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바로네즈 한글학교, 이 도시의 한류 주역으로 성장 중
구분
교육
출처
스터디코리안
작성일
2022.04.26

'한류(韓流)'는 한국의 대중문화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러시아어로는 카레이스카야 발나(Корейская волна)'라고 한다. 러시아 한류의 시작을 모든 도시에 동일하게 적용할 수 없는 이유는 러시아 영토의 광활함 때문이다. 이 글을 통해 소개하고자 하는 러시아 지방 도시 바로네즈 한류는 2013년 싸이의 '강남 스타일' 인기 열풍을 계기로 시작되었고, 이에 동기부여를 받아 그해 9월 바로네즈 한글학교가 설립되었다. 본 교는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남쪽으로 530km 떨어진 이 도시에서 한국을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장소다. 한글학교라는 특성상 정식 교육기관은 아니지만, 바로네즈 한글학교는 '바로네즈 작은 한국'이라 불리고 있으며, 이 자부심을 갖고 한글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바로네즈 한글학교는 한국인 원어민들에게 한국어를 배울 수 있는 유일한 교육 기관이다. K-드라마 열풍으로 한국 문화와 한국 역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이때, 양질의 문화 수업과 역사 수업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장소다. 바로네즈에는 한국 식당이 전무하지만 바로네즈 한글학교에서 매년 주최하는 '한국인의 밥상' 행사와 '비빔밥의 날' 그리고 '김밥의 날' 등을 통해 한국 음식을 마음껏 먹어 볼 수 있다. 매년 11월 '김치의 날'에는 직접 한국 김치를 담아보고 다양한 한국 김치를 시식해 볼 수 있다. 한국의 고유 명절인 설날과 추석에는 전통 놀이와 음식을 즐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한복도 무료로 입어 볼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 바로 바로네즈 한글학교다.


2013년 설립 이후 지난 9년 동안 다양한 방법으로 한국을 알리며 러시아 바로네즈 한류를 이끄는 주역으로 꾸준히 성장 중인 바로네즈 한글학교를 이 지면을 통해 소개하고자 한다.


1. 한국 전통 알리미로서 바로네즈 지역 한류를 주도하는 [바로네즈 한글학교]

바로네즈한글학교 행사현장


바로네즈한글학교는 매년 설날, 추석 등 한국 고유 대명절에 큰 행사를 개최한다. 행사 대상은 한글학교에 다니는 러시아, 고려인, 타민족 학생들이지만 고려인 어르신들도 초대해서 세배하고 덕담을 나누며 진짜 한국 설날을 재연한다. 설날에는 왕복 1,060km를 달려 모스크바에서 공수해 온 가래떡으로 고명 올린 떡국을 끓여 함께 먹고, 추석에는 직접 함께 송편을 빚는다. 한글학교가 이러한 행사를 주최하기 전까지 바로네즈 고려인들은 단 한 번도 세배를 받아본 적이 없다. 바로네즈 한글학교는 전통문화 알리미 역할을 통해 고려인들에게는 한국전통 문화를 정확하게 알려주고, 러시아 학생들과 타민족 학생들에게는 자랑스러운 한국 전통을 소개한다. 각 나라 음식 문화는 남녀노소 모두에게 가장 흥미 있는 주제다. 바로네즈 한글학교는 '식구' 개념이 강하다. 식구는 한솥밥을 먹는 사람들로 가족을 의미한다. 그래서 바로네즈 한글학교 모든 행사의 끝에는 한국 음식이 있다. 행사 참석자들이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이유다. 특히 매년 4월 진행되는 '한국인의 밥상'은 한 달 전부터 이론적 수업으로 시작해서 4월 최종 한국 밥상에 앉기까지 한 달 동안 이어지는 이론과 실제를 겸비한 수업이다. 해마다 약 50여 명의 학생과 함께 이 수업과 행사를 진행했으나 작년에는 7명의 학생만 대면으로 초대하고 동영상을 찍어 학생들과 공유하는 방식으로 이 행사를 대신했다.


2. 다민족협의회와의 협력과 소통을 통해 한류를 주도하는 [바로네즈 한글학교]

바로네즈한글학교 행사현장


바로네즈 한글학교가 바로네즈 도시 한류를 이끄는 주역으로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은 바로네즈 고려인 협의회와의 협력, 소통 덕분이다. 전 협의회 회장인 황 엘리자베스부터 현재 안 아이다 회장까지 한글학교는 이분들과 좋은 관계를 갖고 있으며 크고 작은 행사 때마다 서로 협력, 협조하고 있다. 특히, 고려인 협의회는 바로네즈 다민족협의회 소속기관이며, 매년 다민족 문화축제를 비롯한 다양한 행사를 함께 진행하고 있다. 안 아이다 회장은 각종 행사에 한국 디아스포라 대표로 참석해서 한국 문화와 전통을 알리고 있다. 행사 시 진열되는 모든 한국 전통 용품은 바로네즈 한글학교가 소장하고 있는 물품들이다. 매년 11월에 열리는 다민족 문화축제는 약 천여 명의 다양한 국적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큰 행사다. 계속되는 코로나19 여파로 작년 대면 행사는 취소되었고 올해 3월에 온라인으로 각 나라 노래와 춤을 소개했다. 바로네즈 한글학교는 고려인 협의회의 요청으로 한국 디아스포라 대표 자격으로 본 대회에 참석했으며 [소양강 처녀]를 불러 녹화했다. 4월 초에 바로네즈 다민족협의회 회장으로부터 특별 감사장을 받았다. 이러한 협력과 소통을 통해 바로네즈 한글학교를 통한 한국 알리기는 꾸준히 진행 중이다.


3. 'TV 구베르니야' 바로네즈 국영 방송 출연 [바로네즈 한글학교]: 한국어, 한국 문화, 한국 음식

바로네즈 국영 방송 현장


지난 9년간 바로네즈에서 다양한 아날로그 방식으로 한국을 알린 바로네즈 한글학교가 2022년 설날을 맞아 바로네즈 국영 방송을 통해 정식으로 한류를 알리는 주역으로 우뚝 섰다. TV 구베르니야 방송국 PD이자 한글학교 학생인 사샤를 통해 방송 섭외가 들어왔고 흔쾌히 승낙했다. 바로네즈 한글학교 교장 요청으로 본 방송 촬영 시, 러시아 남녀 사회자와 한국인 출연자 두 명 모두 한복을 입었다. 한복을 처음 입어 본 사회자들은 한복에 깊은 관심을 보였고 한복의 아름다움을 극찬했다. 바로네즈 한글학교 교장은 약 1시간 동안 한국어에 관한 강의와 인터뷰를 했다. 한국어를 전혀 모르는 사회자 막심은 한국어 발음이 노래 멜로디같이 아름답다고 했다. 러시아인들이 한국으로 여행을 갈 때 꼭 알아야 할 문장들과 인사법을 알려줬다. 한국어 강의를 마친 후에, 이환희 교사가 한국 문화에 관한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 내용은 촬영 전에 방송국에서 제공 받았으며, 한국 케이팝의 인기 비결, 고려인들이 김치 대용으로 먹는 한국 당근이라는 이름을 가진 음식이 진짜 한국에도 있는지, 한국 여행 시 주의해야 할 사항 등에 관한 인터뷰가 약 1시간 동안 진행되었다. 한국어와 러시아어에 능통한 이환희 교사와 사회자 마린나의 호흡은 완벽할 정도로 훌륭했다. 촬영을 준비하는 시간, 한복을 갈아입고 실제로 방송 촬영을 하는 시간, 모니터링과 재촬영 등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지만, 이 방송이 어떤 모습으로 한국을 알리게 될지 기대하는 마음이 피곤함을 잊게 했다. 바로네즈 한글학교 이환희 교사는 이 방송을 찍은 직후, 한국 대학 입학을 위해 바로네즈를 떠났다. 지난 9년 동안 바로네즈 한글학교 첫 번째 학생으로 입학해서 보조교사와 교사를 거치면서 쌓여진 한국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한국 대학으로 진로를 결정한 계기가 되었다. 본 방송 출연은 바로네즈 한글학교 교사로서 의미 있는 마무리와 큰 추억이 되었다고 고백했다.

TV 구베르니야 방송국 활영 현장


TV 구베르니야 방송국에서 요청한 한국 관련 내용은 한국어, 한국 문화, 한국 음식이었다. 설날 당일에는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관한 촬영을 했다. 한국 음식 촬영은 주방이 구비된 스튜디오에서 진행해야 했기 때문에 다시 일정을 잡았다. 첫 촬영 일주일 후 일정과 장소가 결정되었고 바로네즈 한글학교 이성국 교사와 이예희 교사가 한국 음식 촬영에 투입되었다. 방송을 통해 널리 알릴 한국 음식은 '비빔밥'과 '된장국'이다. 본 방송 출연을 요청한 한글학교 학생이자 본 방송국 PD인 사샤와 상의한 끝에 현지에서 음식 재료를 구하기 쉽고, 요리 시간도 적당하고, 시식도 간단한 비빔밥이 당첨되었다. 사샤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한국 음식이라고, 사실은 많이 먹고 싶다고 결정 후에 사심을 고백했다. 두 교사는 비빔밥 전 요리 과정을 보여주며 이 음식이 갖는 의미에 관해 설명했다. 이 방송의 하이라이트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을 큰 양푼에 넣고 요리한 각종 재료를 넣은 후에 마지막으로 고추장과 참기름을 넣고 힘차게 비비는 장면이었다. 그리고 사회자들과 요리사들이 비빔밥을 시식하며 피드백을 나누며 촬영이 종료되었다. 카메라를 끄고 모든 스텝과 스튜디오 직원까지 함께 비빔밥을 먹었다. 러시아 음식 문화는 1차, 2차, 3차로 음식을 순서대로 따로 먹는다. 러시아인들에게 비빔밥은 매우 생소한 음식이었으나 이 분명한 차이 덕분에 오히려 더 큰 호응을 받았다. 이성국 교사는 비빔밥과 관련된 유래와 색깔의 의미를 설명했고, 이예희 교사는 비빔밥을 먹는 방법을 설명했다. 비빔밥을 통해 한국인이 갖는 독특한 의식과 문화를 소개할 기회가 되었다. 이틀간에 걸쳐 촬영된 [한국]은 12분 57초 영상으로 최종 편집되어 바로네즈 TV를 통해 전파를 탔다.

이틀간 촬영의 결과가 12분 57초라 아쉬웠으나, 한편으로는 12분 57초 동안이나마 이 방송을 통해 바로네즈 가정에 [한국]이 알려진다고 생각하니 감개무량했다. 의외로 많은 사람이 이 방송을 시청했고, 방송 후에 한글학교 학생들과 고려인 지인들에게 많은 연락을 받았다. 방송국에서 최종 편집한 동영상을 보내주었고 전 세계 지인들과 이 특별한 한국 알리기 체험을 나눌 수 있었다.


바로네즈 한글학교 단체사진


대부분 러시아 한글학교들의 연륜은 한인 사회가 크게 형성되어 있는 나라들에 있는 한글학교에 비해 매우 짧다. 한국인이 전무한 지역들이 많으니 교육 환경과 교사 수급 및 교육의 질에도 부족한 것이 많다. 그러나 러시아 모든 한글학교는 동일한 목적과 사명을 가지고 있다. 오늘 소개한 바로네즈 한글학교와 동일한 사명과 목적이다. 러시아 한글학교들은 그 도시, 그 지역의 작은 한국으로 존재한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끝은 창대하다.'라는 말이 있다. 한글학교 시작은 미약했으나 러시아 모든 한글학교는 창대할 미래를 기대하며 성실하게 한국어 교육에 힘쓰고 있다. 오늘도 열악함과 힘든 시국 속에서도 힘차게 걸어가는 러시아 한글학교들은 보폭의 차이는 있으나 러시아 각 도시에서 한류의 주역으로 성장 중이다. 한류의 주역, 러시아 한글학교들의 저력을 계속 기대해본다.


서지연
[러시아/바로네즈] 서지연

재외동포재단 해외통신원 3 ~7기
현) 러시아 바로네즈 한글학교 교장
경력) 청강문화산업대학 상담학 강사
러시아한글학교협의회 회장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