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미국, 영어 교육 기념식에서 선보인 한복, 그리고 한국
구분
교육
출처
스터디코리안
작성일
2022.05.10

미국 공립학교에는 자신의 모국어가 아닌 영어를 '두 번째 언어'로 배우는 학생들, 일명 '영어 학습자(English learner)'를 위한 영어 교육 지원 사업이 있다. 콜로라도주에서는 이를 'English Language Development Program(이하 ELD)'이라고 부른다. 주내 공립 유치원~고등학교에 파견된 ELD 교사들이 '다문화 가정' 학생들의 영어 교육을 책임지고 있다.


콜로라도주 더글라스 카운티(Douglas County) 교육청에 따르면, 총 97개국의 언어를 사용하는 약 3,400여 학생들이 현재 ELD 수업을 듣고 있다고 한다. 그중 한국어는 상위 6번째 언어로 꼽혔는데, 이는 카운티 내에서 한국어가 자신의 모국어인 학생들이 상당히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 (왼쪽) 콜로라도주 더글라스 카운티 교육청의 English Language Development Program 10주년 기념행사 포스터. (오른쪽 상, 하단) 기념행사장 모습. ©이나라

◆ (왼쪽) 콜로라도주 더글라스 카운티 교육청의 English Language Development Program 10주년 기념행사 포스터. (오른쪽 상, 하단) 기념행사장 모습. ©이나라


지난 4월 27일(현지 시각), 더글라스 카운티 교육청은 ELD 창립 10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이날의 행사에는 ELD 교사 및 학생, 그 가족들을 포함한 약 300명의 인원이 참석하여, 교육청-학교-가정이 만들어 나간 10년 동안의 영어 교육 발자취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본식 전에는 다양한 나라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행사장이 준비돼, 기념식에 참석한 어린 손님들의 큰 관심을 끌기도 했다.


◆ (왼쪽 상단) 생활 한복을 입은 주유미(왼쪽) 씨가 필자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이날 행사에서 종이접기 테이블에는 한국, 멕시코, 인도, 중국 등 어린이들의 행렬이 끝없이 이어졌다. ©이나라

◆ (왼쪽 상단) 생활 한복을 입은 주유미(왼쪽) 씨가 필자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이날 행사에서 종이접기 테이블에는 한국, 멕시코, 인도, 중국 등 어린이들의 행렬이 끝없이 이어졌다. ©이나라


한글학교 교사이자 종이접기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주유미 씨는 "딸이 현재 초등학교에서 ELD 수업을 듣고 있다. ELD 기념행사 날에 자국의 문화를 소개할 기회가 생겨, 우리나라 한복을 알리기 위해 봉사자로 참여했다."며 이번 행사에서 자원봉사를 한 이유를 밝혔다.


"물론, 이 일의 시작은 딸을 위한 봉사활동이었지만, 이왕 하는 김에 제대로 '한국'을 보여주고 싶었다."라며 그는 수줍은 미소로 말을 이어갔다. "한복 접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책갈피에 종이 한복을 붙여 실생활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로 작품을 만들었다."면서, "한복의 실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직접 한복을 입고 왔다."라고 덧붙였다.


그가 디자인한 종이 한복 책갈피를 만드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우선, 전통 무늬 색종이로는 저고리를, 민무늬 색종이로는 치마나 바지를 접어 한복 상하의를 만든다. '한복'이라는 한글 캘리그래피가 쓰인 책갈피 종이 위에 한복 상하의를 붙인 다음, 맨 아래에 자신의 이름을 쓰면 종이 한복 책갈피 완성!


이처럼 매우 '이국적인' 책갈피 만들기 활동을 해보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종이접기 테이블을 방문, 체험 중인 아이들과 기다리는 아이들로 현장은 문전성시를 이뤘다.


이날 행사장에서 종이접기 팀을 도운 자원봉사 고등학생 션(Shaun)은 "어린이들이 많이 몰려 정신이 없었다."면서도 "종이로 한복을 접는 것도 꽤 재미있었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또 다른 자원봉사 학생 젠(Jen)은 "종이 한복으로 책갈피를 만드는 아이디어가 창의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BTS가 한복을 자주 입는 걸 알고 있었는데, 실제로 한복을 보니 정말 아름답다."라고 말하며, 한복을 입은 필자와 사진을 찍기도 했다.


한편, 이번 기념행사에서 코디네이터로서 다민족-다문화 체험 행사를 기획한 마리아 로페즈(Maria Lopez) 씨는 종이접기 테이블을 방문하여 "정말 대단한(amazing) 작품이다."라고 말하며 감사의 마음을 전달했고, "내년 행사를 위해 12개월 전에 사전 예약을 해 놓겠다."라는 말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더했다.


이번 행사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에 관해 묻는 필자의 질문에 주유미 씨는 "내게 다가와 한국어로 '한국 사람이세요?'라고 말한 아이가 있었다."면서, "그 아이는 종이접기 안내문에 쓰인 한국어를 보고 뛰어온 것이었는데, '이런 기념행사 자리에 한국 사람이 있어서 너무 좋다'라고 말해 큰 감동을 느꼈다."라고 했다.


이에 더불어 "미국에 살면서 우리의 것을 알리는 일은, '대단히 노력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작은 종이접기에서도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라는 그는 "다음번에는 더 많은 사람과 함께 우리나라 알리기를 하고 싶다."라며 미래의 포부를 밝혔다.


이나라[미국/콜로라도] 이나라

재외동포재단 해외통신원 7기
현) 콜로라도 주립대학 연구원 및 겸임강사,
콜로라도 통합 한국학교 교사
경력) EBS 뉴스 미국 글로벌 리포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