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파친코’ 스페인어·영어 번역본 - 출처: 통신원 촬영>
이민진 작가의 장편 소설 <파친코>를 각색한 애플 티비 플러스(Apple TV+)의 동명의 시리즈가 스페인에서 연일 화제이다. 일제 강점기 일본으로 이주한 한국계 4대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원작은 스페인에서도 번역 출판되어 스페인 독자들에게 좋은 평을 받은 바 있다. 한국 문학에 관심 있는 이들 중에는 스페인어로 번역 출판되기 전 영문번역본을 구해 읽었다는 이들도 많았다. 슬퍼서 힘겹게 끝까지 읽었다는 루드레스(LOUDRES, 24) 씨는 “이 책을 읽고 한국과 일본의 얽힌 역사에 대해서 잘 알 수 있었고, 이전에는 한국이 과거사에 대해 너무 집착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책을 읽고 무지했던 자신이 부끄러웠다”고 견해를 밝혔다.
드라마로 제작된 이후, 원작에 대한 관심은 더 상승했다. <파친코>는 오프라인 서점에서 품절되면서 찾기 힘들었으며, 온라인에서만 구매가 가능하다. 통신원은 스페인어 <파친코>를 구하기 위해 마드리드 시내에 있는 대형 서점 체인점 까사사 델 리브로(casa del libro), 프낙(Fnac) 서점, 스페인 최대 백화점 엘 코르테 잉글레스(el corte ingles) 서점을 찾았으나 모두 품절 상태였다. 처음에 들른 프낙에서 <파친코>를 찾자 되묻지 않고 단박에 “품절이다. 미안하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보통은 <파친코>의 발음 때문에 바로 다시 묻기 마련인데, 그만큼 찾는 이들이 많았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들른 까사 델 리브로 직원은 “최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주문예약을 해야만 구매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자신도 읽고 감동을 받았다며 곧 드라마도 볼 예정”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결국 스페인어 번역본은 대형 서점에서는 구하지 못하고 개인이 운영하는 영어 서적 서점에서 겨우 구매할 수 있었다.
<이민진 작가의 소설, '파칭코'를 구하기 위해 들른 마드리드 시내 서점들 - 출처: 통신원 촬영>
사실 애플 TV 플러스는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스페인에서도 거대한 세계적인 플랫폼으로 성장한 넷플릭스와 그 뒤를 잇는 아마존 프라임 및 디즈니 플러스에 비해 시장 점유율이 높지 않다. 얼마 전 애플 TV 플러스 오리지널 영화인구입한 영화 <코다>가 제94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작품상, 남우조연상, 각색상을 수상하면서 주목을 받은 바 있지만 시리즈 작품이 화제가 된 것은 드문 일이었다.
<파친코>가 공개되고 스페인 언론들은 “<파칭코>는 훌륭한 시리즈가 분명하며, 애플 TV가 넷플릭스에 대항할만한 작품을 내놓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스페인 일간지 《라 반과르디아(La Vanguardia)》는 “<파친코>의 모든 회차는 선물”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규정에서 벗어난 시리즈의 제작은 그때마다 축하해야 할 일이다. 그 작품이 분명한 의도의 견고함과 자기 의지로 작품을 구성할 장악력이 있다면 더더욱 그래야 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애플 TV 플러스를 통해 공개된 <파친코>는 줄거리나 장르보다는 감정을 이야기의 원동력으로 삼는다는 신념 때문에 혁명적이다”라며 작품성을 높게 샀다.
<파친코>의 감독을 맡은 코고나다와 저스틴 전은 모두 재미교포들다. 《라 반과르디아》는 이러한 점을 두고 “드라마의 책임자들(감독)과 작품에 흐르는 감수성을 따로 놓고 볼 수는 없다”고 덧붙이는 한편, “자연과 등장인물의 내면세계를 시적으로 바라보는 동시에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으로 파고 들어가지 않도록 한다며 절제된 강렬함으로 인물들의 감정을 파고드는 작품”이라며 극찬했다. 기사는 “<파친코>는 조상의 문화가 예속되고, 멸시받고, 흩어질 때 한 가족의 정체성이 해부되는 과정을 보여준다”고 표현했다.
스페인에서 일제 강점기 시절 한국인의 이야기가 언급되는 것 자체로도 드라마는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을 해냈다. 애플 TV 플러스가 직접 투자 및 제작, 배급을 맡은 올해의 야심작이 재일 동포들의 삶을 이야기하는 것은 오랫동안 쉼 없이 달려온 한류의 여정에 큰 상과도 같다. 비극적인 삶 위에서 정체성을 찾아가는 한국인들을 바라보는 스페인의 시선은 따듯하다. 이전에 없던 반응임이 분명하다. 얼마 전 스페인에서 출판된 위안부 소녀의 이야기를 다룬 도서 <풀>에 이어 <파친코>까지, 이제 전 세계는 한국의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다. 이미 귀 기울여 듣고 있을지 모른다. 한국의 스토리텔링이 더 많은 매체를 통해 소개되길 바라본다.
※ 참고자료
《La Vanguardia》 (22. 3. 29.) <'Pachinko', la nueva serie de Apple TV+ sobre identidad y supervivencia>,
https://www.lavanguardia.com/series/20220329/8160462/pachinko-nueva-serie-apple-tv-promete-pmv.html
《La Vanguardia》 (22. 4. 4.) <Cada episodio de la serie 'Pachinko' es un regalo>,
https://www.lavanguardia.com/series/20220404/8175087/pachinko-mejores-series-apple-tv.html
《La Vanguardia》 (22. 4. 4.) <‘Pachinko’: la nueva serie favorita de la crítica llega (otra vez) de Corea>,
https://elpais.com/television/2022-04-07/pachinko-la-nueva-serie-favorita-de-la-critica-llega-otra-vez-de-corea.html
성명 : 정누리[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스페인/마드리드 통신원]
약력 : 현)마드리드 꼼쁠루텐세 대학원 박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