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벨기에 왕립미술관에서 만난 한국어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2.10.12

벨기에의 수도인 브뤼셀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으로 알려진 '그랑 플라스(Grand Place)'로 유명하다. 관광객들은 그랑 플라스 근처에 있는 '오줌싸개 동상'을 본 후 벨기에 왕실의 결혼식이 열리는 '성 미카엘 대성당'으로 자리를 옮긴다. 성당을 바라보고 오른쪽으로 걷다보면 벨기에 왕립미술관(Royal Museums of Fine Arts of Belgium)을 만나게 된다. 벨기에 왕립미술관은 1801년 파리 루브르 박물관의 분관으로 지어졌다가 1831년에 독립했다. 무엇보다 미술관 외곽에 한국어로 '벨기에 왕립미술관'이라고 적혀있어 더욱 반갑게 느껴지며, 한국 관광객들에게 얼마나 유명한 미술관인지 직감할 수 있다.


< 한국어가 눈에 띄는 벨기에 왕립미술관 - 출처: 통신원 촬영 >

< 한국어가 눈에 띄는 벨기에 왕립미술관 - 출처: 통신원 촬영 >


오래 전 통신원이 유럽을 여행할 때 브뤼셀을 잠시 들른 이유도 벨기에 왕립미술관을 방문하기 위해서였다. 최영미 작가의 『시대의 우울』을 읽으며, 벨기에 유명 화가 피터 브뤼헐(Pieter Bruegel)의 1558년 작품 <이카루스의 추락이 있는 풍경(Landscape with the Fall of Icarus)>을 직접 관람하고자 벨기에 왕립미술관을 찾았다. 당시 이 작품 앞에는 작품을 안내하는 직원과 관람객들이 모여 있었고, 미술관 안내원은 관람객들에게 그리스 신화의 주인공 이카루스가 작품 속에서 어디에 있는지 아느냐고 질문했다. 통신원은 이미 그 작품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작품 속 오른쪽 하단에 물 속으로 추락하는 중인 이카루스의 다리를 가리키고 있었다.


< 한국어 음성 안내 서비스 - 출처: 통신원 촬영 >

< 한국어 음성 안내 서비스 - 출처: 통신원 촬영 >


지난 2018년 10월부터 벨기에 왕립미술관은 한국어 음성 안내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초기 한국어 음성 안내 서비스는 왕립미술관의 여러 전시관 중 거장관(Old Masters)의 주요 작품 한정으로 제공했는데, 최근에는 거장관 전체 작품으로 서비스를 확대했다. 입장권을 구매하면서 한국어 음성 안내 서비스 비용을 함께 지불하면 전시관 입구에서 음성 안내 서비스 기계를 받을 수 있다. 통신원이 한국어를 요청하자 친절한 미술관 직원은 기계를 작동시키다가 기계 화면 속 태극기를 가리키며 "이 국기가 한국이 맞는지 확인해 달라."고 부탁했다. 통신원이 "맞다."고 말하자 직원은 환하게 웃으며 "본인이 잘 몰라서 분명히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현재 벨기에 왕립미술관의 음성 안내 서비스는 벨기에의 공용어인 네덜란드어와 프랑스, 독일어를 비롯해 영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중국어, 한국어 총 9개 언어를 지원하고 있다.


< 마그리트관 전시 작품 - 출처: 통신원 촬영 >

< 마그리트관 전시 작품 - 출처: 통신원 촬영 >


벨기에 왕립미술관에는 1898년 벨기에 출생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René Magritte)관도 있다. 왕립미술관 외부에 '마그리트 미술관'이라고 크게 적혀진 독자적인 판넬이 있을 정도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벨기에의 대표적인 화가이다. 하늘 새, 신사의 모자와 사과를 모티브로 한 그의 작품들은 한국인들에게도 친숙하다. 통신원이 방문한 당일에는 벨기에 중고등학생들과 교사가 마그리트관을 관람하고 있었다. 신사의 얼굴이 초록색 사과로 가려진 마그리트의 대표 작품 <사람의 아들>이 보이지 않아 미술관 직원에게 물어보니, 현재는 다른 나라에서 전시 중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중고등학교 교사 역시 학생들에게 그 작품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함께 아쉬워하는 모습이었다.

벨기에에서는 병원을 제외한 어디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코로나19 이전의 생활로 완전히 복귀했다. 브뤼셀도 관광객들로 다시 활기를 되찾아 미술관, 성당, 카페 및 레스토랑 테라스에는 많은 사람들로 분주하다. 벨기에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브뤼셀의 그랑 플라스와 오줌싸개 동상만 보는 것을 벗어나, 한국어 설명을 들으며 벨기에 거장들의 작품들을 여유롭고 좀 더 깊게 감상할 수 있는 벨기에 왕립미술관 방문을 추천한다.

사진출처: 통신원 촬영





고소영

성명 : 고소영[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벨기에/겐트 통신원]
약력 : 겐트대학원 African Languages and Cultures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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