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한국 교민 예술가들이 꾸며낸 풍성한 향연, 오스토리 아트센터를 가다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2.07.21

지난 6월 25일 카이로의 마디(Maadi) 지역에 위치한 오스토리(O’story) 아트센터에서는 센터 재오픈을 맞아 의미 있는 공연이 개최되었다. 전쟁을 모티브로 전쟁과 삶, 어둠과 희망을 이야기하는 '어둠 속에 꽃이 있었다'라는 주제로 예술을 전공한 한국 교민들이 꾸민 사진 전시와 피아노 연주, 무용 공연 등이 펼쳐진 것이다.


오스토리 아트센터는 2016년 카이로 무까땀 지역에 처음 문을 열고, 성인과 유아 대상의 발레 수업과 발레 공연 등을 주로 해왔다. 김시은 센터장은 중앙대 무용학과에서 현대무용을 전공하고 이집트로 오게 되었는데, 공연에 대한 갈증과 현지 예술가들과 한국 예술인들이 협업하는 플랫폼을 제공하여 예술이 단절되지 않고, 일상에 가까이 자주 노출되도록 돕고 싶어서 센터를 열게 되었다고 했다. “1기 오스토리 중점사업이 교육이었다면, 물리적 교류가 더 용이한 곳으로 장소를 옮긴 2기 오스토리에서는 현지 예술가들과의 네트워크 및 협업에 더 집중하고 싶습니다."


오프닝 파티는 한국전쟁을 기억하는 의미에서 6월 25일로 결정되었다. 한국 역사를 잘 알지 못하는 관객들에게 전쟁의 아픔을 나누기도 하고, 지금도 전쟁으로 고통받고 있는 무고한 사람들을 함께 기억하기 위해서였다. 공연은 총 3회에 걸쳐 진행되었다. 진행자는 여행 가이드처럼 관객들을 모아 각 방에 준비된 공연을 안내했다. 첫 번째 관람지인 갤러리는 미술학과에서 조소를 전공하고 한국의 전시회에서 개인과 그룹으로 다수 참여한 적이 있는 이혜연 씨가 맡아 기획했다. ‘전쟁과 아이들’, ‘너의 잘못이 아니야’, ‘행복이 있었다’ 등의 주제로 사진을 선정하고, 전시 사진 뒤의 한쪽 벽면에 감상을 그림이나 글로 표현할 수 있도록 참여 공간을 마련했다. 이혜연 씨는 적극적인 관람을 장려했다. “사진에 있는 인물들과 천천히 눈을 맞추고 그들 인생의 무게를 함께 느끼며 그들의 메시지에 귀를 기울였으면 좋겠습니다. 그들과 소통할 때 각자에게 주어진 메시지가 있을 것입니다.”


<갤러리 사진 감상 후 감상 소감을 남기는 관객들>

<갤러리 사진 감상 후 감상 소감을 남기는 관객들>


두 번째는 피아노 방이었다. 오스토리에서 피아노를 가르치기도 하는 유승혜 씨는 다른 연주자 송은영 씨와 함께 연주하기도 하고, 독주를 선보이기도 했다. 한국의 정서를 대표하는 곡을 편곡한 곡 중의 하나인 자장가 <섬집아기>와 <아리랑 랩소디>를 선곡했는데, 관중들은 이집트와 한국, 미국, 대만, 브라질 등 다양한 국적에도 불구하고 음악이 주는 서정성과 메시지에 함께 공감하며 빠져드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포핸드 피아노로 연주한 <아리랑 랩소디>는 '아리랑'이라는 노래가 한국인들에게 주는 의미에 대한 설명과 함께 랩소디라는 형식의 자유롭고 강렬한 연주로 큰 인상을 남겼다.


 <포핸드 피아노로 연주하는 '아리랑 랩소디'>

<포핸드 피아노로 연주하는 '아리랑 랩소디'>


세 번째 관람지에는 무용 공연이 준비되어 있었다. 첫 공연은 김시은 센터장과 이집트에서 발레를 전공한 에스라 무함마드가 무용과 연극을 결합한 ‘탄츠시어터’라는 장르의 공연을 선보였다. 전쟁의 포화 가운데 살아가는 두 소녀의 일상의 놀이가 어떻게 전쟁의 영향을 받아 가는지에 대해 현실적으로 무게감 있게 표현한 공연이었다. 두 번째 공연은 가족과 재회할 날을 기다리는 한 소녀의 소망을 한국무용으로 표현한 것으로, 이를 통해 관객들에게 한국무용을 소개하는 기회를 얻기도 했다.

<'역할 놀이(Role Play)'라는 제목으로 공연하는 모습>

<'역할 놀이(Role Play)'라는 제목으로 공연하는 모습>


이처럼 각기 다른 방에 다른 장르의 공연이 기획되었는데, 방들을 이동하면서 '전쟁'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하는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경험하는 동안 감정이 점층적으로 쌓아 올려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또한 각 방이 소극장 형태로 관객과 가깝고 밀도 있게 꾸며져 관객들의 몰입도가 높았고, 마지막 무용 공연까지 관람한 관객들은 먹먹한 감정을 표현하기도 했다. 공연에 참석한 사람들은 '진정한 희망은 어두움 가운데서 발견되는 것이 아닐까'라고 해석하기도 했고, '이런 수준 높은 공연을 이집트에서 경험할 수 있어서 새롭고 즐거웠다', '진입 장벽이 높지 않고 동네 아트센터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감상할 수 있었던 것도 좋았다'는 등의 피드백을 남겼다. 공연을 준비한 공연자들도 예술가들끼리 이런 협업의 기회가 서로에게 격려가 된다며 기쁜 마음을 표현했다.

오스토리가 기대되는 이유는 한국인들 간의 협업 및 현지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의 다양한 가능성 때문이다. 특히 한류가 일방적인 문화 전달이 아닌 문화 교류의 형태로 발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에서 예술을 전공하고 이집트 현지 문화를 잘 이해하는 교민들이 충분한 다리의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스토리가 현지 예술가들 및 관객들과 함께 다양한 예술적 실험을 생산해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사진 출처
통신원 촬영


손은옥

성명 : 손은옥[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이집트/카이로 통신원]
약력 : 현) Korean Culture Lounge 'the NAMU'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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