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무궁화의 역사와 뉴질랜드 최남단에 심은 무궁화
구분
문화
출처
스터디코리안
작성일
2022.07.06

우리나라는 유구한 역사와 빛나는 전통을 갖고 있다. 오랜 역사와 함께 우리 민족의 한결같은 사랑을 받아온 꽃이 있다. 아담한 종 모양의 꽃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너무도 익숙한 꽃이다. 이 꽃이 최근 뉴질랜드 남섬 최남단에까지 심어지고 있다. 참으로 가슴 뭉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선 이 꽃의 내력을 보자. 897년 7월, 신라시대의 최치원은 국서를 지었다. 당시 효공왕(孝恭王)은 당나라 소종(昭宗)에 이 국서를 보냈는데, 이 국서의 내용 가운데서 신라를 자칭하며 '근화지향(槿花之鄕)'이라는 구절이 있다. 신라는 '무궁화의 나라'라는 의미이다. '근화'라는 꽃은 3,000여 년 전부터 우리나라에서 자생했는데, 나라꽃으로 인정받은 명실상부한 무궁화(無窮花)다. 무궁화는 원래 근화(槿花) 또는 목근(木槿)으로 불렀다. 그렇다면 무궁화라는 이름은 언제부터 불렸을까. 무궁화의 어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고려시대 이규보(1168~1241)의 '동국이상국집'에서 나타난다. "이 꽃은 꽃 피기 시작하면서... 무궁이란 이름으로 무궁(無窮)하길 바란 것일세"라고 기술돼 있다. 이 구절에서 '무궁화'라는 의미는 '끝없이 피고 또 피는 영원히 지지 않는 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 민족의 영원한 발전과 번영을 나타낸다고 하겠다.


무궁화는 우리 민족의 5천 년의 장구한 역사와 더불어 대한민국과 우리 민족을 표상한다. 근대에 들어와서 더욱 국민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게 된 것은 개화기를 거치면서부터였다. 갑오경장 이후 1900년경 애국가 가사가 만들어질 때다.(출처: 박상진, 우리 나무의 세계1)


이는 무궁화가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꽃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시기라 할 수 있다. 불과 1세기 전의 일이다. 윤치호를 비롯한 몇몇 분의 발의로 애국가를 만들게 되었는데, 가사의 후렴구인 "무궁화 삼천리 화려 강산 대한 사람 대한으로 ..."에 '무궁화'가 사용되면서부터다. 이처럼 나라꽃의 탄생은 해방 후 국가를 상징하는 휘장(徽章)에 많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1949년 10월부터 대통령 휘장을 비롯한 3부(행정·입법·사법)의 휘장을 무궁화로 사용하기 시작했고, 1950년부터는 국기의 봉을 무궁화 봉오리로 만들어 사용할 정도였다. 정부 포장, 국회 포장은 무궁화꽃으로 도안돼 있으니 그 위력을 실감할 수 있다.


필자가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 무궁화 그리기가 성행했다. 그때 무궁화는 태극기와 더불어 애국애족의 상징이었다. 그러한 연유로 미술 시간에는 무궁화로 우리나라 지도를 그리는 일도 흔했다. 현재 거주하는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지역에서는 아직 무궁화를 본 적이 없다. 이 지역에는 2001년 건립된 한국식 정원인 송파 가든이 있다. 한국인뿐만 아니라 관광객도 많이 찾는 도시로 여기서도 무궁화를 볼 수 있다면 얼마나 큰 자긍심을 가질 수 있을까.


뉴질랜드 지도, 출처: https://www.worldmap1.com/map/new-zealand/dunedin-map.asp

뉴질랜드 지도, 출처: https://www.worldmap1.com/map/new-zealand/dunedin-map.asp


뉴질랜드 각 도시에는 일반적으로 공원이 많다. 따라서 어떤 나무를 심을 때 공원 관리위원회에서 가장 우려를 하는 면이 있다. 그것은 나무의 퍼짐 현상이다. 퍼짐 현상이 있으면 그 나무가 공원 전체에 걸쳐 많은 면적을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다른 나무가 잘 자라지 못하는 현상이 생길 수 있고, 궁극적으로는 같은 종의 나무가 주류를 이뤄 생태계를 교란·둔화시키거나 또는 파괴할 수 있다. 뉴질랜드는 120여 개 민족이 어우러져 사는 다민족·다문화 국가다. 이러한 관점에서 공동체 전체와 조화를 이루는 데 국가 운영의 핵심을 두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무궁화를 심는 데 대해 우려를 나타내는 공원도 있다. 혹시나 하는 퍼짐 현상에 대한 우려다. 다행히 무궁화는 특성상 퍼짐 현상이 없다. 그렇다면 뉴질랜드 어느 공원에서라도 심을 수 있는 조건은 된다.

최근 뉴질랜드 남섬 최남단에 있는 도시 중 하나인 더니든(Dunedin)에서 훈훈한 소식이 들린다. 로건 팍 고등학교(Logan Park High School)에 무궁화를 심었다고 한다.


뉴질랜드 남섬에서 2번째로 큰 도시인 더니든(Dunedin) 전경,  출처: https://www.worldmap1.com/map/new-zealand/dunedin-map.asp

뉴질랜드 남섬에서 2번째로 큰 도시인 더니든(Dunedin) 전경,
출처: https://www.worldmap1.com/map/new-zealand/dunedin-map.asp


로건 팍 고등학교(Logan Park High School) 전경,  출처: https://www.lphs.school.nz

로건 팍 고등학교(Logan Park High School) 전경,
출처: https://www.lphs.school.nz


더니든에 있는 로건 팍 고등학교(Logan Park High School), 출처: Happy World Korean TV에서 캡처

더니든에 있는 로건 팍 고등학교(Logan Park High School), 

출처: Happy World Korean TV에서 캡처


로건 팍 고등학교 학생들이 무궁화를 심기 위해 이동하는 장면, 출처: Happy World Korean TV에서 캡처

로건 팍 고등학교 학생들이 무궁화를 심기 위해 이동하는 장면, 

출처: Happy World Korean TV에서 캡처


로건 팍 고등학교에 무궁화를 심는 장면, 출처: Happy World Korean TV에서 캡처

로건 팍 고등학교에 무궁화를 심는 장면, 

출처: Happy World Korean TV에서 캡처


특히 로건 팍 고등학교는 한국어를 정식 교과과목으로 채택, 가르치고 있는 학교다. 이를 지원한 분은 오클랜드에 거주하는 100세 된 한 교민이었다. 그는 정성껏 가꾼 무궁화를 남부지방의 끝자락에 있는 더니든까지 공급해 줬다. 참으로 감동스럽다.


뉴질랜드 최초의 대학인 오타고대학교(University of Otago), 출처: https://www.otago.ac.nz

뉴질랜드 최초의 대학인 오타고대학교(University of Otago), 

출처: https://www.otago.ac.nz


더니든은 오타고 반도에 자리 잡고 있는데, 남섬에서는 두 번째로 큰 도시다. 1860년대에는 골드러시로 인해 인구가 많이 증가했으며 산업이 크게 번창했던 곳이다. 오늘날 더니든은 다양한 경제기반을 주축으로 뉴질랜드 최초의 설립 대학인 오타고대학을 비롯하여 교육도시로서의 명성도 갖고 있다.


오타고대학교(University of Otago) 도서관, 출처: https://www.otago.ac.nz

오타고대학교(University of Otago) 도서관, 

출처: https://www.otago.ac.nz


이번에 남반구 최남단 중의 한 도시인 더니든에 무궁화가 심어짐으로 인해 지구촌 전체를 대상으로 무궁화를 심을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긴다. 대한민국과 우리 민족의 상징인 무궁화! 이는 아름다운 꽃임과 동시에 우리 민족 정서를 대표하는 대한민국의 힘이다. 민족의 운명을 같이하면서 오랜 세월 동안 영광과 수난을 같이해 온 무궁화! 뉴질랜드의 한인, 뉴질랜드인뿐만 아니라 우리 차세대가 무궁화를 보면서 한국인·한국문화의 정체성, 자긍심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보다 더 가치 있고 뜻깊은 일이 있을까.



박춘태
 뉴질랜드 박춘태
 한글세계화운동 뉴질랜드 본부장
 중국 북경화지아대학교 국제교류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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