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갓 쓰고 도포 입은 한국 남자들, 미국을 삼키다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2.10.21

'이희문 LA 콘서트, 한국남자'가 UCLA 캠퍼스 내 위치한 유서 깊은 공연장인 로이스홀(Royce Hall) 무대에 올랐다. 지난 10월 7일 저녁 8시에 열린 이 콘서트는 한미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LA한국문화원(원장 정상원)이 문화체육관광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과 함께 마련한 행사 가운데 하나이다.


< 1,800석이 가득 찬 로이스홀의 내부 - 출처: 통신원 촬영 >

< 1,800석이 가득 찬 로이스홀의 내부 - 출처: 통신원 촬영 >


1,800석의 객석을 갖춘 로이스홀은 조지 거쉰(George Gershwin), 듀크 엘링턴(Duke Ellington), 아놀드 쇤베르크(Arnold Schoenberg), 프랭크 시나트라(Frank Sinatra), 엘라 핏제랄드(Ella Fitzgerald), 레너드 번스타인(Leonard Bernstein), 뉴욕필하모닉(New York Philharmonic), 미하일 바리시니코프(Mikhail Baryshnikov), 필립 글라스(Philip Glass), 제시 노먼(Jessye Norman), 소프라노 조수미 등 20~21세기 인류 공연 문화사에 크게 기여한 이들의 목록을 총망라한다. 이날 색소폰을 연주한 '한국남자' 프로젝트 팀의 리처드 노씨는 "이처럼 유서 깊은 로이스홀에 무대에 서게 된 것을 영광으로 여긴다."는 소감을 전했다.


< '한국남자' 프로젝트 공연의 한 장면 - 출처: 통신원 촬영 >

< '한국남자' 프로젝트 공연의 한 장면 - 출처: 통신원 촬영 >


'한국남자'는 파격의 아이콘이자 경기민요 소리꾼인 이희문(제57호 경기민요 이수자), 4인조 재즈밴드 '프렐류드', 그리고 조선의 아이돌이라는 별명을 가진 '놈놈'이 함께 하는 공연 프로젝트이다. 2017년 결성된 이후, 경기민요와 재즈를 결합한 창조적이고 완성도 높은 음악을 선보이며 국내외에서 열풍을 일으켰다.

다소 단조로워 보일 수 있는 로이스홀 무대는 샹들리에를 여러 개 올리고 파랑, 빨강, 보라, 분홍 등 강렬한 색의 조명을 활용해 다채로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막이 오르자 피아노, 콘트라베이스, 색소폰, 드럼으로 구성된 '프렐류드'의 뮤지션들은 흰 색 수트를 입고 나와 흐느적거리는 재즈 선율을 연주했다. 이어 머리에 갓을 쓰고 검은 도포 자락을 휘날리며 무대에 오른 이희문씨와 '놈놈' 팀은 목소리를 자유자재로 희롱하며 재즈 앙상블과 결을 맞춘 조화로운 음악을 선사했다.


< 부채를 폈다 접었다 역동적인 춤사위를 보인 '한국남자' 프로젝트 공연 - 출처: 통신원 촬영 >

< 부채를 폈다 접었다 역동적인 춤사위를 보인 '한국남자' 프로젝트 공연 - 출처: 통신원 촬영 >


통신원은 바로 옆에 앉아 있던 현지인 관객에게 '한국남자'들이 쓰고 있는, 저 큰 모자가 무엇인지 아느냐고 물었다. 그는 넷플릭스 시리즈인 <킹덤>의 영향으로 "이제 저 커다란 모자가 신(갓, God)이라 불리는 옛 한국 남성들의 패션 아이템인 것을 알고 있다."고 답했다. 세 명의 남자들은 전 세계 최대 규모의 전자 상거래 사이트인 아마존에서도 판매될 만큼 주류 사회에도 잘 알려져 있는 갓을 머리에 쓰고 얼굴에는 검은색의 선글라스, 손에는 한국 부채를 든 채 때로는 덩실덩실 전통 춤사위를 때로는 다소 과격해 보이는 힙합 춤 동작을 자유자재로 아우르며 동서양 문화의 융합을 보여줬다.

공연된 곡들은 이희문씨의 대표곡인 난봉가, 베틀가, 청춘가 등의 경서도민요와 경기잡가 등 다양한 민요이다. 공연자들이 '얼씨구', '좋~다', '잘한다' 등 판소리 공연 시에 할 수 있는 여러 추임새들을 관객들에게 소개하자 관객들은 그 안내에 따라 추임새를 넣어 공연을 더욱 살아 있게 만들었다.  


한국의 전통 음악인 소리와 미국의 전통 음악인 재즈가 결합된 <아리랑>을 듣자니 마치 현지 음식을 제공하는 레스토랑에서 김치를 이용한 퓨전 요리를 먹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친숙하지만 뭔가 새로운 맛이다. 이날 공연은 문화의 교류가 만들어내는 다양성과 다채로움을 축하하고 흠뻑 즐기는 경험을 가능하게 했다.  

연주 중간중간 사회를 맡은 리처드 노씨는 영어로 일명 아재개그를 펼치거나 어눌함으로 인해 웃음을 자아내는 유머를 선사하며 스탠드업 코미디언 같은 무대를 이끌어갔다. 단지 음악 공연만이 아니라 설명, 유머를 혼합한 것 역시 재즈 바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 거문고 소리를 떠올렸던 콘트라베이스 솔로 - 출처: 통신원 촬영 >

< 거문고 소리를 떠올렸던 콘트라베이스 솔로 - 출처: 통신원 촬영 >


그는 공연 중간에 피아노, 콘트라베이스, 드럼, 그리고 자신이 연주한 색소폰에 이르기까지 모든 악기를 소개하며 그 악기 연주자들이 솔로 카텐짜를 연주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이 역시 재즈 콘서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다. 특히 활을 사용하지 않고 손가락으로 뜯어 마치 거문고와 같은 소리를 내기도 했던 콘트라베이스 주자의 연주는 공연이 끝나고도 오래도록 여운이 남았다. 마지막 연주를 마쳤을 때 들려온 커다란 박수 소리는 '한국 남자' 프로젝트를 '소리계의 BTS'라고 평가하는 표현이 과장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했다. 


경기 소리꾼 이희문은 2017년 프로젝트 그룹인 '씽씽밴드'로 미국의 《내셔널 퍼블릭 라디오(NPR)》에서 개최한 타이니 데스크 콘서트(Tiny Desk Concerts)에 아시아 뮤지션 최초로 출연해 화제가 된 바 있다. 그는 전통적인 국악을 기반으로 시작해 팝, 재즈, 락 등 다양한 음악 장르와의 콜라보로 국악의 새로운 접근과 대중화에 앞장서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출처: 통신원 촬영





박지윤

성명 : 박지윤[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미국(LA)/LA 통신원]
약력 : 현) 마음챙김 명상 지도자. 요가 지도자 '4시엔 스텔라입니다.' 진행자 전) 미주 한국일보 및 중앙일보 객원기자 역임 연세대학교 문헌정보학과 졸업 UCLA MARC(Mindful Awareness Research Center)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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