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한글사랑도서관 김동숙 관장님 인터뷰
구분
교육
출처
스터디코리안
작성일
2022.10.27

봄봄봄, 도서관에 봄이 왔어요

한글사랑도서관 봄맞이 행사


"도서관에 왜 왔니?" 노래를 부르면서 율동하는 모습

"도서관에 왜 왔니?" 노래를 부르면서 율동하는 모습


시드니는 요즘 촉촉한 봄비가 잦다. 겨울이 지나면서 코로나 확진자 수와 입원 환자 수도 줄어들고 있어서 호주 정부는 지난 9월 10일 이후, 코로나19 일일 보고를 주간 보고로 바꾸고 기내 마스크 의무 착용 조치도 해제했다. 한글학교에서도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해제돼 한결 수업하기가 편안해졌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맞이하는 소망 가득한 봄이다.

지난 10월 22일 한글사랑도서관(관장 김동숙)에서는 봄맞이 이벤트로 [리디아의 정원] 스토리 타임과 미니 화분 만들기 및 동요 따라부르기가 진행되었다. 김동숙 관장님으로부터 행사 관련 소식을 전해 들었다.

Q. 봄맞이 행사로 [리디아의 정원] 스토리 타임과 독후 활동을 기획하셨는데요. 특별히 이 책을 선택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A: 지난 몇 년간 힘든 코비드를 이겨낸 우리 어린 학생들에게 어려움 속에서도 꿈과 희망의 꽃을 피워내는 주인공 리디아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꼭 한번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때마침 4학기 개학을 맞이한 학생들에게 봄의 상징인 예쁜 꽃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희망찬 4학기를 시작하게 해 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Q. 독후 활동으로 미니 화분 만들기를 했는데 재밌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저도 행사에 참여하고 싶었는데 시간이 없었네요. 봄을 맞아 쇼핑센터나 플라워 파워 같은 꽃시장에서도 미니 화분 만들기 체험을 하던데 한글사랑 도서관의 미니 화분 만들기만의 특색이 있을 것 같습니다.
A: 네, 실은 제가 식물 덕후이고 보니 미니 화분 만들기에 사용된 모든 식물이 모두 저희집 마당에서 새로 뿌리를 내리거나 분양된 것이랍니다. 식물을 고를 때 이번에 참여할 학생들의 얼굴도 한명 한명 떠올리며 준비해 갔었죠. 한글사랑 도서관의 미니 화분 만들기만의 특색을 꼽는다면, 모든 식물이 비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자연을 담은 것이라는 것과 우리 아이들의 이미지를 먼저 연상하며 준비했다는 것이 다른 상업적인 곳의 화분 만들기 체험과는 차별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미니 화분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는 참가생

미니 화분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는 참가생


Q. 린필드 한국학교 학생들도 참여했다고 들었고 제 제자도 참여해서 소감을 물었더니 집에 없는 책들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고 하더군요. 지역 도서관에서도 한국 책을 소량 보유하고 있지만 시드니에서 한글사랑 도서관만큼 한국 도서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도서관은 없을 것 같습니다. 자화자찬이 조금 쑥스러우시겠지만, 한글사랑 도서관 자랑해주세요.
A: 아이들의 관찰이 참 예리하네요. 맞습니다. 먼저 시드니 유일의 한글 전문 도서관이라는 것이 자랑일 수 있겠지만, 양질의 소장 도서가 15,000권이나 되는 큰 규모의 도서관임을 자부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최근에는 벤디고 은행 스트라스 지점에서 후원해 주신 덕분에 교과서에 실린 책들을 추가로 구매했기에 한글학교의 수업과 바로 이어지는 좋은 참고도서를 많이 보유하고 있답니다. 이번에 읽은 [리디아의 정원]도 3학년 국어 교과서에 수록된 책이지요. 한편, 무엇보다 우리 한글사랑도서관의 장점은 '한인 커뮤니티의 장'이란 점일 것입니다. 본관의 특성이 린필드한국학교의 학교 도서관인 동시에 공공 도서관의 역할도 병행하고 있기에 재호 교민이라면 누구나 편하게 와서 한인 문화를 체험하고 나눌 수 있는 사랑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매 격주 목요일에 실시하고 있는 '시드니 인문학 교실'은 이민 사회에 지친 교민들의 평생교육에 기여하고 있으며, 지금은 코비드로 인해 잠시 쉬고 있지만 '한글 시네마' 프로그램을 통해 한인 문화를 알림과 동시에 만남의 장도 제공해 왔습니다. 이번 기회에 앞으로 더욱 많은 관심과 이용을 부탁드립니다.


락다운 기간 도서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스토리 타임을 가진 김동숙 관장님

락다운 기간 도서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스토리 타임을 가진 김동숙 관장님


Q. 코로나 락다운 기간 한글학교도 온라인 수업했을 때 유튜브(https://www.youtube.com/channel/UC-iY_3ftObAHZ8_-mBfqa2A)에서 관장님이 들려주시는 동화를 듣고 위로받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관장님은 어떻게 해서 스토리텔러가 되셨나요? 스토리텔러로서의 느끼는 보람에 관해서 이야기해주세요.
A: 글쎄요, 제게 스토리텔러라는 명칭이 너무 거창한 것 같아 좀 쑥스럽네요. 처음엔 그저 오랜 락다운으로 도서관을 오픈하지 못해 어떻게든 도서관 서비스를 이어 가고 싶은 단순한 마음에 시작했습니다. 모든 교육 시스템이 온라인으로 바뀔 때였는데, 우리 도서관에 아직 전자책이 갖춰져 있지 않으니 온라인 자료를 직접 만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의외로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큰 힘이 되었습니다. 회원분들뿐만 아니라 모르는 분들로부터도 좋은 피드백을 받아서 감사했습니다.
한번은 도서관 페이스북 페이지에 새로 친구가 되신 분께서 자녀가 제 온라인 스토리텔링을 너무 좋아해서 매일 밤 듣고 잔다고 하시며, 결국 도서관을 찾아와 회원이 되셨고 린필드한국학교까지 등록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제가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이런 작은 노력이 누군가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좋은 영향을 줄 수 있고, 희망을 줄 수도 있다는 생각에 큰 보람이 됩니다.

Q. 좀 더 넓은 곳으로 도서관이 이전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던데 도서관 운영 관련 한국 정부나 재호 한인 단체의 지원이나 협조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요? 바라시는 점이 있으시면 들려주세요.
A: 네, 장소 문제가 언제나 뜨거운 감자처럼 논의되곤 합니다. 그러나 잘 알고 계시겠지만 도서관이 어떤 직접적인 이윤을 창출하는 곳이 아니다 보니 더 많은 예산을 들여서 좀 더 넓은 곳으로 이전하는 것이 그리 쉽지 않았습니다.
도서관의 역할이 시민의 잠정적인 가치와 발전에 크게 기여 하는 숨은 자산인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지만, 이를 위해 실제적인 노력을 기울일 수 있을 만큼 적극적으로 나서주는 기관을 찾기란 아직 기대하기가 어렵네요. 한국 정부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많은 변화가 있으니 지원이 이뤄지긴 힘들게 보입니다.


행사 후 책을 읽고 있는 아이들

행사 후 책을 읽고 있는 아이들


다만, 도서관 운영에 도움이 되고자 코로나가 시작되기 전까지 매년 후원 음악회를 개최했었는데 그때마다 크고 작은 재호 한인 단체에서 기금도 후원해 주시고, 따뜻한 관심을 보여 주시며 격려해 주셨기에 큰 힘을 얻곤 했습니다.


바라는 점이라면, 처음엔 시드니 한국문화원이나 시드니 한국교육원에서 도서관 운영을 맡아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기도 했던 게 사실이었지만 지금은 두 기관 모두 도서관 운영까지 도움을 주기엔 여력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지요. 총영사님을 비롯하여 두 기관 모두 도서관 후원 행사 때마다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신 것만으로도 늘 깊이 감사한 마음입니다.


앞으로는 도서관의 가치가 많은 공간을 차지하며 보유하는 책에 있기보다는 이용자를 위한 적극적인 소통과 다양한 서비스를 통한 교류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에 주어진 환경 안에서 도서관 서비스를 더욱 발전시켜가며, 특별히 다음 세대를 이어갈 우리 어린 학생들에게 도서관에서의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어 줄 수 있기를 희망하고 열심히 봉사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관장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아름다운 사명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누가 알아주든 그렇지 않던 간에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맡겨진 일을 충성되게 감당하는 이에겐 아름다운 향기가 뿜어져 나온다. 개관 13주년을 맞이한 한글사랑도서관이 앞으로도 한인 커뮤니티의 장으로 한국문화를 널리 홍보하는 문화사절단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원하며, 한글사랑도서관에 정부 기관과 한인 사회의 더 많은 관심과 후원이 이어지기를 소망한다.





이주영
 오스트레일리아 이주영
 린필드한국학교 교사
 시드니영락문화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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