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에어푸르트 예술정원, 제3의 자연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2.10.11

독일 통일기념일인 10월 3일, 에어푸르트에서 남북한의 야생화를 심은 예술정원 제3의 자연(Das Dritte Land)이 개막했다. 지난 2019년, 베를린 도심에 처음 설치된 한석현, 김승회 작가의 제3의 자연은 백두대간을 본 딴 정원에 남북의 초목을 심어, 경계를 넘나드는 한반도 생태를 구현한 예술정원이다. 두 작가는 현무암으로 기암괴석 형태의 백두대간을 재현했으며, 한국에서 직접 가져온 남북의 대표적인 야생화와 풀, 나무 등 40여 종을 심었다. 제3의 자연은 지난 2년간 베를린에서 예술과 생태, 학문, 국경을 넘나드는 소통의 장으로서 독일 연방정치교육원의 통일상을 수상한 바 있다.


< 베를린에서 에어푸르트로 이전한 예술정원, 제3의 자연 - 출처: 통신원 촬영 >


< 베를린에서 에어푸르트로 이전한 예술정원, 제3의 자연 - 출처: 통신원 촬영 >

< 베를린에서 에어푸르트로 이전한 예술정원, 제3의 자연 - 출처: 통신원 촬영 >


튀링엔주 주도 에어푸르트시는 작품의 의미를 높이 평가해 제3의 정원의 이전을 먼저 제안했다. 올해 통일기념일을 개최하는 에어푸르트의 슬로건은 '함께 자란다(Zusammenwachsen)'이다. 이번 통일기념일 컨셉과도 딱 맞는 공공미술 작품인 셈이다. 정원 이전 작업은 지난 4월부터 시작됐다. 한석현, 김승회 작가와 김금화 큐레이터, 에어푸르트 예술협회 및 시립미술관, 정원관리청이 모두 힘을 모았다. 베를린에서 살아남은 야생화 16종과 한국에서 새롭게 가져온 22종을 더해 총 38종의 야생화가 이곳 에어푸르트에 뿌리를 내렸다.  


통신원은 지난 2일, 마지막 오픈 준비에 여념이 없는 제3의 자연 정원을 방문했다. 에어푸르트 페터스베르크 요새 아래 자리잡은 정원은 주변 경관과 어우러져 지나가는 이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김승회 작가는 식물의 성장과정을 기록하고, 정원의 형태를 아름답게 정비했다. 지난 여름 독일의 극심한 가뭄 탓에 죽은 식물도 있지만, 기대보다는 많은 종이 살아남았다. 에어푸르트시 정원관리청 직원들도 정원을 매일 방문해 작가를 도와 성심껏 정원을 돌보았다.


< 에어푸르트 시립미술관에서 열린 제3의 자연 오프닝 행사 - 출처: 통신원 촬영 >

< 에어푸르트 시립미술관에서 열린 제3의 자연 오프닝 행사 - 출처: 통신원 촬영 >


지난 10월 3일 오후 3시, 에어푸르트 시립미술관에서 열린 제3의 정원 개막식에서는 국가 간 생태 협력에 대한 세미나와 작가와의 대화가 이어졌다. 독일 통일기념식을 공식 방문한 권영세 통일부 장관, 이봉기 주독한국문화원장, 크리스티안 호른 에어푸르트시 문화국장, 카이 우베 쉬어츠 에어푸르트 시립미술관장 등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 에어푸르트 제3의 자연 팀 - 출처: 통신원 촬영 >

< 에어푸르트 제3의 자연 팀 - 출처: 통신원 촬영 >


김승회 작가는 "누운 향나무 두 그루를 심었는데 한 그루는 죽고, 한그루는 살았다. 살아남은 나무를 보니 독일의 잡초와 마치 서로 끌어안듯이 엉켜 있었다. 작은 정원에서 남북, 독일의 식물이 함께 자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석현 작가는 "처음 정원을 구상할 때는 한국 산맥을 따 왔다. 내용을 모르더라도 산과 풀, 안개로 이루어진 정원을 예술작품으로 즐길 수 있기를 바라고, 그 안에서 남북의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다면 더욱 좋겠다."고 말했다.


< 제3의 정원 내에서 자라고 있는 야생화 - 출처: 통신원 촬영 >

< 제3의 정원 내에서 자라고 있는 야생화 - 출처: 통신원 촬영 >


세미나에서는 베를린자유대 이칼리쉬 정희 교수가 '남북의 백두대간을 따라서'라는 주제로 한반도의 산세와 지리를 어떤 방식으로 제3의 자연에 재현했는지 소개했다. 바텐메어(Wattenmeer) 세계자연유산 사무국 하랄드 마렌식(HaraldMarencic) 사무차장과 베를린자유대 김상국 연구교수는 독일과 덴마크, 네덜란드 3국이 협력해 보존하고 있는 북해 바텐메어 갯벌의 사례를 소개하며, 한반도에서 중국까지 연결된 갯벌의 잠재력과 협력 가능성을 모색했다. 또한 독일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아시안아트 앙상블(AsianArt Ensemble)은 동서양을 넘나드는 새로운 공연으로 큰 박수를 받았다.


< 제3의 자연의 오프닝 공연, 아시안아트앙상블 - 출처: 통신원 촬영 >

< 제3의 자연의 오프닝 공연, 아시안아트앙상블 - 출처: 통신원 촬영 >


제3의 자연을 기획한 금아트프로젝트 김금화 대표는 "수많은 이들의 노력으로 제3의 자연이 에어푸르트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갖게 됐다. 베를린에서와 마찬가지로 자연과 문화, 자연과 정치 사이의 이분법을 넘어 집합적이면서 경계를 넘나드는 학제간 아이디어를 나누는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 또한 인간이 만드는 수많은 경계에 대해 자연이 제시하는 새로운 사고방식을 발견하는 정원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사진출처: 통신원 촬영



이유진

성명 : 이유진[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독일/베를린 통신원]
약력 : 전)2010-2012 세계일보 기자 라이프치히 대학원 커뮤니케이션 및 미디어학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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