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인터뷰] 사라왁 부족의 전통공예품을 만나다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2.07.05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섬 보르네오에는 다양한 소수 부족이 공존하며 살아간다. 수도 쿠알라룸푸르가 있는 서말레이시아는 크게 말레이계, 중국계, 인도계 등으로 나뉘지만 보르네오에 있는 사라왁은 이반, 비다유, 오랑 울루 등 다양한 부족이 전체 인구의 약 60%를 차지한다. 이들은 고유의 전통적인 공예기법을 계승하고 발전시켜왔으며, 여기에 후손들은 전통에 현대적 감각을 더한 공예품을 세상에 알리고 있다. 이에 통신원은 보르네오의 비다유 출신 예술가 모녀를 사라왁 쿠칭에서 만나 이들의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비다유 족 여성 공예가 로즈메리(Rosemary)와 줄리아나(Juliana) - 출처: 통신원 촬영>

<비다유 족 여성 공예가 로즈메리(Rosemary)와 줄리아나(Juliana) - 출처: 통신원 촬영>


보르네오에는 여러 부족이 공존하며 살아가고 있고 각각의 부족은 그들만의 삶의 양식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땅의 부족(Land of Dayak)이라고 알려진 비다유의 문화는 다른 부족의 문화와 어떻게 다를까요?
비다유는 나무껍질이나 라탄, 대나무를 활용해 공예품을 만든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반은 주로 금속이나 유리를 쓰기 때문에 옷이 무거운 반면 비다유의 옷은 가벼운 것이 차이점입니다. 또한 오랑 울루와 이반이 깃털 장식을 사용한다면 비다유는 나무 껍질 등을 장신구로 활용하는 특징을 볼 수 있습니다. 비다유의 전통복에 대해 소개하자면, 비다유는 흰색, 검정색, 붉은색이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시피아(Sipiah)를 머리에 씁니다. 여성은 검은색의 소매가 짧은 블라우스에 무릎 길이의 치마(Jomuh)를 입습니다. 여기에 유리로 만든 목걸이 팡기아(Pangiah), 스카프와 비슷한 슬라피(Selapi)를 목에 두르고 라탄과 대나무로 만든 바구니 탐복(Tambok)을 메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로즈메리와 줄리아나 씨가 비다유 족 전통 의상을 입고 있다 - 출처: 로즈메리 제공>

<로즈메리와 줄리아나 씨가 비다유 족 전통 의상을 입고 있다 - 출처: 로즈메리 제공>


다른 문화권의 공예품과 비다유의 공예품은 어떤 점이 비슷하다고 보시나요?
비다유 공예품은 사라왁의 진흙을 굳혀서 만들지만 작은 구슬을 필요로 하는 팡기아를 만들 때에는 일본이나 중국에서 수입한 구슬을 사용합니다. 대신 비다유, 이반, 오랑 울루 등 부족 문화의 문양과 무늬를 그려 넣습니다. 부족 문화에서 붉은색은 행복을, 초록색은 평화를 상징하는 것으로 색에 담긴 의미에 따라 공예품을 제작합니다. 구슬은 자연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재료이기 때문에 아시아부터 아프리카까지 모든 문명사회에 존재했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구슬 장식을 만들어 왔습니다. 한국의 전통공예품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동아시아의 흥미로운 점을 이야기하자면 대만 원주민의 전통 복장과 장신구는 우리 비다유와 닮은 점이 많습니다.


<사라왁 진흙을 굳혀서 만든 구슬 - 출처: 통신원 촬영>

<사라왁 진흙을 굳혀서 만든 구슬 - 출처: 통신원 촬영>

<사라왁 진흙을 굳혀서 만든 구슬 - 출처: 통신원 촬영>


<줄리아나 씨가 만든 사라왁 전통공예품 - 출처: 통신원 촬영>

<줄리아나 씨가 만든 사라왁 전통공예품 - 출처: 통신원 촬영>


처음 공예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어린 시절 할머니의 구슬 공예를 보며 자라왔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전통 공예를 익힐 수 있었습니다. 고가구를 파는 가게에서 25년간 일을 하면서 오래된 공예품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가게를 찾은 손님들에게 어울리는 장신구를 소개하고 오랜 시간이 담긴 제품을 다루면서 다양한 공예품에 대해 알 수 있었습니다. 2010년 사라왁 섬유 박물관(Sarawak Textile Museum)에 작은 가게를 내고 비다유의 전통 공예에 대해 알리기 시작했으며, 2019년 현재 자리로 이전해 이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많은 사람들에게 사라왁의 부족 문화가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전통적인 장신구부터 바구니, 가방 등 보다 실용적인 제품도 만들어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곳을 찾은 많은 손님들이 사라왁 문화에 대해 알게 되고 그들에게 어울리는 물건을 찾을 수 있었죠.


<사진 속 오른쪽이 비다유의 공예품(좌), 나무 껍질로 만든 비다유 모자(우) -  출처: 통신원 촬영>

<사진 속 오른쪽이 비다유의 공예품(좌), 나무 껍질로 만든 비다유 모자(우) -  출처: 통신원 촬영>

<사진 속 오른쪽이 비다유의 공예품(좌), 나무 껍질로 만든 비다유 모자(우) -  출처: 통신원 촬영>


보르네오의 전통문화는 외국인 관광객만이 아니라 말레이시아인에게도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전통문화를 이어가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은데요.
저는 어린 시절 할머니에게 구슬 공예를 배울 수 있었지만, 저희 어머니는 구슬 공예를 할 줄 모릅니다. 어머니는 비다유의 바구니 공예에 대해서는 배웠지만 구슬 공예품은 만들지 못하거든요. 제가 저희 가문의 3대이며, 제 딸과 아들이 4대입니다. 아이들 모두 비다유 문화에 자부심을 느끼고 현재 구슬 공예를 알리고 있죠. 로즈메리는 어렸을 때부터 제가 하는 구슬 공예를 보고 자랐고 현재는 구슬 공예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제가 전통 공예품에 초점을 둔다면, 로즈메리는 비다유만이 아니라 이반, 오랑 울루 등 부족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을 선보입니다. 그리고 전통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공예품부터 고가 제품이 아닌 가벼운 마음으로 구입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한 제품을 내놓고 있죠. 전통성과 대중성을 확보하는 것이 어려운 일인데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미디어에 만든 작품을 게시하며 비다유 문화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습니다.


<로즈메리 씨가 제작한 공예품. 아래쪽에서 보면 이반의 강함을 상징하는 잉카람바 모티브(Engkaramba Motif)를, 거꾸로는 사라왁의 자생식물(Fern & Bamboo shoot)을 찾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 출처: 로즈메리 제공>

<로즈메리 씨가 제작한 공예품. 아래쪽에서 보면 이반의 강함을 상징하는 잉카람바 모티브(Engkaramba Motif)를, 거꾸로는 사라왁의 자생식물(Fern & Bamboo shoot)을 찾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 출처: 로즈메리 제공>


<4대 비다유인 로즈메리 씨는 전통성과 대중성을 갖춘 공예품을 선보이고 있다 - 출처: 로즈메리 제공>

<4대 비다유인 로즈메리 씨는 전통성과 대중성을 갖춘 공예품을 선보이고 있다 - 출처: 로즈메리 제공>


코로나19로 그동안 쿠칭에 오지 못한 여행객들이 늘어나면서 전통문화 체험을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됩니다.
지난 몇 년간 코로나19 확산으로 가게 문을 닫으면서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또한 매년 쿠칭에서 열리는 음악 축제 RWMF(Rainforest World Music Festival)에서 주관하는 판매부스에 참여해왔는데, 코로나19로 행사가 중단돼 많은 공예가들이 힘든 시기를 보냈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온라인 플랫폼이 활성화돼 국내만이 아니라 해외에서도 공예품을 제작 주문하는 요청이 많았습니다. 저희 역시 홈페이지를 통해 말레이시아만이 아니라 해외에서도 주문을 받을 수 있었고, 그러한 온라인 덕분에 어려운 시기를 잘 버틸 수 있었습니다. 또한 올해부터 사라왁 문화예술행사 대부분이 재개되고 여행객도 늘어나 코로나19로 침체됐던 전통공예 시장도 활기를 되찾고 있습니다. 최근에 한국인 관광객도 이곳에서 기념품을 구매했고, RWMF에서는 한국의 음악가 동양고주파가 저희 부스를 찾기도 했습니다. 또한 말레이시아에서 케이팝이 큰 인기를 끌고 있어 언젠가는 비다유 전통기법으로 케이팝 그룹명을 구슬로 제작하거나 아이돌을 모티브로 한 작품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변화가 비다유 문화 발전을 위한 올바른 방향이라고 봅니다. 앞으로 전통성과 대중성을 갖춘 사라왁 문화가 대중적으로 확대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자료 출처
https://www.facebook.com/julianahandwork
https://m.facebook.com/Rozmarincoleccion
https://www.juliananativehandwork.com



홍성아

성명 : 홍성아[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말레이시아/쿠알라룸푸르 통신원]
약력 : 현) Universiti Sains Malaysia 박사과정(Strategic Human Resource Management)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