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문화정책/이슈] 한국-터키 교류의 근간, 한국전쟁 참전용사 가옥 개보수 사업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2.07.05

터키는 팬데믹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섰다. 코로나19 제한 조치로 마지막 단계까지 시행했던 마스크 착용 의무화도 병원을 제외한 모든 공공 장소에서 해제됐다. 영화관, 공연장과 같은 문화공간 안에서도 백신접종 증명서와 마스크 의무사용은 하지 않아도 된다. 공항과 지하철, 버스와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도 지난 2년 동안 적용됐던 코로나19 의무화 조항은 지키지 않아도 된다.


터키 시민들은 마치 기나긴 장마가 끝나고 그동안 하지 못했던 묵은 빨래들과 집안 곳곳을 새롭게 단장하는 것처럼 매일을 살아가고 있다. 사회 곳곳에는 제자리로 돌아간 사람들로 북적여 활력이 느껴진다. 대면 문화 행사들도 다시 활기를 찾기 시작했다. 터키 한류 팬들은 정부의 코로나19 제한 조치가 해제되자 강당, 카페와 같은 다양한 문화공간을 활용해 케이팝을 비롯한 여러 대면 행사를 열기 시작했다. 주터키 한국문화원도 이달부터 대면 행사를 본격 재개했다. 특별히 올해는 한-터 수교 65주년을 맞은 해로 지난 5월 28일부터 6월 6일까지 한국문화주간이 이어졌다.


터키 수도 앙카라 겐치릭 공원 야외무대에서 열린 이번 행사에는 비대면 기간에도 꾸준하게 사물놀이, 부채춤 강의를 수강해 온 터키 학생들이 직접 공연을 선보였다. 터키 현지인과 한인들의 아름다운 하모니를 선사해 온 한-터 우정의 합창단은 퓨전 국악의 새로운 장르로 ‘홀로 아리랑’과 ‘아름다운 나라’ 등을 노래했다. 2021년 가수 겸 배우인 비(정지훈)가 제작한 아이돌 케이팝 그룹 싸이퍼는 기원전 4세기에 세워진 도시 터키 하타이로 출동해 엑스포 축하 무대를 펼쳤다.


코로나19로 지난 2년 동안 열리지 못했던 한류 행사들이 터키에서 가장 오랜 역사와 문화를 자랑하는 도시에서 재개 되고 있는 모습에 통신원의 기분도 설레지 않을 수 없다. 통신원은 2년 만에 열린 행사 가운데 터키 한국전 참전용사기념사업회가 한국의 한 NGO 단체의 지원을 받아 진행 중인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의 노후가옥 보수공사 현장을 찾아갔다. 터키 한류에서 한국 전쟁이 차지하고 있는 자리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펴낸 『글로벌 한류 트렌드 2021』 가운데 한류지수 현황을 보면 터키는 한류 중간성장 그룹에 속함을 알 수 있다.


<2021년 유럽 권역 한국연상 이미지 -출처: 글로벌 한류 트렌드 2021>

<2021년 유럽 권역 한국연상 이미지 -출처: 글로벌 한류 트렌드 2021>


그렇다면 오늘날 터키 한류의 성장의 원동력이 된 요인은 무엇일까? 먼저 터키가 속한 유럽 권역의 국가들을 보면, 여러 한류 콘텐츠 가운데 한국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로 케이팝이 1위를 차지했다. 터키의 경우는 어떨까? 터키는 타 유럽 국가들과는 다르게 한국전쟁이 14%로 1위를 차지했고, 케이팝은 3위 자리에 올랐다. 터키에서는 한국 드라마(11.8%), 케이팝(10.8%)의 이미지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타 유럽국가들에서는 '한국 전쟁' 연상 이미지 비율이 낮았지만 터키에서는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는 것이 특징이다. 한국전쟁은 발발한 지 72년이 지났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도 사라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터키인에게만큼은 그렇지 않다. 유럽 국가들과는 맞닿아 있는 터키지만, 한국전쟁을 바라보는 국민감정은 유럽 국가들과 매우 다르다.

95세가 넘은 노병이 된 한국전쟁 터키 참전용사들의 숫자는 계속해서 줄고 있다. 그러나 터키 참전용사들의 영향력은 이후에도 결코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이번 한국전 참전용사 노후 가옥 수리 행사의 작은 움직임을 취재 노트에 담은 이유다.


<한국전 참전용사 노후 가옥 수리 공사가 진행된 지역>

<한국전 참전용사 노후 가옥 수리 공사가 진행된 지역>


터키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사업회(이하 협회)가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의 노후된 가옥을 보수공사 한다는 연락을 받은 건 지난 5월 중순이었다. 다섯 지역에서 공사가 진행된 만큼 취재 시간만 한 달이 걸렸다. 공사가 진행된 지역은 터키 3대 도시인 이스탄불 지역에서 두 곳, 이즈미르 지역 한 곳, 앙카라 지역에서 한 곳이다. 협회 조규백 회장과의 인터뷰 중 한류와의 연관성을 염두에 두고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을 추렸다.


<터키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사업회 조규백 회장 - 출처: 통신원 촬영>

<터키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사업회 조규백 회장 - 출처: 통신원 촬영>


터키 한국전쟁 참전용사협회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번 행사를 하게 된 배경도 설명해 주세요.
저희 협회의 공식 명칭은 ‘터키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사업회’입니다. 저희가 한국전 참전용사들과 만남을 갖기 시작한 건 1989년 터키한인회가 처음 창립하면서부터입니다. 한인회 창립과 함께 교민사회가 자원해서 참전용사 가정과 인연을 맺기 시작하면서 협회 업무도 자연스럽게 시작됐습니다. 저희가 한국전 참전용사들은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전쟁에 대한 깊은 트라우마를 가지고 살고 있었습니다.

오랫동안 관리하지 않아 노후된 가옥의 상태도 매우 열악했습니다. 그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주변의 돌봄도 받지 못하고 사시는 참전용사 분들의 모습을 보면서 한국인으로서 마음이 좋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무엇이든 도와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러던 중 2002 한일 월드컵을 계기로 터키와의 관계가 더 긴밀해졌고 뜻을 함께하는 한인들을 중심으로 2009년부터 한인회 특별위원회를 설립했습니다. 이번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의 노후가옥 공사 프로젝트가 이루어지게 된 배경에는 국내 ‘따뜻한 동행’이란 NGO 단체의 지원이 있었습니다.

터키 한인회와 함께 시작된 ‘터키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사업회’는 정부나 사기업 기관이 아닌 순수 민간단체인데요. 주로 어떤 활동들을 해 왔나요?
우리 단체는 한국 전쟁을 후손들에게도 계속 기억하게 하자는 목료를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 전쟁 당시 한국을 위해 파병한 나라들은 터키 외에도 62개국이 더 있습니다. 이들 국가 중에는 실제 전투에 나가 싸운 나라들과 의료와 교육, 물자를 지원해 준 국가들이 있습니다. 다양한 방법으로 한국을 지켜 주었죠. 단체 회원들은 터키에 거주하고 있는 교민들이기 때문에 터키 참전용사들의 공적을 지속적으로 조사해서 감사를 표하고, 여러 방법으로 지원해 드리는 사업을 해오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는 이번과 같이 노후된 가옥을 수리해 주는 일이 있고요. 다음 세대와도 지속적으로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서 한국전 참전용사 자녀들을 위한 장학금 사업도 계속해 나가고 있습니다. 장학금 사업에 동참하고 싶은 교민들이 있을 때마다 자리를 마련해 참전용사 가족들과 식사도 하면서 지난 한국전쟁 역사에 대해  알아가는 소통의 장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난청으로 어려움을 겪고 계신 참전용사들을 위해 보청기 지원 사업을 했고요. 생활비 보조금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95세가 되신 참전용사들의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지만, 한국인들과 터키인들이 함께 모여 지난 한국전쟁의 역사를 서로 잊지 않고 공유하는 것 자체가 매우 중요한 접촉점이 됩니다.


<터키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사업회 오수용 사무총장 - 출처: 통신원>

<터키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사업회 오수용 사무총장 - 출처: 통신원>


터키에서 한류는 전 연령대에서 인기가 있습니다. 그 이유를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요?
현재 터키에서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이유는 참전용사들이 한국전쟁 당시에 겪었던 감정들을 글이나 시, 소설을 통해 다음 세대들에게도 전해 주고 있고, 그것이 밑바탕이 되었기 때문이리라 생각합니다. 터키인들은 정서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글이나 시로 기록하는 것을 매우 좋아하는데요. 참전용사들을 뵙고서 저희도 놀란 때가 있었어요. 1951년에 발행된 터키 신문을 아직도 간직하고 계셨고 신문 1면에 한국전쟁에 대한 뉴스가 보도된 것을 볼 수 있었습다. 터키 매체들이 한국전쟁에 대해 얼마나 많은 관심을 두었었는지를 알 수가 있었고요. 이런 자료들은 한국전쟁에 대한 아주 중요한 기록이지만 관리를 하지 않으면 버려지기 때문에 저희들은 참전용사의 동의를 얻어 가급적이면 원본으로 자료들을 모으고 있습니다. 신문 외에도 잡지나 일기장, 한국전쟁 당시에 촬영했던 사진도 모으고 있는데요. 당시 자료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세대와 세대가 공유되는 기분이 듭니다.


<한국 전쟁 발발 후 터키 잡지에 실린 한국 상황을 보여주는 사진들,   -출처: 통신원 촬영>

<한국 전쟁 발발 후 터키 잡지에 실린 한국 상황을 보여주는 사진들,   -출처: 통신원 촬영>


통신원은 ‘터키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사업회’ 임원들과 인터뷰를 마치고 공사가 진행 중인 현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공사는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한 달여 기간 동안 총 다섯 곳에서 진행됐다. 통신원은 그 가운데서 이스탄불 지역 두 곳과 이즈미르 지역 한 곳을 다녀왔다. 각각 다른 세 지역을 돌아 보면서 이들 지역들을 하나의 큰 공통점으로 묶어 볼 수가 있었다. 참전용사가 생존해 계신 한 곳과 돌아가신 지역, 그리고 참전용사의 자녀와 가족들이 한국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말할 수 있는 경우와 그렇지 못한 경우가 그것이다.


<이스탄불 바흐체쿄이 지역 무스타파 참전용사와 아내 -출처: 통신원 촬영>


<이스탄불 바흐체쿄이 지역 무스타파 참전용사와 아내 -출처: 통신원 촬영>

<이스탄불 바흐체쿄이 지역 무스타파 참전용사와 아내 -출처: 통신원 촬영>


이번 행사가 진행된 지역 다섯 곳 중에서 참전용사가 생존해 계신 곳은 이스탄불 바흐체쿄이 지역 무스타파 참전용사가 유일했다. 통신원은 무스타파 참전용사를 뵙고 한국전쟁에 대해 어떤 장면이 기억나는지 물어 보았다. 그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굵은 눈물 방울을 흘리면서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그의 아내가 남편에 대해 이렇게 설명해 주었다. “남편은 한국전쟁에 대한 이야기만 들으면 잔뜩 겁에 질린 사람처럼 표정이 경직되고, 말씀을 잘 하지 못합니다.” 터키와 한국의 교류는 바로 이들의 희생 위에 세워져 '형제의 나라'라는 귀한 이름까지 갖게 되었다.

이스탄불 바흐체쿄이 지역 외 통신원이 찾아간 나머지 두 곳에는 참전용사가 모두 돌아가신 상황이었다. 이스탄불의 한 곳 참전용사는 두 달 전에 돌아가셨고 이즈미르 지역 참전용사는 2002년에 돌아가셨다고 한다. 이 두 곳에서도 지역과 상황이 모두 달랐지만 공통점이 눈에 들어왔다. 돌아가신 참전용사가 한국전쟁 당시 어떤 임무를 맡았었고 전쟁에 대해어떤 기억을 하고 있었는지 그에 대해 말해 주는 사람이 없었다. 심지어는 고인이 된 참전용사의 아내와 자녀들까지 아버지에 대해 말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용사는 한국을 지키기 위해 고귀한 희생의 대가를 치렀지만, 남편과 아버지가 떠난 자리는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그가 남긴 희생의 흔적마저 지워지고 있는 듯 했다.


<참전용사 가옥 개량사업 완공식 행사 장면들 - 출처: 협회 제공>

<참전용사 가옥 개량사업 완공식 행사 장면들 - 출처: 협회 제공>


터키 한류는 끈끈한 형제애 위에 세워져 과거와 현재의 귀한 가치들을 공유해 나가고 있다. 교민들을 중심으로 진행된 이번 행사 마지막에는 이원익 주터키한국대사와 우성규 주이스탄불총영사도 함께 참석해 양국 국민 간의 유대 관계를 돈독히 하는데 힘을 더해주었다. 한국전쟁 터키참전용사들의 희생과 공헌을 앞으로도 계속 기억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참고 자료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2021). 『2021 글로벌 한류 트렌드』 .
《BEYAZ GAZET》 (2022. 6. 5.).  GüneyKore-Türkiye diplomatik ilişkilerinin65. yılı CSO veKoreli keman virtüözü eşliğindeki özelkonserle kutlandı!


 임병인

성명 : 임병인[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터키/이스탄불 통신원]
약력 : 현) YTN Wold 리포터 전) 해외문화홍보원 대한민국 바로 알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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