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독일 9유로 티켓이 뭐길래
구분
사회
출처
KOFICE
작성일
2022.07.11

요즘 독일에서는 9유로 티켓 이야기를 빼고는 대화가 되지 않는다. 고유가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연방정부의 정책이 독일사회의 최대 이슈 거리로 떠 오른 이유를 살펴보자.


독일은 지난 6월부터 3개월간 월 9유로짜리 대중교통 티켓을 판매하고있다. 보통 대중교통 티켓은 한 도시 내에서만 유효하지만 9유로 티켓은 전 독일에서 유효하다. 즉, 월 9유로로 전 독일의 대중교통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지하철, 버스, 트램, 도시전철, 근거리 지역 간 기차까지 포함한다. 근교 기차를 이용하면 독일 끝에서 끝까지도 이용할 수 있는 셈이다. 물론 여러 번의 환승을 거쳐 10시간 이상 가야 하지만 말이다.


<독일 9유로 티켓. 이 한 장으로 한 달간 독일 전역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다 - 출처 : 통신원 촬영>

<독일 9유로 티켓. 이 한 장으로 한 달간 독일 전역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다 - 출처 : 통신원 촬영>


독일 베를린 기준 대중교통 월 티켓은 약 80유로, 1회권은 3유로다. 한국에 비해서도 대중교통 이용 비용이 상당히 비싼 편이다. 바꾸어서 말하면 9유로 티켓이 얼마나 파격적인 정책인지 가늠할 수 있다. 독일 정부가 9유로티켓 정책을 발표한 이후부터 독일 전역은 이 이야기로 들끓었다. 독일 미디어와 시민들은 열광했고, 9유로 티켓으로 어디서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가늠하기 바빴다. 정책 적용 기간이 여름휴가 기간인 점도 작용했다. 예를 들어 베를린에서 독일 최고의 휴양지인 쥘트 섬까지는 8~9시간, 뮌헨에서 쥘트 섬까지는 16시간이 걸린다. 소요 시간이 상당하지만 9유로 티켓 여행은 인터넷 밈이 되어 계속 확대됐다. 독일 정부가 이런 정책을 시행하는 이유는 뭘까?


에너지 절감 정책 9유로 티켓
시민들은 여행 코스로 들떠

독일 시민들은 여행 코스를 짜기 바쁘지만 9유로 티켓은 사실 에너지 절감 정책의 일환이다. 지난 5월 19일 독일 연방의회는 우크라이나 전쟁 중 고유가와 물가 상승으로 부담을 겪는 시민들을 위한 ‘부담 경감 정책(Entlastungspaket)‘을 결의했다. 9유로 티켓뿐만 아니라 난방비 보조금, 장거리 통근자 통근 수당, 에너지 보조금등 다양한 지원책이 마련됐다.

9유로 티켓의 목적은 다음과 같다. 첫째, 대중교통 사업자 입장에서새로운 고객을 유치하면서 대중교통 이용의 장점을 보여주고, 둘째 지역 정부 입장에서 대중교통 가격에 따른 이용자 규모의 변화를 파악하고, 셋째 시민들 입장에서는기존의 이동 습관을 재고하고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볼 기회를 얻는다. 즉, 시민들이 자가용을 이용하는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독려하기 위한 정책이다. 독일 주요 도심의 대중교통은 대부분 친환경 모빌리티로 운영된다. 에너지 절감인 동시에 친환경 정책인 셈이다.

독일 연방정부에 따르면 6월 14일 기준 9유로 티켓 판매량은 총 1,600만 장 이상이다. 6월 첫째 주말부터 도시 근교로 가는 근거리 기차는 사람들로가득 찼다. 물론 대부분 여행객들이다. 특히 북해 등 휴양지로 향하는 기차는 승객들이 너무 많아기차가 일부 정체되거나 탑승이 통제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연방정부는 “티켓 구입 이유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70%가 ‘저렴한 티켓 비용’, 50% 이상이 ‘자가용사용 중지’, 12%가 ‘대중교통 이용 테스트’라고 답했다. 9유로 티켓 정책은 이미 큰 성공을 거두었다“고 스스로 평가했다.


<베를린 중앙역 전경. 9유로 티켓 이후 주말마다 여행객들이 더욱 몰리고 있다 - 출처 : 통신원 촬영>

<베를린 중앙역 전경. 9유로 티켓 이후 주말마다 여행객들이 더욱 몰리고 있다 - 출처 : 통신원 촬영>

<베를린 중앙역 전경. 9유로 티켓 이후 주말마다 여행객들이 더욱 몰리고 있다 - 출처 : 통신원 촬영>


9월 이후에도 ‘친환경 티켓‘ 이어져야

9유로 티켓에 대한 호응이 이어지자 정치권 및 환경단체는 지속 가능한 기후 티켓(Klimaticket)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9유로 티켓이 종료되는 9월 이후부터는 1년 365 유로 티켓과 같은 저렴한 대중교통 티켓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1년에 365유로, 즉 하루에 1유로로 무제한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티켓이다. 독일 환경 단체인 '독일환경지원(Deutsche Umwelthilfe)'은 지난 5월부터 365 티켓 도입을 주장했다. 이들은 '기차, 버스, 트램은 장기적으로 저렴해야 한다. 또한 연방정부는 수십 년 동안 방치된 지역의 대중교통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주정부와 지방 당국을 지원해야 한다'며, '우리는 더 많은 버스와 기차, 더 적은 수의 자동차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365유로 티켓 도입을 위한 시민청원에는 14만 명 이상이 서명했다.

9유로 티켓은 환경 영향과 고유가로 자가용 유지를 망설이던 시민들에게 전환을 시도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 모빌리티는 특히 경제, 환경, 일상, 문화, 여행, 일 등 삶의 모든 부문과 연결되어 있다. 시민들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이었던 것이다. 다른 부담 경감책보다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다. 9유로 티켓이 독일 사회 전반에 어떤 변화의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년 365유로 대중교통 '기후 티켓'을 요구하는 청원. 6월 말 현재 14만 명 이상이 서명했다 - 출처 : change.org>

<1년 365유로 대중교통 '기후 티켓'을 요구하는 청원. 6월 말 현재 14만 명 이상이 서명했다 - 출처 : change.org>



사진출처
통신원 촬영
change.org https://www.change.org/p/bahn-und-bus-f%C3%BCr-1-euro-jetzt-in-ganz-deutschland-365euroticket-9euroticket



이유진

성명 : 이유진[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독일/베를린 통신원]
약력 : 전)2010-2012 세계일보 기자 라이프치히 대학원 커뮤니케이션 및 미디어학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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