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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멕시코에서 활동 중인 한국 미술인 김영선 작가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2.07.15

김영선 작가 전시회 포스터 - 출처 : 김영선 작가 제공

<김영선 작가 전시회 포스터 - 출처 : 김영선 작가 제공>


멕시코 국립예술센터(CentroNacional de las Arte 소재의 Binario) 아트갤러리에서는 지난 6월 22일부터 7월 3일까지 ‘기억 지문의 속삭임(Susurrandolas huellas de la memoria)' 미술 전시회가 있었다. 이번 행사는 국립예술문학연구소(Instituto Nacional de Bellas Artes y Literatura)에서 박사 과정에 있는 두 작가가 각자의 연구를 통해 전개되는 작업 과정과 그 결과물을 보여주는 전시회이다. 그 가운데 한국 미술작가로서 멕시코에서의 작업 활동을 하고 있는 김영선 작가를 만나 보았다.

먼저 김영선 작가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한국에서 세종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하고, 2007년에 멕시코로 넘어와 1년 정도 스페인어를 공부한 후 우남(UNAM)대학교 소속 산카를로스(SanCarlos)에서 석사과정으로 도시 미술을 전공하면서 행위예술과 설치작업을 했습니다. 석사를 마치고는 에스메랄다(La Esmeralda) 국립미술대학교에서 강의하게 되었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미술작업을 꾸준히 하면서 한국, 멕시코, 독일, 이탈리아, 에콰도르에서 전시회를 했습니다. 지금은 멕시코 국가예술창작자시스템(Sistema Nacional deCreadores de Arte)의 일원으로 활동하며 INBAL 박사 과정에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이번 '기억 지문의 속삭임'은 어떤 전시회인가요?
이번 전시는 ‘자연에 대한 향수’, 그리고 ‘자연의 외침’을 드로잉과 그림으로 보여줍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콘크리트, 금속, 아스팔트 등으로 둘러싸이며 자연의 자리가 많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우리는 자연과 인간을 분리하고 정복하려 합니다. 그러면서도 도시삶에서의 부족함을 자연으로 여행하면서 대체하려 합니다. 즉, 자연에 대한 향수를 느끼죠. 발터 밴야민은 예전에는 사람들이 '식물과 동물과 미메시스를 통해 대화를 할 수 있었고 식물의 외침을 들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저는 드로잉과 그림을 통해서 이 미메시스 대화 방법으로 자연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주려 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박사 과정에서 연구하는 주제인 '사진을 보고 그리는 경우와 실제 사물을 보고 그리는 사실주의 그림의 작업 과정 비교'의 한 부분을 보여주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전시 한 부분에 사실주의 작업의 과정을 보여주는 공간을 마련했어요.

전시회를 개최한 장소도 궁금합니다.
국립예술센터는 미술, 음악, 무용, 연극, 영화 등의 예술과 문학을 연구하고 보여주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만큼 다양한 문화 행사와 전시가 열리는 곳입니다. 코로나19 전에는 거의 매주 북페어, 재즈 페스티벌, 무용, 인형극, 서커스 등의 행사가 열리고, 어린이날, 죽은자의 날, 크리스마스 등 특정일을 위한 축제도 펼쳐졌습니다. 그리고 분야별 최고의 예술 학교도 이 공간 안에 있어서 예술을 공부하고 싶은 학생들이 모이는 공간이기도 하고요.

어떤 계기로 멕시코에 와서 작가의 길을 걷게 되었나요?
한국에서 작업할 때 어떤 한계를 느껴졌습니다. 반복적으로 똑같은 작업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었어요. 그때 마침 멕시코에서 공부하던 친구에게 전화가 와서 산카를로스에서 공부하는 것을 추천했어요. 그래서 멕시코에 오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길거리나 광장과 같은 공공장소나 빈 건물에서 작업을 보여주었어요. 그림 작업을하면서부터는 수시로 멕시코 미술 공모전에 그림을 제출해서 전시회를 하면서 조금씩 저의 작업을 알려갔습니다. 지금은 전시회를 하면 저의 그림을 보러와 주시는 분도 많이 생기고 멕시코 컬렉터도 조금 생겼습니다.

요즘 다양한 분야에 광범위하게 K-문화가 퍼져있는데 K-미술, K-아트에 대한 현지 반응은 어떠하며, 영향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2016년에 멕시코에서 ‘민화’ 전시를 기획하여 전시회를 개최했습니다.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은 멕시칸의 전시회 방문을 통해 K-미술에 대한 관심을 몸소 느낀 기억이 있어요. 요즘 K-문화에 대한 관심은 단지 유행처럼 지나가는 일시적인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것은 한국인 개개인의 역량이 모여서 이뤄낸 결과 같아요. 저도 멕시코에서 작업하는 K-미술인으로서 좋은 영향을 주는 작가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한국에서도 작업을 했고 지금은 멕시코에서 작업 활동을 하면서 느끼는 작가만의 차이점이라면 무엇일까요?
한국은 제가 자란 곳이라 모든 것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받아 들여진 것 같습니다. 멕시코에서 이방인으로 살게 되면서는 낯선 여행지에서 새로운 것을 만나듯이 새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었어요. 이곳에서 만난 새로운 자극들이 제 작업의 소재가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멕시코에서 15년 이상 거주하다 보니 변화된 한국이 새롭게 보입니다. 한국은 시스템이 잘 되어 있고 모든 일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멕시코는 상대적으로 전체적인 속도가 느리죠. 작업 시간이 오래 걸리는 나의 작업은 느린 템포와 어우러져 지금의 결과물이 나오게 되는 것 같습니다.

작업의 내용은 어디에서 영감을 받는지, 또 작업 스타일의 변화가 느껴지는지 궁금합니다
전 주변을 관찰하면서 작업의 내용을 찾아요. 일상에서, 여행을 가서, 책을 읽으면서, 뉴스를 보면서, 아이들을 관찰하면서, 그리고 대학교에서 강의할 때는 학생들과 같이 이야기하면서 영감을 받습니다. 이전에 설레는 마음으로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오랜만에 만난 한국은 많이 달라져 있었어요. 미세먼지가 심각 단계로 파란 하늘은 며칠째 보이지 않았고, 가까운 건물도 안 보이고, 마스크를 쓰고 다녀야 했어요. 이런 경험을 하면서 ‘파란 하늘을기록해야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의 얼굴에 마스크 대신 구름을 씌우는 작업을 했고요. 현재는 지구 온난화와 코로나19 사태를 지켜보면서 기후변화 위기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관련 작업을 하려고 합니다.

그동안 멕시코에서 진행한 제일 기억에 남은 전시회는 어떤 전시였나요?
틀라스카라(Tlaxcala)에서 했던 작은 개인전이에요. 전시장 큐레이터가 “강, 의자, 동물이 있는 그림을 보고 한 여자분이 한참 동안 보면서 울었다”라는 말을 전해주었습니다. ‘내 그림이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느끼게 해주는 도구일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했고, 더 열심히 세상을 관찰하고 작업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앞으로 어떤 전시를 준비하고 계시는지, 또 향후 계획 중인 것들에 대해서도 말씀 부탁합니다
우선 '오픈 스튜디오'를 올해와 내년에 가질 계획입니다. 오픈 스튜디오에서는 저의 그림 그리는 작업 과정을 설명하고, 관객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에요. 그리고 기후변화 위기에 대한 그림 작업을 해서 갤러리나 박물관에서 전시할 계획입니다. 마지막으로 '사실주의 그림 그리는 방법'에 관한 책도 내고 싶어요. 그래서 더 많은 사람과 제 작업 방식과 스타일을 공유하려 합니다.

인터뷰를 통해 멕시코에서 한국 작가들이 활발하게 활동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들을 더 적극적으로 소개하여 그들의 활동을 조금이라도 더 응원하고 싶은 책임감이 느껴졌다. 이번 김영선 작가의 전시회를 통해 그냥 ‘멋있다, 예쁘다’고 느끼는 것도 중요하지만 갈수록 심각해지는 기후변화에 사람들이 좀 더 깊이 생각할 기회가 되었다. 작품들을 통해 김영선 작가의 생각에 더 많이공감하고 공유되길 기대하며, 김영선 작가의 다음 전시 작업에도 기대와 함께 응원을 보낸다.

 
사실주의 그림을 그리는 방법을 통해 작업 진행 과정을 설명해준 김영선 작가의 작업 책상과 미술 도구들 - 출처 : 통신원 촬영

<'사실주의 그림을 그리는 방법'을 통해 작업 진행 과정을 설명해준 김영선 작가의 작업 책상과 미술 도구들 - 출처 : 통신원 촬영>


전시장에서 만난 김영선 작가 - 출처 : 통신원 촬영

<전시장에서 만난 김영선 작가 - 출처 : 통신원 촬영>


NUBE 1, 2022 작품- 출처 : 통신원 촬영

<NUBE 1, 2022 작품- 출처 : 통신원 촬영>


사진 출처
김영선 작가 제공
통신원 촬영


조성빈

성명 : 조성빈[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멕시코/멕시코시티 통신원]
약력 : 전) 재 멕시코 한글학교 교사 현) 한글문화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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