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한여름 '미드솜마' 축제, 스웨덴 전역을 달구다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2.07.18

<스웨덴 하지제에서 전통복장을 하고 춤을 추는 박스홀름 포크댄스팀>

<스웨덴 하지제에서 전통복장을 하고 춤을 추는 박스홀름 포크댄스팀>


스웨덴에는 특별한 축제가 있다. 그중 하지제(미드솜마, Midsommar)는 스웨디시가 1년 중 가장 기다리는 축제로 손꼽힌다. 북유럽인 스웨덴은 춥고 어둡다. 8월부터 기온이 뚝 떨어지고 11월이 되면 시작되는 겨울은 이듬해 4월까지 이어진다. 4월에도 함박눈이 내리는 것이 어색하지 않은 곳이 스웨덴이다. 봄과 가을이 짧고 겨울이 긴 스웨덴에 살면 6월과 7월, 단 두 달의 여름을 누구나 기다릴 수밖에 없다.

스웨덴의 하지제가 특별한 이유는 하나 더 있다. 바로 '백야 현상' 때문이다. 하지에 스웨덴에는 어둠이 없다. 해가 져도 어슴푸레한 박명이 남아서 깜깜하지 않고, 별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해가 지고 3시간이 되기 전에 동이 튼다. 사실상 온종일 해가 떠 있으니 1년 내내 스웨디시가 여름만 기다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로 이 미드솜마는 스웨디시에게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또 여름휴가, 여름방학의 시작이기도 하다. 보통 스웨디시는 하지제부터 한 달 정도 휴가를 즐긴다.

하지제, 미드솜마는 스웨덴 전역에서 열린다. 지방자치제도가 잘 뿌리내린 스웨덴답게 꼬뮨(Kommun)마다 하지제를 준비하고 동네 사람들이 모여든다. 꼬뮨은 행정구역별로 나뉘는데, 우리로 따지면 시/군 정도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편하다. 통신원은 여러 꼬뮨의 하지제 중에 나름 규모가 크다는 박스홀름(Vaxholm)을 찾았다. 미드솜마 축제는 하지 하루 전날, 전야제로 시작되는데 꼬뮨별로 다르지만 올해는 6월 23일과 24일에 많이 시작되었다.

지난 6월 24일 오후 3시, 스웨덴 박스홀름의 미드솜마 축제가 열리는 한 공원은 뜨거운 태양을 피해 몰려든 사람들이 나무 그늘 아래서 돗자리를 펴고 삼삼오오 모여앉아 축제가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화관을 곱게 쓴 아이들과 플라워 원피스로 멋을 낸 스웨디시가 정말 많았다. 축제를 준비한 주최측에 문의하니 화관은 여름에 스웨덴에서 피는 들꽃으로 엮어서 만든다고 했다. 이들은 미드솜마를 기념하는 딸기 케이크를 나눠 먹고 와인이나 차를 마시면서 반년을 꼬박 기다린 여름 햇빛을 만끽하고 있었다. 또 넓은 공원의 한편에는 큰 놀이터가 있어서 아이들도 어른들도 기다림이 전혀 지루하지 않은 듯했다.

미드솜마의 테마는 간단하다. 미드솜마 폴(풀과 꽃으로 장식된 십자 모양의 긴 막대기) 주위를 뱅뱅 돌면서 <Sma grodorna(little frog)>노래에 맞춰 일명 '개구리 댄스'를 추는 것이다. 노래 가사에 개구리 소리가 나올 때 개구리처럼 폴짝폴짝 뛰는데, 이 춤을 출 때만큼은 어른들도 동심으로 돌아간 듯 깔깔 웃으면서 즐긴다.

오후 4시가 넘어서자 축제 시작을 예고하고, 사람들은 하나둘씩 공원 한가운데 미드솜마 폴을 세울 장소로 모여들었다. 5미터도 넘어 보이는 대형 폴을 세우는데 10분 남짓 걸렸다. 드디어 여름 해를 마주하고 우뚝 선 폴은 스웨덴의 여름을 알렸고, 사람들은 모두 감격한 듯 기쁨의 박수를 쳤다. 곧 박스홀름 꼬뮨 소속 포크댄스팀이 스웨덴의 전통복장을 차려입고 입장했고 아코디언 반주에 맞춰 10곡의 포크댄스를 췄다. 포크댄스팀이 전원 할머니, 할아버지로 구성된 점이 인상적이었다. 사람들은 포크댄스 스텝에 맞춰 짝짝 손뼉을 쳤고, 손뼉 소리와 함께 축제 분위기는 고조되어 갔다.


<미드솜마에서 아코디언 등으로 스웨덴 전통음악을 연주하고 있다>

<미드솜마에서 아코디언 등으로 스웨덴 전통음악을 연주하고 있다>


포크댄스 공연이 끝나자 미드솜마 축제의 피날레를 위해 사람들이 모두 나와 손에 손을 잡고 폴을 중심으로 거대한 원을 만들었다. 그리고 스웨디시면 누구나 다 아는 전통 음악에 맞춰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빙빙 돌면서 율동을 했다. 여러 곡 중 역시 개구리 댄스가 가장 인기가 많았다. 가족 단위로 온 엄마 아빠는 아이 손을 잡고, 또 목말을 태우고 개구리 댄스를 췄다.

스웨디시는 왜 이렇게 미드솜마에 열광할까. 박스홀름 꼬뮨 관계자는 '미드솜마는 해가 정말 드문 스웨덴에서 온종일 해가 떠 있는 긴 여름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오래된 축제'라고 했다. 가족과 함께 미드솜마에 참여한 엘레나(스웨디시)도 '오늘은 1년 중 어둠이 없는 날로 새벽 2시에 해가 지고 3시에 뜬다'면서 '스웨덴은 1년 내내 춥고 어두워서 스웨디시는 늘 여름을 기다린다'라고 했다.


<미드솜마에서 화관을 쓴 스웨디시들이 미드솜마 폴을 가운데 놓고 둥글에 모여 춤을 추고 있다>

<미드솜마에서 화관을 쓴 스웨디시들이 미드솜마 폴을 가운데 놓고 둥글에 모여 춤을 추고 있다>



사진 출처
통신원 촬영


박소현

성명 : 박소현[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스웨덴/스톡홀름 통신원]
약력 : 이화여자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졸업 현) 파이낸셜 뉴스기자(휴직중)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