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재외동포 어린이 한국어 그림일기 대회 최우수상 수상한 박서진 어린이와 어머니 인터뷰
구분
교육
출처
스터디코리안
작성일
2022.10.13

2022 재외동포 어린이 한국어 그림일기 대회 최우수상 수상작 박서진 어린이의 '박과 팍'

2022 재외동포 어린이 한국어 그림일기 대회 최우수상 수상작 박서진 어린이의 '박과 팍'


교육부가 주최하고 국제한국어교육재단이 주관하는 2022년 재외동포 어린이 한국어 그림일기 대회에 전 세계 40개국 980명이 참가했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전년 대비 두 배나 많은 만 12세 이하 재외동포 어린이들이 한국어를 공부하는 과정에서 겪은 일화를 솔직하고 재미있게 그림일기로 표현했다고.

호주에 사는 재외동포 어린이들도 이번 대회에 많이 응모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학교·한글학교 재학생은 교내 예선을 통해 추천된 학생의 작품을 출품했고, 한국학교·한글학교에 다니지 않는 재외동포 어린이들은 개별적으로 작품을 응모할 수 있었다. 호주에서는 박서진 군(St Gerard's Catholic Primary School 2학년, 린필드한국학교 2학년)이 최우수상을 수상, 4박 5일간 한국 역사 문화 체험의 기회를 얻어서 10월 5일 현재 부모님과 함께 한국 방문 중이다. 영광의 최우수상을 받은 박서진 군과 서진 군의 어머니와 서면으로 인터뷰를 나눴다.

Q. 서진이가 쓴 그림일기 참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박(Park)이라는 Surname에 얽힌 친구들과 재미있는 일화를 바탕으로 손흥민 선수처럼 유명한 한국인이 되면 '서진 파크'라는 공원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바람까지 참 재미있고 창의적이면서도 어린이다운 순수한 마음이 돋보인 그림일기였습니다. 최우수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상 받게 됐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때 기분이 어땠나요?
사실은 상을 받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처음에 엄마가 상 받게 됐다고 말씀하셨을 때는 무슨 상인지도 몰랐습니다. 엄마가 농담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엄마가 엄청나게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진짜 상을 받는 걸 알게 됐습니다. 린필드한국학교 같은 반 친구들이 박수쳐줄 때 가장 기뻤습니다.

Q. '에핑 팍은 나랑 같은 박 씨인가?'라는 속마음이 특히 재밌었어요. 평소에도 일기를 자주 쓰나요? 표현력이 대단한 것 같은데 글 쓸 때 속마음이 자연스럽게 잘 표현이 되는 비결이 뭔지 궁금합니다.
엄마랑 차 타고 다닐 때마다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그때마다 엄마랑 창밖에 보이는 걸 보고 서로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그리고 엄마랑 그림책을 많이 읽었는데 거기서 inspiration(영감)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리고 스테이플러로 찍어서 종이로 책 만드는 걸 좋아하는데 학교 친구들을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책을 만들어서 친구들에게 주곤 했던 것이 글 쓰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Q. 이번 한국 방문에서 가장 하고 싶은 게 뭔가요?
할머니 댁에 가서 할머니를 만나고 싶습니다. 지난번에 한국에 갔을 때 할머니랑 전쟁기념관에 갔는데, 그때 탱크 전시관이 수리 중이라서 볼 수 없어서 서운했는데 이번에 다시 가서 탱크 안에 들어가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또 가보지 못한 새로운 곳도 많이 구경해보고 싶습니다.

Q. 린필드한국학교 2학년이지요? 학교 자랑이나 선생님께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린필드한국학교에 가면 매주 친구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습니다. 합창대회 때 부른 '독도는 우리땅' 노래 배웠던 게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음악 선생님께서 재미있는 노래도 많이 가르쳐 주십니다. 우리 반 담임이신 유진숙 선생님께는 잘 가르쳐 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제가 가끔 떠들어서 죄송합니다. 받아쓰기 더욱 열심히 잘하겠습니다.


2022 재외동포 어린이 한국어 그림일기 대회 최우수상 수상한 박서진 어린이

2022 재외동포 어린이 한국어 그림일기 대회 최우수상 수상한 박서진 어린이


다음은 서진 군과 함께 한국 방문 중인 어머니와 나눈 서면 인터뷰 내용이다. 재외동포 자녀의 한국어 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하고 계신 부모님들께 서진 군 어머니의 진솔한 경험담이 큰 도움이 되리라 예상된다.

Q. 서진 군 일기를 읽고 깜짝 놀랐습니다. 일상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고도 독특하게 잘 표현해서 말입니다. 평소 자녀의 글쓰기 향상을 위해서 특별히 노력하고 계신 부분이 있으신지요?
이렇게 말씀해주시니 쑥스럽기는 하지만, 서진이가 워낙에 말도 많고 본인의 마음을 언어로 표현하는 스타일이라서 저도 가끔 많이 배우게 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또 약간 엉뚱한 부분도 있어서 생각을 다양한 방법으로 이야기하는데요. "엄마가 아까 그렇게 이야기 해서 내 마음이 아팠다."라고 이야기할 때도 있고, "엄마가 다른 방법으로 이야기해 주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라는 식으로, 남자아이 치고는 감정이 풍부한 것 같습니다. 서진이가 이런 자기 생각을 글로 쓸 수 있게 따로 지도하는 부분은 없지만, 공책에 본인을 주인공으로 나름 소설 속 주인공이랑 친구가 되어 글을 쓰기도 하고, 친구들을 주인공으로 만들어서 책을 만들어 주기도 하더라고요. 이런 작은 활동들이 본인의 생각을 정리해서 글로 표현할 수 있게 해준 것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Q. 서진 군 일기를 보면 글씨를 바르게 쓰고 맞춤법도 정확해서 또 놀라게 됩니다. 서진이의 한국어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된 것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사실 서진이가 3살 때 호주에 오게 되면서, 한국어도 영어도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는데요. 파닉스와 한글을 동시에 배우다 보니 한때 서진이가 굉장히 힘들어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코로나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서, 이때부터 한국 스타일(깜지 쓰기 ^^;;)로 빠르게 자음, 모음을 암기시키고 나니, 본인이 배우는 파닉스와 비슷하다는 걸 알게 되더라고요. 그때부터는 읽기와 쓰기 모두 빠르게 배우게 되었습니다. 서진이도 다른 친구들과 비슷하게 맞춤법에 힘들어하긴 하지만, 일기에서 틀린 문장들은 엄마의 빨간펜으로 다시 고쳐주고 나서 여러 가지 예시를 보여주며 익숙해지도록 하고 있습니다.

지난 1월에 치과 수술이 있어서 잠시 한국에 갔을 때, 2년 만에 가보는 한국이라 낯설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한국어로 계속 이야기하려고 노력하고, 본인이 간판이나 메뉴를 다 읽어 내는 모습을 보니 너무 뿌듯하더라고요. 가족 및 동네 분들이, 서진이가 시드니에 살고 있지만 한국어나 한글을 잘하는 모습에 칭찬과 격려를 많이 해주셨습니다. 이런 주변인들의 기대에 서진이도 본인이 한국인이고 한국말을 잘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이 생긴 것 같아요.

또 무엇보다 한글학교 담임 선생님께서 서진이가 학년 초에 반에 친구가 없다고 슬퍼할 때마다, 많이 격려해주시고 짝꿍까지도 신경 써주신 덕분에 서진이도 한글학교 가는 걸 즐거워하게 되었습니다. '한글학교는 즐겁고, 한글을 배우는 것도 즐겁다.'라고 인식하게 해주신 것에 대해서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박서진 어린이


Q. 이번 한국 방문을 통해 서진이에게 어떤 경험을 하게 해주고 싶으신가요?
서진이가 가끔 [안녕 자두야]라는 한국 만화 이야기를 해주는데요. 저도 가끔 같이 보는데 재미있더라고요. 1980~90년대 아이들 이야기인데, 제가 초등학생일 때 있었던 이야기들을 보는 것 같더라고요. 서진이가 저한테 엄마도 저렇게 고무줄놀이도 하고 문방구도 갔냐고 물어보는데, 이번 기회에 서진이랑 함께 저의 초등학교 시절을 되돌아보고 싶네요. 학교 앞 문방구도 가보고, 분식집도 가서 군것질도 해보고 싶습니다.

가끔 서진이 친구들 앞에서 서진이랑 저랑만 한국 말을 하는데, 혹시 서진이가 엄마랑 한국어로 친구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게 부끄럽지는 않은지 물어본 적이 있어요. 그런데 서진이가 "엄마랑 나랑 한국말 하는게 더 특별한 느낌"이라고 대답하더라고요. 언어만으로도 전혀 다른 세상인 호주 초등학교를 생활하는 서진이에게 제가 가지고 있는 한국 초등학교의 감성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서울에 계신 모든 가족분께 이번 기회에 모두 인사드리고 싶네요. 지난번엔 4인 이상 집합 금지라 만나 뵙지 못했거든요. 서진이를 사랑하는 가족이 서울에 많이 있는 걸 알려주고 싶습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서 박서진 군이 자기 생각과 감정을 솔직하게 얘기할 수 있고, 그것을 창의적이고 재치 있게 그림일기로 표현할 수 있었던 것은 평소 어머니와 좋은 관계를 바탕으로 한국어로 소통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기 때문임을 느낄 수 있었다. 부모가 자녀의 이야기를 귀담아들어 주고 공감할 때 자녀는 부모를 신뢰하고 자기 생각과 감정을 털어놓게 된다. 그때 자녀도 부모를 부모로서 존중하고 부모의 가치관과 생각을 받아들이게 되는 것은 아닐까 싶다.




이주영
 오스트레일리아 이주영
 린필드한국학교 교사
 시드니 영락문화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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