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언론분석] 대선 앞두고 한류와 한국의 문화 전략 조명
구분
사회
출처
스터디코리안
작성일
2022.10.28

브라질 대선 결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1차 선거에서 5% 미만의 치열한 각축전을 벌인 루이스 이나시우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과 자이르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 두 후보가 다가오는 일요일 최종 결선을 펼친다. 대부분의 여론 조사는 룰라의 승리를 예상하고 있지만, 1차에서 보우소나루가 예상보다 훨씬 많은 표를 받은 만큼, 숨은 중도층의 선택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투표 장려를 위해 상파울루, 리우데자네이루를 비롯한 여러 도시에서는 당일 대중교통을 무료로 개방하겠다고 발표했다.


아쉬운 점은 1차 선거 당시에는 제법 비중 있게 다뤄지던 공약이 2차 결선에 들어서는 오히려 자극적인 네거티브 공방에 밀려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는 것이다. 경력직 후보답게 성숙한 모범을 보여야 할 선거전이 무분별한 비방전과 가짜 뉴스로 뒤덮힌 꼴이다. 특히 가짜 뉴스로 인한 사회 불안감이 증가하고 무장 극우 단체들의 폭력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자 최고선거법원은 급히 가짜뉴스 대응책을 내놓았다. 복잡한 검증 절차를 단축시키고 게시물 삭제 및 벌금 부과, 채널 중단으로 보다 신속하고 강력하게 대응하고자 하는 것이다.


< 대선 TV토론을 펼치는 룰라 전 대통령(좌),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우) - 출처: TV Cultura 유튜브 계정(@TV Cultura) >

< 대선 TV토론을 펼치는 룰라 전 대통령(좌),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우) - 출처: TV Cultura 유튜브 계정(@TV Cultura) >


경제, 교육, 환경 등 모든 분야가 다 그렇겠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변화를 외치는 문화계의 목소리가 유독 높다. 작년 지리통계청(IBGE) 발표에 따르면 1년 동안 문화계 종사자 11.2% 이상이 일자리를 잃었다. 이는 다른 업계 평균 8.7%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보우소나루 정부는 취임 후 2019년 문화부를 관광부 산하로 축소하고 예산 삭감, 자금 조달 한도와 기간 단축, 정치 검열 논란 등 문화계와 여러 차례 갈등을 빚어왔다. 특히 코로나19로 직접적인 경제적 타격뿐만 아니라 산업 구조의 변화로 혼란을 겪는 시기에 정부가 오히려 보조금 삭감 카드를 꺼내들면서 골은 더욱 깊어져 왔다.

10월 초 1차 선거를 앞두고 한류에 대한 BBC 브라질 발 기획 기사 하나가 올라왔다. '케이팝과 영화 산업을 견인한 한국의 전략은 어떻게 브라질에게 영감을 주는가'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한류의 성공을 예시로 문화계가 새 정부에 기대하는 방향성에 대한 기사였다. 브라질에서 주목하는 점은 한국 정부의 소프트파워 정책이 어떻게 실현되었는가와 문화 산업의 경제적 이익과 장기적인 잠재성이다. 기사는 검열의 시대에서 민주화와 함께 실현된 사회 변화, 이후 외환 위기의 돌파구로 적극적인 지원 정책에 이르기까지, 지금의 한류를 이끌어낸 한국 문화 정책의 역사도 짧게 소개했다. 국가가 검열과 통제를 방식으로 간섭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적 자유를 보장하고 국내 산업 보호와 부흥을 위한 장기적인 비전과 정책이 단연코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해당 기사는 G1, UOL 타 언론사를 통해서 여러 차례 재발행됐는데 문화계가 이번 대선을 통해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는 무언의 외침으로 들렸다.


< 케이팝과 영화 산업을 성장시킨 한국의 전략은 어떻게 브라질에게 영감을 주는가 - 출처: 'bbc brasil' >

< 케이팝과 영화 산업을 성장시킨 한국의 전략은 어떻게 브라질에게 영감을 주는가 - 출처: 'bbc brasil' >


물론 기사에는 성공의 이면에는 90년대 아시아 정세 변화,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 시스템, 영상 미디어 기술 발전과 인터넷 확장 등 여러 상황이 복합적으로 존재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는 한양대 김정수 교수의 말도 덧붙이고 있다. 단순히 정책의 결과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대선을 앞두고 쓰인 기사라는 점에서 미루어 정책 위에 찍힌 방점이 의도적으로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이처럼 한류가 좋은 본보기의 예시로 브라질 문화계에 오르내린 것은 처음이 아니다. 온라인 뉴스 미디어 《텔라비바(TELA VIVA)》에 따르면 올해 8월 Pay-TV 포럼 2022에서 앙시네(ANCINE, Agência Nacional do Cinema, 국립영화청)의 새 이사회는 한국 모델을 언급하며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개발 자산으로 간주하고 인프라, 혁신, 교육에 투자해 영화 및 시리즈 제작을 장려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한다는 발언을 했다. 앙시네는 2019년에도 90년대 한국의 부문별 정책을 분석해 미디어 분야를 위한 공공정책 구현을 도모한 바 있다. 이외에도 대선 후보 중 하나였던 시로 고메스(PDT) 전주지사는 작년 10월 현 정부의 문화부 폐지를 비판하고 문화 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SNS를 통해 케이팝 그룹과 한국 영화의 성공을 언급하기도 했다.


< 한국 문화 정책 모델을 모색하는 앙시네의 8월 포럼 발표 헤드라인 - 출처: 'TELA VIVA' >

< 한국 문화 정책 모델을 모색하는 앙시네의 8월 포럼 발표 헤드라인 - 출처: 'TELA VIVA' >


한국이 펼쳤던 정치적 과업을 브라질에 적용한다면 잠재된 창조 산업을 다시 끌어올릴 수 있을까? 국가가 적극적으로 문화계를 지원한다면 국가 경쟁력을 가진 문화 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더 나은 국가를 바라는 국민의 염원에 후보자들은 귀를 기울어야 한다. 이에 대선 후보자들은 문화부 재건, 인센티브 법률 강화, 보조금 제도 등 문화 지원 정책을 내놓고 있다. 보우소나루는 문화유산 보호와 민족 문화 정책 등 300억 헤알의 투자를 약속했고 룰라는 관광부 산하로 통합돼 폐지된 문화부를 재건하고 각 지역에 문화위원회를 창설하겠다고 밝혔다. 허울뿐인 약속이 아니라면 구체적인 계획이 반드시 따라야 할 것이다.


지금의 한류를 지켜보며 브라질 문화계의 과거의 영광이 떠오른다. 60년대 보사노바, 80년대 세계적 히트를 일으켰던 연속극 시리즈 등은 당시 브라질을 세계에 알린 효자 산업이었다. 그러나 계속해서 좋은 자원들이 빛을 보려면 꾸준한 발전과 변화가 필요하다. 특히 해외의 높은 수준의 작품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교육과 환경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이제 문화 산업은 경제적 이득뿐만 아니라 국가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무한한 연계 산업 확장성으로 경제 불황에 맞설 주요 가치 산업이다. 브라질이 가진 많은 수많은 예술적 재능과 독특한 문화 가치들이 세계 무대에서 활짝 꽃피우는 날이 또 오기를, 국민들이 그리는 정부의 새로운 변화를 통신원 역시 기대한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TV Cultura 유튜브 계정(@TV Cultura),
 https://www.youtube.com/watch?v=j75o7ZdR0JA

- 《bbc brasil》 (2022. 10. 1). Como estratégia sul-coreana que impulsionou k-pop e cinema pode inspirar o Brasil,
https://www.bbc.com/portuguese/internacional-62975564

- 《TELA VIVA》 (2022. 8. 5). Ancine almeja modelo sul coreano de fomento e regulação,
https://telaviva.com.br/05/08/2022/ancine-almeja-modelo-sul-coreano-de-fomento-e-regulacao/

- 《Folha de S.Poulo》 (2022. 9. 17). Bolsonaro e Lula fazem promessas vagas para a Cultura,
https://www1.folha.uol.com.br/ilustrada/2022/09/de-bolsonaro-a-lula-e-ciro-candidatos-fazem-promessas-vazias-para-a-cultura.shtml



서효정

성명 : 서효정[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브라질/리우데자네이루 통신원]
약력 : 전) 서울여자대학교 의류학과 졸업 현) 리우데자네이루 YÁZIGI TIJUCA 한국어 강사 재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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