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문화정책/이슈] 여성, 삶, 자유를 위하여 노래를 부르다
구분
사회
출처
KOFICE
작성일
2022.10.13

최근 이란에서 '여성, 삶, 자유를 위하여'라는 의미가 깊은 가사가 담긴 한 음악이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며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란이 처한 현재 상황을 전하는 <Baraye>는 SNS와 유튜브 등 온라인을 통해 공개됐다. 페르시아어 Baraye는 '위하여'를 의미한다. 해당 노래를 부른 셰르빈 하지푸르(25세)는 이 노래를 발표한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이란 당국에 체포되어 구금된 바 있으며, 해당 유튜브 영상도 삭제 조치됐다. 현재는 영어로 번역된 유튜브 조회수가 증가하며 화제가 되고 있다. <Baraye>이 이란 현실을 알려주는 저항의 노래로 알려지면서, 이란 사람들이 모이는 전 세계 곳곳의 어느 장소에서나 들을 수 있는 음악으로 부상하고 있다.


< 'Baraye'를 부르는 셰르빈 하지푸르 모습 - 출처: 셰르빈 하지푸르 유튜브 계정(@Hossein Tips) >

< 'Baraye'를 부르는 셰르빈 하지푸르 모습 - 출처: 셰르빈 하지푸르 유튜브 계정(@Hossein Tips) >


셰르빈 하지푸르가 <Baraye>를 발매하자마자 이란 당국에 체포된 것은 현재 이란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정부 시위를 상징하는 저항의 노래로 판단됐기 때문이다. 지난 9월 17일,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22세)가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풍속 단속 경찰에 걸려 체포되고 난 뒤 갑자기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히잡은 이슬람 여성이 머리와 목 등을 가리기 위해 쓰는 두건의 일종이다. 이란에서는 히잡 등을 비롯한 여성 복장을 단속하는 풍속 단속 경찰이 있다. 예전에는 단속이 심하지 않았지만, 율법학자 출신인 대통령이 당선되고 2022년 8월부터 여성의 사회적 권리도 제한하는 법을 발령하면서 풍속 단속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마흐사는 9월 13일 체포돼 갑자기 쓰러지고 병원에서 혼수상태에 빠진 지 사흘 만에 숨졌다. 마흐사의 죽음은 이란의 한 용감한 기자가 기사로 발표해 알려졌으며, 기사를 발표한 기자는 현재 체포된 상태이다. 이란 정부에서는 마흐사가 지병인 심장병으로 숨졌다고 발표했지만, 가족들은 마흐사는 평소 심장에 이상이 없었으며, 시신에 구타 흔적이 있었다고 말해 의혹이 불거졌다.


< 히잡 때문에 사망한 이란의 마흐사 아미니 죽음을 애도하는 영상 - 출처: BBC Persian 인스타그램 계정(@bbcpersian) >

< 히잡 때문에 사망한 이란의 마흐사 아미니 죽음을 애도하는 영상 - 출처: BBC Persian 인스타그램 계정(@bbcpersian) >


니카 샤카라미(16세)는 마흐사 아미니를 추모하기 위해 9월 20일 시위에 나간뒤 "보안군에 쫓기고 있다."라는 통화를 마지막으로 실종됐다가 열흘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니카는 머리에 심한 외상과 함께 의문사했는데, 당국은 자살했다고 발표했다. 니카의 어머니는 시위에 나갔던 딸이 정부에 살해됐다고 절규하며 거짓 진술을 강요하고 있다는 폭로로 이란 전역의 시위가 더 거세졌다. 여학생들의 사망은 이란 전역에서 어린 여학생들이 반정부 시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도화선이 됐다.


< 이란에서 사망한 마흐사 아미니를 추모하면서 히잡을 불태우는 집회 - 출처: BBC Persian 인스타그램 계정(@bbcpersian) >

< 이란에서 사망한 마흐사 아미니를 추모하면서 히잡을 불태우는 집회 - 출처: BBC Persian 인스타그램 계정(@bbcpersian) >


이란의 모든 학교들은 9월 24일부터 새학년 개강을 시작했다. 모든 학교들이 개강하자마자 경찰은 학교 안에서부터 강경하게 단속해 학교 안에서도 시위가 일어났다. 대학교에서 벌어지는 시위 진압을 위해 경찰이 총을 무자비하게 쏘면서 많은 학생들이 목숨을 잃었다. 이를 규탄하기 위해 시민들이 합세하면서 현재는 반정부 시위가 3주째 이어지며 그 규모가 커지고 있다. 이번 시위는 MZ세대가 시위의 주축으로, 현재 대부분의 학교가 문을 닫은 상태이다. 이란의 공식적인 발표로도 100여 명 이상이 사망하고, 수백 명이 다쳤으며, 수천 명이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란은 SNS 등 사회관계망 서비스를 전부 차단했으며, 인터넷을 전부 차단한 상태이다.


< '여성, 삶, 자유'가 쓰여진 이란 국기 행글라이딩 - 출처: BBC Persian 인스타그램 계정(@bbcpersian) >

< '여성, 삶, 자유'가 쓰여진 이란 국기 행글라이딩 - 출처: BBC Persian 인스타그램 계정(@bbcpersian) >


이란에서 반정부 시위가 확산되는 가운데, 이란 배우와 유명 스포츠인, 미국을 비롯한 유럽 배우들과 유력한 정치인들도 연대 시위에 나섰다. 온라인 영상과 시위 현장에서는 많은 여성들이 직접 머리카락을 잘라내며 연대에 나서고 있다. 이란에서는 여성들이 애도나 저항의 의미로 머리카락을 자르는 오랜 풍습이 있다. 이라크 출신 스웨덴 유럽의회 아비르 알살라니 의원이 유럽 의회 연단에 올라 연설하면서 "이란 여성들이 자유로워질 때까지 우리가 함께 할 것"이라고 하면서 머리카락을 자르며 "여성, 삶, 자유"라고 외쳤다. '자유'는 페르시아어로 '어저디(Azadi)'이다. 이란을 상징하는 가장 유명한 건축물 '어저디 타워'는 테헤란 의 심장이라고 부르며, 자유와 혁명의 상징물로 알려져 이란이 세계에 자랑하는 조형물이다.


< 테헤란 시내에서 노래를 부르는 이란 음악가들 - 출처: deyband 인스타그램 계정(@deyband) >

< 테헤란 시내에서 노래를 부르는 이란 음악가들 - 출처: deyband 인스타그램 계정(@deyband) >


<Baraye>는 "거리에서 춤을 추기 위하여, 사랑을 표현하는 두려움을 위하여, 내 여동생과 너의 여동생과 우리 언니들을 위하여, 여성, 삶, 자유를 위하여, 자유를 위하여, 자유를 위하여" 등의 가사로 이루어져 있다. 이란 젊은이들과 여성들이 수십 년 동안 느꼈던 고통과 깊은 슬픔이 노래로 전달돼 감동의 깊이를 느낄 수 있다. 셰르빈 하지푸르가 부른 노래 가사 내용은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평범한 일상이지만, 이란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간절히 원하는 자유로운 일상 내용이라서 마음이 아프다. 이처럼 현재 이란에서는 어린 여학생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여성 , 삶, 자유'라는 구호를 외치며 저항의 노래를 함께 부르고 있다.



사진출처
- 셰르빈 하지푸르 유튜브 계정(@Hossein Tips)
- BBC Persian 인스타그램 계정(@bbcpersian)
- deyband 인스타그램 계정(@deyband)




김남연

성명 : 김남연[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이란/테헤란 통신원]
약력 : 전) 테헤란세종학당 학당장, 테헤란한글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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