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아이들과 함께한 시간, 멋진 열매로 이어지길 기대하며
구분
교육
출처
스터디코리안
작성일
2022.06.08

얼마 전 포트워스 한국학교의 봄 소풍에 참석해 많은 선생님들과 더불어 열심히 아이들을 돕는 보조 선생님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보조 선생님은 한 반에 1~2명씩 들어가 아이들의 학습도 돕고, 어린 반에서는 아이들의 사소한 필요까지 챙겨주는 대부분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었습니다.


보조 선생님의 시작은 봉사활동 증서를 위해 하게 되지만 16주의 시간 동안 이들은 참 많은 걸 배우고, 얻는 것 같습니다. 매주 아이들의 사진을 찍어 부모님들께 보내주는 보조교사도 있고,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한 학생 옆에 붙어 도와주며 그 학생뿐만 아니라 반 선생님과 전체 아이들에게도 큰 도움이 되어주는 보조 선생님도 있습니다. 보조 선생님들의 마음이 궁금해 현재 포트워스 한국학교의 회화반을 돕는 한 보조 교사를 만나봤습니다. 흔쾌히 인터뷰에 승락했으나 서로의 삶이 바빠 얼굴 보고 대화하기까지 한참의 시간이 필요했는데요. 드디어 김린선생님을 만나 아이들에 대한 속마음을(?) 들어보았습니다.


학생들


학생들


Q: 한 학기, 수고 많았습니다! 자기소개 부탁해요!
A: 안녕하세요. 저는 포트워스 한국학교 수선화반(회화반) 보조교사 12학년 김린입니다. South Hills High School의 졸업을 앞두고 있고 2022년 가을에 대학 공부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Q: 어떻게 보조교사를 시작하게 됐는지 궁금하네요. 꽤 오랜 시간 해왔다고 들었는데 처음엔 어땠는지도 말해주세요.
A: 저는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에 온 지 이제 4년이 됩니다. 처음에 미국에 왔을 때 언어도 어렵고 학교 공부도 잘 되지 않아 아무것도 못 하는 제 상황이 너무 절망적이라고 생각했었어요. 정말 힘들었죠. 그때, 제가 다니던 교회에서 토요일마다 열리는 한글학교가 있다는데 그곳에서 아이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친다는 이야기를 듣고 여기서라면 내가 무언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시작으로 보조교사를 지원했던 게 4년 동안 이 일을 계속하게 된 계기였던 것 같아요. 처음엔 아이들과 대화하려면 그래도 영어를 사용해야 하지 않나 하는 걱정 때문에 불안했는데, 제가 처음 맡게 된 개나리반 3~5살 아이 대부분은 부모님과 지내는 시간이 많아서 그런지 다들 한국어를 잘 알아듣고 제가 어설프게 영어를 쓸 때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더라고요. 덕분에 점점 자신감이 생기고 선생님을 도와드리는 것도 익숙해져 즐겁게 보조교사 생활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정말 성실하게 긴 시간을 이어왔네요. 아이들에게 사랑받는 선생님일 것 같아요. 특별히 아이들이 사랑스러울 때는 언제인가요?
A: 말썽 안 피우고 말 잘 들을 때면 언제나 사랑스러워요. 하지만 아이들이 가장 사랑스러울 때는 저를 "선생님~~"이라고 부르면서 반겨주고 좋아해 줄 때 친구들이 더 예뻐 보인답니다.

Q: 4년의 시간 동안, 어려운 점도 있었을 것 같아요. 보조교사를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 있다면 말해주세요!
A: 저도 아직 공부하는 학생이다 보니, 봉사와 학업의 밸런스를 잘 맞추는 게 가장 중요한데 저에게는 이게 제일 힘들었어요. 해야 할 과제들이 많은 날에는 한글학교를 빠지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고, 학교 이벤트가 있으면 보조교사를 하루 쉬어야 하나 고민되는 날들도 많았어요. 그런 부분 외에는 아이들을 돕고 함께하는 모든 것들이 즐거웠어요.

Q: 김린선생님이 가장 보람을 느낀 순간은 언제일까요?
A: 친구들이 배운 내용을 기억해서 자기가 뭘 배웠는지 다른 사람에게 말 할 수 있을 때 뿌듯해요. 그럴 때 '아, 내가 아이들을 잘 도와주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어요.



김린 선생님과 함께 수업하는 수선화반 아이들의 모습, 사진 출처: 김린 선생님


김린 선생님과 함께 수업하는 수선화반 아이들의 모습, 사진 출처: 김린 선생님

김린 선생님과 함께 수업하는 수선화반 아이들의 모습, 사진 출처: 김린 선생님


특별히 한 가지 생각나는 일은 지난해, 12월에 한글학교 행사가 있었어요. 지역의 연말 한인 행사에 초대받아 한글학교 아이들이 [그리운 금강산]이라는 노래를 불렀는데, 우리 회화반에 있던 사랑이라는 친구가 첫 시작을 솔로로 불렀어요. 회화반에 있는 친구들은 한국어로 듣고 말하는 게 서툴러서 영어로 수업하는데 그날 사랑이가 한국어 가사 노래를 완벽하게 부르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벅찰 정도로 기뻤답니다. 그날의 감격을 잊을 수가 없네요. 그날 사랑이 부모님과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오셔서 노래하는 사랑이 사진과 동영상을 찍고 자랑하시는 모습도 기억에 남아요.


Q: 대학생이 되는 걸 축하합니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김린선생님은 앞으로 어떤 꿈이 있는지 궁금해요.

A: 제가 미술에 관심이 많아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미술 관련 전공으로 대학에 들어가게 됩니다. 제 꿈은 애니메이션 감독이 되어서 한국의 뽀로로나 또봇같이 아이들을 위한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것인데, 한글학교에서 어린이들과 함께 경험한 것이 제가 앞으로 나아갈 길에 긍정적인 영향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이들의 가치관 형성에 긍정적인 힘을 줄 수 있는 이야기를 많이 만들 수 있으면 좋겠어요.



Q: 마지막으로 한글학교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주말에도 학교에 온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데 매주 열심히 와서 한국어를 배우고 숙제 잘해 와줘서 고마워. 우리 함께 배운 내용이 쌓이고 또 쌓여서 꼭 미래에 도움이 되길 바라고 응원할게! 항상 사랑해!"


인터뷰를 마치며

싱글벙글 김린 선생님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아이들을 향한 사랑과 열정이 느껴져 저도 참 뿌듯했답니다. 김린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고마워하지만, 저도 선생님께 참 고마웠어요. 오다가다 한글학교에서 마주칠 때마다 늘 웃으며 아이들과 도란도란 대화하고, 그림도 그려주고 아이들 곁에 있는 모습이 참 예쁘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고등학생으로 긴 시간 참 쉽지 않았을 텐데 매주 토요일마다 참으로 대단합니다! 고등학생 때는 잠도 유난히(?) 많고 주말에 친구들과 놀고 싶었을 텐데, 4년이라는 시간을 성실하게 이어온 것과 그 열정에 박수쳐주고 싶습니다. 참고로 김린 선생님은 한글학교 수업 이후에는 오후에 난민학교를 돕는 봉사도 꾸준히 이어왔다고 하네요. 성실하고 기쁘게 돕는 김린 청년의 모습을 보며 '앞으로 뭘 해도 잘 해내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한 시간이 쌓여 아주 멋진 애니메이션 감독이 되면 그때 또 인터뷰로 만나요! 감사합니다~ 김린 선생님!


백하영
미국 백하영
아리랑TV , KBS 1TV 예능 , 휴먼다큐구성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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