주요 신문에 보도된 에기 카페의 토스트 - 출처: 'We Love Budapest' >


어떻게 마케팅하셨나요? 한국의 길거리 음식이 이곳에서 성공한 비결은 무엇인가요?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별다른 마케팅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인근 주민, 주변 상점에서 근무하시는 분들이 주요 고객이었어요. 한 번 길거리 토스트를 맛본 분들이 주변에 추천하면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어요. 초창기에는 주변 상권에 알려진 정도였어요. 단골 위주로 운영됐죠. 그러다 어느 날 출근을 했는데 카페 앞에 오픈런이 시작된 거예요. 미디어에서 봤던 것처럼 손님들이 몰려오고 배달 주문도 정신없이 밀려들고요. 이게 무슨 일인가 어안이 벙벙했지만 일단 몰려드는 손님들을 응대하는 것에 전념했습니다. 이후에 알게 됐는데 저희 카페 토스트를 맛본 헝가리 기자분이 '한국의 길거리 토스트가 무엇인지 아시나요?'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쓰셨더라고요. 그 기사가 보도되고 매출이 많이 올랐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다른 마케팅은 없었습니다. 고객 한 분 한 분 정성을 다해 토스트를 만들어 드렸습니다. 한국에 가지 않아도 부다페스트에서 한국 길거리 토스트의 참맛을 느낄 수 있도록 최대한 한국식으로 토스트를 만들어 드린 것이 전부였습니다.


달고나 커피나 크로플 등 다른 메뉴에 대한 반응은 어떤가요?

<오징어 게임>이 방영되고 달고나 커피 주문량이 폭증했습니다. 그전에는 달고나 커피를 찾는 손님이 많지는 않았거든요. <오징어 게임> 이후 현지 분들이 '달고나'라는 단어의 뜻을 아시더라고요. 주문하시면서 "<오징어 게임>에 나온 그 달고나랑 같은 것 맞냐?"고 물어보시는 손님들도 많았죠. 한국 드라마나 케이팝이 워낙 현지에서 인기이다 보니 따로 마케팅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입니다. 크로플 역시 현지 젊은 세대에서 인기가 많습니다. 한국 유튜버를 통해 접하고 주문하시더라고요.  


마지막으로 헝가리 현지에서 한식당 창업을 꿈꾸시는 분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먼저 인내심을 가지실 것을 권유합니다. 헝가리 행정이 워낙 느리거든요. 영업허가를 받는 것만으로도 몇 달이 소요되는데 사례 별로 기간이 다릅니다. 더불어 헝가리어를 구사하는 현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창업하실 것을 권유합니다. 필요한 관공서 문서를 비롯한 모든 소통이 헝가리어로 진행되기 때문에 현지인의 도움을 받는 것이 수월합니다.


무엇보다 한식당을 창업하실 예정이라면 한국적인 맛을 최대한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카페에 오시는 손님들만 하더라도 한국 여행을 통해 이미 길거리 토스트를 맛보신 분들도 많이 계십니다. 요즘은 미디어를 통해 한식이 워낙 광범위하게 홍보되니 현지 입맛에 맞게 개발된 퓨전 한식이 아닌 전통 그대로의 한식을 원하시는 손님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한국적인 맛을 최대한 잘 내는 것이 성공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해외에서 한식당을 영업하면서 느낀 점인데요. 한국과는 다르게 해외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면 자연스럽게 한국문화를 홍보하는 사람이 되더라고요. 저희 카페를 찾는 손님 대부분이 한국문화가 좋아 찾아 주시는 분들입니다. 하루에도 여러 번 헝가리 분들이 오셔서 "주문할게요.", "불고기 토스트 하나요."라며 수줍게 한국어로 주문하세요. 제가 조금 여유가 있을 때는 좋아하는 케이팝 아이돌 이야기를 함께 나누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단순히 음식을 먹기 위해 들렀다기보다는 한국문화를 느끼고 싶어 저희 카페를 들르시는 거죠. 해외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면 한국인을 대표하게 된다는 점을 꼭 기억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10평이 조금 안되는 에기 카페는 워크-인(Walk-in) 손님과 주문 배달 기사들로 오늘도 붐빈다. 젊은 사장님의 패기 넘치는 도전과 한국문화의 인기로 부다페스트 시내 한복판에서 한국 길거리 토스트와 달고나 라떼를 맛보는 현지인들이 생겼다.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문화가 발현되기를 기대해 본다.



사진출처

- 에기카페 제공

- 《We Love Budapest》 (2023. 7. 21). Tudod, mi az a gilgeori toast? – Koreai nyúlós-sajtos szendvicset árul az Eggi, https://welovebudapest.com/cikk/2023/07/21/gasztro-azsiai-street-food-etterem-gilgeori-toast-koreai-sajtos-szendvics-eggi/


참고자료

- 한식진흥원 (2024). 「2023 해외 한식 소비자 조사 보고서」.



성명 : 유희정[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헝가리/부다페스트 통신원]
약력 : 전) 한양대학교 강사, 대안공간 루프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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