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인터뷰] 캐나다가 주목하는 한인 예술가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2.06.17

지난 28일 캐나다 온타리오 도예협회인 '퓨전: Fusion'(이하 퓨전)은 한인 작가 두 명을 초대해 2022년 컨퍼런스를 진행했다. 47년 전통을 가진 퓨전은 점토와 유리 공예(Clayand Glass)를 중심으로 하는 캐나다 온타리오의 유일한 전문 예술단체로, 회원들과 함께 다양한 전시 및 교육 프로그램과 컨퍼런스를 커뮤니티에 제공하고 있다. 퓨전의 컨퍼런스는 토론토(Toronto)를 비롯한 온타리오의 여러 도시에 유명 도예가, 점토 공예가, 유리 공예가를 초대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특히 2016년에는 한국 도자기 명장 5인을 초대해 특별 컨퍼런스를 진행했다. 최인규 명장을 비롯해 조세연, 이향구, 유용철, 김성태 작가를 초대함으로써 한국과 캐나다 도예가 사이의 교류를 이어가기도 했다.


<2022년 퓨전 컨퍼런스 포스터 - 출처 : 김준희 작가>

<2022년 퓨전 컨퍼런스 포스터 - 출처 : 김준희 작가>


<2022년 퓨전 컨퍼런스 모습 - 출처 : 김준희 작가>

<2022년 퓨전 컨퍼런스 모습 - 출처 : 김준희 작가>


2022년 컨퍼런스는 Cross Cultural Reflections이라는 주제로 김준희(Joon Hee Kim) 작가와 쥴리 문(Julie Moon) 작가를 초대했다. 이틀에 걸친 컨퍼런스 기간 동안 작가들은 자신의 작품을 무대 위에서 시현하며 그 과정을 보여주고, 관객들과 함께 그들의 예술 세계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에 대해 퓨전의 CEO인 알리슨 브렌 (Alison Brannen)은 ‘떠오르는 스타’라고 할 수 있는 ‘김준희’ 작가와 이미 잘 알려진 예술가 쥴리 문을 초대해 문화와 정체성에 대한 감각이 어떻게 예술 작품과 연결되는지에 대해 배우는 것이 무척 고무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두 작가의 컨퍼런스를 통해 그들이 가진 예술적인 테크닉 뿐 아니라 정신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고 밝혔다. 나아가 올해 컨퍼런스는 팬데믹 이후 열리는첫 컨퍼런스이자, 온타리오에 거주하는 로칼 커뮤니티 여성 예술가를 모셨다는 것에 더욱 기대가 크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캐나다에서 주목받고 있는 김준희 작가를 만나 이번 컨퍼런스의 의미와 그들의 활동에 대해 들어 보았다.


<퓨전 대표인 알리슨 브랜 - 출처 : 통신원 촬영>

<퓨전 대표인 알리슨 브랜 - 출처 : 통신원 촬영>


<컨퍼런스 발표자인 쥴리 문(왼쪽)과 김준희 작가(오른쪽),Tuckers Pottery supply의 마이클 애널드 - 출처 : 통신원 촬영>

<컨퍼런스 발표자인 쥴리 문(왼쪽)과 김준희 작가(오른쪽),Tuckers Pottery supply의 마이클 애널드 - 출처 : 통신원 촬영>


자기 소개와 함께 캐나다에서 예술작가로 활동하게 된 계기에 대해서 알려 주시면 좋겠습니다.
안녕하세요? 김준희라고 합니다. 사실 저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좀 늦게 세라믹의 세계에 입문했습니다. 한국에서는 그래픽 디자인을 오래 했고, 캐나다에서는 오타와의 르꼬르동블루(Le Cordon Bleu Ottawa Culinary Arts Institute)에서 페이스트리(Pastry) 관련한 공부를 했습니다. 우연히 쉐리든 대학(Sheridan College) 도예프로그램(Ceramic)에 대해서 소개 받았는데, 무척 흥미로왔습니다. 디자인과 페이스트리를 접목해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공부를 하면서 백자를 만드는 흙인 백토(Clayporcelain)의 역사에 크게 매료되었습니다. 14~15세기, 전 세계에 유명해진 일본 도자기의 코셀린이 사실은 임진왜란 때 끌려간 이장평이라는 도공에 의해 뱔견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졸업 후 영국에서 대학원 과정을 했고, 여러 아티스트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했는데, 그때마다 각 국의 벡토(포셀린)를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영국 스코틀랜드 백토, 일본 백토, 독일의 마이센 백토를 알게 되고, 이 재료들을 연구하고 작품을 만들면서 캐나다 정부에서 창작 지원을 받기도 했고, 여러 작품 활동을 이어 나가게 되었습니다.

이번 컨퍼런스에 대해서 소개해 주세요.
온타리오에 점토와 유리 공예를 하는 사람들이 모인 '퓨전'이란 단체에서 주관한 행사입니다. 연례 행사로 이루어지는데, 코로나19로 인해 2년 동안 열지 못하다가 이번에 오프라인으로 재개하게 되었어요. 원래는 규모가 훨씬 커서 200명 이상이 참여하는데, 아직 코로나19가 완전히 풀리지 않아 행사를 조심스럽게 준비했고, 이번엔 50명 정도만 등록을 받아서 컨퍼런스를 치렀습니다.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한국이라는 문화 유산을 가진 두 명의 여성 작가인 저와 쥴리 문이 초대되어 시범을 보이기도 하고, 질문을 받기도 합니다. 오전에는 제가 어떻게 이 길을 걸어왔고, 어떤 작품을 만들고 있는지 프로필을 소개하는 시간이었고, 오후에는 직접 작품을 만들어 시연을 했습니다. 이를 통해 각자가 가진 테크닉을 보이고, 이를 서로 가르치고 교환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퓨전>은 이렇게 컨퍼런스도 하고, 전시도 하고, 상도 주고, 지역 아티스트들을 서로 지원하고 있는 단체입니다.

이번엔 한국 작가 두 분을 초대했는데, 어떤 의미가 있나요?
사실 두 명의 한국 작가를 초대한 것은 무척 이례적인 일입니다. 그동안은 컨퍼런스가 백인 작가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고, 만드는 방식에 있어서도 전통적인 기법을 고집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엘리슨에게 연락이 왔을 때 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함께 하는 작가가 쥴리 문이라는 것에 또 한번 놀랐습니다. 제가 학생일 때부터이미 열심히 활동하는 작가였는데 같은 무대에 선다는 것 자체가 무척 기대되었어요. 2022년 주제가 Cross Cultural Reflections인데,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이 어떻게 예술에 구현되는지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한국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캐나다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그들과 함께 작품을 공유하는 과정이 너무나 신나고 즐겁습니다. 언어적인 어려움이 있지만, 3D라는 매체로 생각을 표현하고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예술에 직접적으로 드러낸다는 것 또한 굉장히 미묘하고 어려운 일인데요. 결국은 예술을 하는 주체인 내가 한국문화 유산을 가진 사람 그 자체라는 것에 대한 인식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작품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들려 주고 싶은가요?
클레이가 종류가 많은데요. 백토는 100% 순수하기 때문에 가장 다루기가 어렵습니다. 표면적으로 보면 흙이 모두 다른 것처럼 사람 또한 피부색이나 문화적 배경이 다를 수 있는데요. 흙이라는 기본 성질은 다르지 않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사람은 모두가 같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입니다. 사실 흙 또한 Earth Ground에서 온 모두가 같은 것이죠. 예술을 이야기 할때 어쩌면 ‘누가’ 하는가 보다 ‘어떻게’ 표현하는가가 더욱 핵심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표현하려는 시도 자체가 중요하기 때문이지요.

작품을 보면 얼굴, 손 이런 것들이 많이 보이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군중 속에서 느끼는 혼자만의 외로움에 대한 감정을 표현하는데요. 어디엔가에 속하고 싶어 하는 감정을 갈구하는 이미지를 표현했습니다. 너와 나는 다른 것이 아닌, 같은 뿌리라는 것을 작품을 통해 드러내고 싶어서 얼굴과 손의 이미지를 가지고 왔습니다.

한국인으로서 캐나다 예술계에서 활동하실 때 어려움도 있으 실텐데요. 어떤 것이 있을까요?
늦은 나이에 세라믹을 시작했기 때문에 언어적인 것 뿐 아니라 육아와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 어려ㅇ, 작품을 만들고 난 후, 작품에 대한 홍보를 직접 하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제가 만든작품에 대해서 자발적이고적극적으로 설명하고 홍보하는 프로모트 작업이 반드시 필요한데,  성경적인 부분에 이써서 그 부분이 어려웃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알려 주세요.

6월 1일부터는 미국 몬타나 주(Montana)에서 열리는 Archie Bray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고, 6월 9일부터 토론토 가디너 박물관(Gardiner Museum)에서 에 작품이 초대되었습니다. 또 9월에는 워터루에서하는The Canadian clay and glass museum에서 하는 전시에도 초대되었어요. 2년 전부터는 세라딘 칼리지에서 강의도 하고 있는데, 재료의 특성 때문에 팬데믹임에도 불구하고 물리적으로 직접 세라믹을 만들고 만지고 해야했거든요. 그 과정이 너무 좋았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혼자 살아 남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마침 얼마 전 토론토 한인회에서 문화교실을 이끌 강사가 필요하다는 광고를 봤습니다. 올 여름엔 레지던시 프로그램 때문에 시간이 안 되지만, 기회가 된다면 한인 커뮤니티에서 봉사하고 싶습니다.

또한 김준희 작가와 함께 컨퍼런스에서 발표한 쥴리문은 토론토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유명한 세라믹 아티스트이다. 그는 인터뷰를 통해 자신은 대중문화, 즉 미디어, 이미지, 카툰, 드로잉, 디자인 등으로부터 이미지를 해석하고, 이를 작품에 연결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1967년 캐나다로 이민을 온 부모님을 통해 ‘한국다움’을 배우고 있다고 밝힌 그는 ‘한국인’ 혹은 ‘캐나다인’의 경계는 개인적인 정체성뿐만 아니라 작품에 표현되는 예술적 방식에 있어서도 고민되는 지점이라고 했다. 나아가 같은 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있음에도 서로 다른 방식으로 표현되고 있는 것 또한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준희 작가와 본인 쥴리뮨은 한국이라는 문화적 배경이 같지만, 예술을 바라보는 방식과 관점, 그를 구현해 내는 방법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쥴리뮨은 향후 토론토 갤러리에서도 전시와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 컨퍼런스 발표가 끝난 후에 대화를 나누는 참가자들 - 출처 : 김준희 작가>

< 컨퍼런스 발표가 끝난 후에 대화를 나누는 참가자들 - 출처 : 김준희 작가>


사전에 인터뷰 약속이 되어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컨퍼런스에서 작가들을 만나기 위해서는 꽤 오랜 시간 기다려야 했다. 컨퍼런스에 참여한 많은 이들이 질의응답이 끝난 후에도 작가들을 찾아와 질문하고, 대화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컨퍼런스에 참여한 ‘자끼 블란딘(Jacques Blandin)’, ‘랄라말코시아(Lala Malkosia)’, ‘캐씨 크로니오(Cathy Corino)’는 인터뷰를 통해 한국 이민 작가를 만날 수 있어서 영광이라고 말했다. 특히 여성 작가들을 만나, 그들의 문화적 배경과 정체성, 그리고 작품활동이 연결되는 지점을 듣고 보는 것이 흥미로웠으며, 작품을 만드는 과정을 보면서 새로운 테크닉과 관점을 많이 배웠다고 전했다. 그들은 이번 컨퍼런스 발표가 교육적이면서도 오락적인 요소가 섞여 있어 더욱 많은 관심을 받는 것 같다고 했다. 이처럼 세라믹과 점토, 유리 공예 등의 예술 분야 내 한인 작가들의 활동이 캐나다 사회에서 주목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진 출처
통신원 촬영

김준희 작가 제공



고한나

성명 : 고한나[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캐나다/토론토 통신원]
약력 : 현) Travel-lite Magazine Senior Editor 전) 캐나다한국학교 연합회 학술분과위원장 온타리오 한국학교 협회 학술분과위원장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