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한류 열풍의 전초기지, 크라이스트처치 한인회에서 문화 강좌 개설하다.
구분
교육
출처
스터디코리안
작성일
2022.07.27

뉴질랜드의 계절은 한국과 정반대다. 따라서 뉴질랜드의 7월은 그야말로 한겨울로써 매서운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달이다. 특히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기온은 더 내려가는데,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남극에 가까워지기 때문이다. 세찬 바람이 불던 지난 7월 16일, 반가운 소식이 있었다. 남섬에 위치한 크라이스트처치 한인회에서 문화 강좌를 개설했기 때문이다. 이번 문화 강좌 개설의 취지는 우리 민족과 우리 문화가 지닌 역동성을 기반으로 문화 강국으로서의 자긍심을 고취할 수 있다는 점과 한인들의 흥미로운 문화 활동에 있다.


그동안 크라이스트처치 지역에서 한인들의 한국 문화 활동은 미미했다. 반면 매년 크라이스트처치시에서 주관하는 음력설 행사를 비롯한 각종 행사에 중국 문화는 압도적인 선을 보여 왔다. 그러나 이번에 한인들을 대상으로 한 문화 강좌의 개설은 여태껏 전개되어 온 중국 주도의 문화 활동 생태계를 바꿀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 문화의 진수를 선보임으로써 신한류를 이끄는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을 것이다. 한류의 열풍이 이곳 변방 크라이스트처치에서도 불지 않을까 한다. 올해 7월 어느 날 필자가 크라이스트처치 지역에 있는 팜스(Palms)라는 쇼핑몰에서 쇼핑하던 중이었다. 쇼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비티에스(BTS) 글자가 새겨진 마스크를 한 뉴질랜드인이 나타났다. 깜짝 놀라서 "비티에스(BTS)가 '방탄소년단'을 의미하느냐"라고 물어보니, "그렇다. 비티에스의 춤과 노래에 매료되었다."라고 했다. 더욱 놀란 것은 휴대폰과 지갑에도 BTS 사진을 코팅했다면서 보여주었다.


BTS 글자가 새겨진 마스크를 쓰고 휴대폰에 코팅한 BTS 사진을 보여주는 한 뉴질랜드인

BTS 글자가 새겨진 마스크를 쓰고 휴대폰에 코팅한 BTS 사진을 보여주는 한 뉴질랜드인


BTS 사진이 담긴 지갑

BTS 사진이 담긴 지갑


거칠 것이 없이 뻗어나가는 한류! 진정한 문화강국임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면에서 문화 강좌 개설의 파급 효과는 클 것으로 기대된다. 세대를 아우르는 공감대 형성은 물론, 지역민들과 함께하는, 다시 말하면 문화적 상대성에 기반한 지역민들과의 소통 및 연대도 가능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인회에서 운영되는 문화 강좌는 우선 2개 강좌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매주 토요일 열리는 '신명 나는 사물놀이 교실'과 '즐거운 토요일 노래 교실'이다. 강좌별 매주 약 1시간 정도 강의한다. 7월 16일부터 시작된 이래 한인들의 관심과 참여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한인회에 따르면 사물놀이 교실의 경우 10명 내외로 성인과 청소년(Year11 이상)을 대상으로 하며, 노래 교실은 20명 내외로 성인을 대상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한다. 인원이 너무 많으면 한정된 시간에 수업의 질을 제고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물놀이 교실의 수업 구성은 장구 기초장단, 설장구 장단, 사물놀이 장단, 민요 등이며, 노래 교실은 가요, 트로트, 올드 팝송, 가곡 등이다.

강좌가 열리는 장소는 크라이스트처치시 리카턴 지역 한인 성당에서 이뤄진다. 한국 문화 강좌 관련 독자적인 건물이 아직 없다는 점이 아쉽기는 하지만, 강좌가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다고 본다. 그 원동력으로 한인들의 관심과 열정, 그리고 발효음식을 만들 때와 같은 은근과 끈기가 우리 민족에게는 공존하기 때문이다.

2개 강좌로 시작되었지만 다양한 강좌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인들의 눈높이에 맞는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관심과 참여도를 적극적으로 끌어 내야 한다. 많은 한인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소통의 장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개강 첫날 첫 강좌는 오전 9시부터 10시까지 한 시간 동안 진행된 '신명 나는 사물놀이 교실'의 장구 수업이었다.


장구 수업 광경(출처: 2022년 7월 21일 자 코리아 리뷰)

장구 수업 광경(출처: 2022년 7월 21일 자 코리아 리뷰)


크라이스트처치 한국학교 사물놀이팀(출처: 2022년 6월 21일 자 코리아 리뷰)

크라이스트처치 한국학교 사물놀이팀(출처: 2022년 6월 21일 자 코리아 리뷰)


사물놀이는 4가지 악기, 즉, 꽹과리, 징, 장구, 북을 중심으로 창작된 국악이다. 각 악기 소리에 담긴 의미도 다양한데, 꽹과리 소리는 '천둥', 징 소리는 '바람', 장구 소리는 '비', 북소리는 '구름'을 나타낸다. 그리하여 이 네 가지 소리를 합친 사물놀이의 소리는 '폭풍'을 나타낸다. 수강생 중에는 처음으로 장구를 배우는 초보자가 있지만, 경험자도 있었다. 교사의 재미있고 열정적인 수업에 한결같이 흥미진진한 자세였다. 수업 내용으로는 장구의 각 부분 이름, 타법, 그리고 '일체 장단'과 '이체 장단'이었다. 초보자로서 참가한 한 참가자는 "처음 치는 장구이지만 재미있어서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 열심히 배우겠다."라고 말했다. 또 "향후에는 사물놀이 교실이 크라이스트처치 지역 한인회 사물놀이팀으로 발전하면 좋겠다."라고 했다.

10시 20분부터는 '즐거운 토요 노래 교실' 수업이 있었다. 반주는 키보드로 진행했으며 효과적인 노래 연습이 되도록 수업을 진행했다. 함께 조화롭게 부르는 노래도 중요하지만, 연음으로 이어질 때 발음하는 방법, 이상적인 목소리를 내는 방법, 풍부한 음색을 가미하는 방법 등을 배웠다. 마찬가지로 수강생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교사의 수준 높은 가르침은 활기찬 수업을 이끄는 원동력이 되었다. 강의가 11시 30분까지였으나 20분이나 초과하였다. 그럼에도 수강생들은 아쉬워했다. 그 이유는 노래의 아름다움과 재미에 몰입돼 수업 시간이 짧다는 점이었다. 노래 교실 한 참가자는 "참가자 모두가 노래에 많은 관심과 학습에 대한 뜨거운 열의가 있었다. 일주일에 한 번 노래하는 것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 좀 더 시간을 늘렸으면 한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렇듯 한국 문화 강좌는 출발부터 호조를 보인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우리의 정서에 맞고 또 신명 나는 문화이기 때문이다. 감성을 젖게 하고 신명이 깃든 우리 문화의 예를 보자.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막걸리 한잔에 회포를 풀면서 노래를 부르곤 했는데, 이때 반주 장단을 맞추기 위해 젓가락을 두들겼다. 이러한 반주 장단이 장구 타법의 원형이 아닐까 한다. 조상들 삶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렇듯 우리 전통 악기와 노래는 신명 나는 매력과 우수한 콘텐츠를 갖고 있더라도 자주 접하지 못하면 점점 잊히기 쉽다. 이는 전통문화의 전승과 관련이 있다. 우리의 소중한 문화를 영속성 있게 보존하는 것은 강한 주체성, 한인으로서의 긍지와 뿌리를 심어 준다. 그런 면에서 이번 문화 강좌는 우리 전통문화의 재발견이라는 차원에서도 의의가 크다 할 수 있다.




박춘태
뉴질랜드 박춘태
한글세계화운동 뉴질랜드 본부장
중국 북경화지아대학교 국제교류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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