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싱가포르의 5월은 긴 연휴와 다양한 이벤트로 활기에 가득찬 기간인 듯 하다. 5월 1일 노동절, 5월 2일의 하리라야 푸아사에 이어 5월 15일은 부처님 오신 날인 Vesak Day가 있다. 사원옆에 사는 필자의 지인에게 사원에서 들리는 노랫소리와 불경이 15일 새벽부터 밤까지 이어졌고, 신도들의 방문이 줄을 이었다는 말을 들었다. 3년 만에 처음으로 맞이하는 코로나19 이전의 부처님 오신 날이기에 그동안 행사에 참석하지 못했던 불교 신자들의 행렬이 줄을 이은 듯 하다.

<사원을 방문한 성도들 – 출처: 인스타그램 @jojolau88>

싱가포르 불교 신자들은 새벽부터 사원에 모여 부처와 부처의 가르침(다르마, Dharma), 제자들(상하,Sangha)을 찬양하는 노래를 부른다. 신자들은 시들어버리는 꽃과 타서 없어지는 초와 향을 사원에 바치며, 삶이 덧없고 순간적이며 모든 것이 썩어 결국 사라진다는 사실을 다시 되새긴다. 불교사원들은 방문객들에게 물을 나눠주며 불상을 목욕하는 의식을 행한다. 뉴스에 따르면 칼랑 근처의 티베트 불교사원인 Thekchen Choling에는 이날 Edwin Tong 문화 및 청소년 장관이 방문하여 축제 행사에 참여하는 시간을 가졌다.

<Thekchen Choling를 방문한 Edwin Tong 장관 – 출처: 인스타그램 @zaobaosg>

이 사원에는 반려동물들을 데리고 방문한 신도들이 많이 보였는데, 반려동물들을 축복해주는 이벤트가 있었기 때문이다. Pet blessing & prayerceremony라는 귀여운 이벤트에 강아지와 고양이 뿐만 아니라 토끼, 물고기, 거북이, 햄스터 등 애완동물이 총출동하는 귀엽고 신기한 광경도 있었다. 이날만 대략 1,000명이 넘는 신도들이 이벤트에 참석했다고 한다. 축복을 받고자 각자 자신이 사랑하는 반려동물을 데리고 오는 사람들의 마음이 너무나 귀엽고 따뜻하게 느껴지는 이벤트였다.

<반려동물들의 축복을 받기 위해 같이 동행한 사람들 – 출처: 인스타그램 @zaobaosg>

한편 싱가포르 사람들은 부처님 오신 날에 좋은 일을 하면 공덕이 수십배로 늘어난다고 믿기 때문에 특별히 더 좋은 일을 하며 보낸다. 단체 헌혈을 하는가 하면 양로원과 고아원에 방문해 선물과 헌금을 하는 등 불우한 이웃과 함께하는 시간을 보낸다. 브라이트 힐 로드의 콜멩산 포칵시 수도원(Kong Meng SanMonastery)에서는 ‘삼보일배’라는 의식을 치른다. 신자들이 양 무릎으로 세 걸음 걸은 후 한번 절을 하면서 기도하는 것인데, 3년만에 치른 이 의식에 많은 신도들이 참석했다.

<삼보일배하는 사람들 – 출처: 인스타그램 @Clementlimlx, @jonatan_soo>

불교에서는 빛이 지혜를 의미하고 이것이 무지라는 어둠을 물리쳐 깨달음을 준다고 믿는다. 요즘과 같은 어둠의 시대에 이와 같은 빛이 더 절실하다는 생각이 든다. 부처님의 가르침처럼 덧없이 사라져버리는 우리의 인생에서 욕심 내서 무언가 가지려 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싶다. 딱 각자에게 주어진 만큼, 필요한 만큼만, 때에 따라 사용하며 살아가는 삶이 자연의 이치일텐데 명예, 돈, 음식 등 모든 것에서 과식하고 있는 것이 아닐지 되돌아본다. 무엇을 위한 전쟁인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도 부처님의 가르침을 필수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 비움과 관용이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이 우리 일상 곳곳에 스며들어 인생이라는 길고도 짧은 길 속에 쉼터를 만들어 낼 수 있기를 바라본다.

참고 자료
싱가포르 관광청 <Vesak day>,
https://www.visitsingapore.com/ko_kr/festivals-events-singapore/cultural-festivals/vesak-day/

《Thestraitstimes》 (2022. 5. 14.).
https://www.straitstimes.com/singapore/buddhist-temples-and-devotees-gear-up-for-a-lively-vesak-day

(2022. 5. 15.). https://www.straitstimes.com/singapore/community/vesak-day-celebrations-see-crowds-devotees-happy-to-join-activities-in-person

성명 : 신보라[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싱가포르/싱가포르 통신원]
약력 : 전) 싱가포르 Duke-NUS 의과 대학 박사후 연구원 현) 싱가포르 NUS Yong loo lin 의대 박사 후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