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한국인보다 더 태극기를 사랑하는 뉴질랜드인
구분
교육
출처
스터디코리안
작성일
2022.05.20

올해 바람이 세차게 부는 어느 날 크라이스트처치시 중심가에 위치한 "아라대학교(Ara Institute)"를 방문했다. 언택트 시대에 수행하는 실용 중심의 교육 방법을 알고자 함이었다. 그런데 교정에 들어서니 놀라운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달라진 학교 풍경이었는데, 교정 입구에 국기(國旗) 게양대가 여러 개 설치돼 있었으며 몇몇 개 국가의 국기가 게양되어 있었다. 그 한 가운데에 태극기도 바람에 힘차게 펄럭이고 있었다.


크라이스트처치 아라대학교(Ara Institute)에 게양된 태극기

크라이스트처치 아라대학교(Ara Institute)에 게양된 태극기


가슴이 뭉클해진다. 우리 국가의 표상인 태극기가 세계 주요 국가의 국기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는 점, 또 태극기를 사랑하도록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점에 새삼 놀랐다. 나라별 국기 게양은 아라대학교에 재학 중인 외국인 유학생의 비율, 상대국의 영향력, 상호 관계 등에 의해 국기를 게양하지 않았을까 한다. 이러한 국기 게양이 갖는 의미는 그 나라 민족성과 얼을 상징함은 물론, 문화상대주의에 기반한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존중하고 있음을 실천적으로 보여 준 한 예라 할 수 있다.


2021년 11월 27일 크라이스트처치 ‘한국의 날’ 행사에 걸린 태극기와 청사초롱

2021년 11월 27일 크라이스트처치 ‘한국의 날’ 행사에 걸린 태극기와 청사초롱


1998년 필자는 크라이스트처치시 "해글리 커뮤니티 칼리지(Hagley Community College)"에서 영어를 배우고 있었다. 그러던 중 3월 1일. 그 학교에서는 뜻하지 않은 일이 벌어졌다. 게양된 국기를 보았는데 뉴질랜드 국기가 아닌, 태극기가 게양되었다. 그 당시 학교에는 여러 개의 국기 게양대가 있는 것이 아닌, 한 개의 국기 게양대만 있었다. 평소에는 늘 뉴질랜드 국기만 게양돼 있었다. 그러나 하필이면 3월 1일에 우리 태극기가 게양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1919년 3월 1일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까지 온 한민족을 하나로 만들고 거리마다 집집마다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던 독립운동이 떠올랐다. 삼일절!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 위치한 한 학교에 태극기가 게양되었다는 사실은 상당한 의미를 부여한다. 우리의 향상된 '문화외교력', '한국·한국인의 힘'을 보여 준 예라 할 수 있다. 학교 차원에서 그러한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당시 학교에 재학 중인 한국인 유학생은 물론, 한국인 이민자들이 다른 나라 이민자들보다 비해 영어를 많이 배우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처럼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태극기가 제정된 때는 1882년 5월 22일에 이뤄졌던 조미수호통상조약(朝美修好通商條約) 조인식에서였다. 지금으로부터 불과 140년 전의 일이다. 1970년대 초등학교 시절, 국기 하강식을 잊을 수 없다. 동절기 및 하절기로 구분하여 시행했는데, 동절기에는 오후 5시, 하절기에는 오후 6시에 국기 하강식을 했다. 국기 하강과 동시에 애국가가 들리면 많은 사람이 하던 일을 멈추었고 길을 가던 사람도 발걸음을 멈추었으며 심지어 공부하던 학생들도 예외 없이 태극기를 바라보며 경례했다. 아울러 '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로 시작되는 '태극기에 대한 맹세' 낭송을 듣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으며, 이는 태극기가 애국심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아이콘이었기에 그만큼 태극기를 배려할 수밖에 없었다. 뉴질랜드 사람 중 한국인보다 태극기를 더 사랑하는 현지인이 있다. 크라이스트처치 캐시미어 지역에 거주하는 뉴질랜드인 '에드리안(Adrian)'이다.


뉴질랜드인 '에드리안(Adrian)'

뉴질랜드인 '에드리안(Adrian)'


그가 태극기에 매료된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우선, 그의 부친이 한국전쟁에 참여했다는 점, 한국전쟁 때 뉴질랜드 군인들이 한국에 파병된 점, 그가 판문점 및 군사적 비무장지대(DMZ) 방문에서 본 태극기에 대한 기억에 의해서다. 두 번째 이유는 태극기의 세련된 디자인과 의미의 다양성에 있다. 태극 문양의 아름다움, 태극이 우주의 원리를 도상화했다는 점, 사방 모서리에 그려진 건·곤·이·감의 사괘(四卦)가 가지는 다양한 의미, 흰 바탕이 상징하는 우리 민족의 동질성 등이 궁극적으로 평화와 번영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우리 민족의 이상을 담고 있다는 점에 반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이유는 2002년에 열린 한일월드컵 경기에서 본 태극기의 응원 물결이었다. '2002년 한일월드컵 때 뉴질랜드에서 한국 사람들이 보여준 태극기의 물결은 무척 감동적이었다.'라며 태극기가 한국인들을 대동단결하게 하는 매개체 역할을 했을 뿐만 아니라 애국심을 크게 고취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점이 그가 태극기에 관심을 갖게 된 주된 이유다. 미국 국기와 태극기를 비교하면서 "미국 국기에 그려진 50개의 별은 미국이 50개 주라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지만 태극기는 심오한 뜻이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가 태극기를 처음 본 것은 1970년 영화에서였는데, 그때 태극 문양의 붉은색과 파란색에 대해 생각한 것은 단순히 '파란색은 남한, 빨간색은 북한으로 여겼다.'라고 한다, 이렇게 여긴 이유는 한국이 한국전쟁으로 남한과 북한으로 분단돼 있기에 태극 부분을 지도상 지역과 동일시하게 판단했다. 그래서 윗부분 빨간색은 북한, 파란색 아랫부분은 남한으로 여기게 되었다.

그는 20여 년 전부터 태극기를 보유하고 있는데, 중요한 점은 태극기를 정말 사랑하며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2000년대 초반 그는 한국인을 비롯하여 중국인 및 일본인들을 대상으로 집을 임대하게 된다. 빌려주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그는 새로운 고민을 한다. 그것은 그들에게 한국인, 중국인, 일본인으로서의 자긍심을 줄 방법에 대한 것이었다. 며칠째 고민 끝에 그가 내린 결론은 집 앞 정원에 국기 게양대를 설치해 나라별 국경일이나 행사가 있는 날이면 그 나라 국기를 게양하기로 결심한다. 어느 날 한국인들의 주관으로 파티를 열게 돼 있었다, 태극기가 게양되었고 파티에 참석한 한국인 및 한국인 유학생들은 큰 자긍심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당시 그가 보유한 태극기는 그다지 크지 않은 태극기였다. 그래서 대형 태극기를 구입하고자 2012년 한국을 방문할 정도로 태극기에 매료되었다. 태극기를 게양하는 때는 한국과 관련된 행사는 물론, 설날, 광복절, 추석, 한글날 등 국경일이다. 태극기는 이곳 크라이스트처치에서도 우리 민족을 통합시키며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 애국심을 고취하게 한다.


크라이스트처치 홀스웰도서관(Halswell Library) 한국색션에 설치된 태극기

크라이스트처치 홀스웰도서관(Halswell Library) 한국색션에 설치된 태극기


이제 태극기는 크라이스트처치 공공도서관에도 설치되고 있어 포용적·통합적 자세로 대대적인 태극기 달기 운동을 추진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대한민국 국력 신장을 도모하는 한편, 진정한 애국심이 마음속에서 자연스럽게 우러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박춘태
뉴질랜드 박춘태
한글 세계화운동 뉴질랜드 본부장
중국 북경화지아대학교  국제교류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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