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구분
교육
출처
스터디코리안
작성일
2022.04.19

"체코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사는지 몰랐어요. 저는 체코 현지 학교에 다녀서 한국 친구가 많이 없어 늘 서운한 마음이 들었어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오늘은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 프라하한글학교 황지원


"체코 사람이 나와서 장기자랑으로 '독도는 우리 땅'을 부르고 '아리랑'을 연주하는데 깜짝 놀랐어요. 아주 오랜만에 듣는 한국 노래였어요. 저도 잘 알고 있는 노래인데 새롭게 들렸어요. 여기 모인 모든 한국 사람이 함께 노래를 불렀을 때 아주 감동적이었어요. 저도 '독도는 우리 땅' 가사 다 외울 거에요."

– 프라하한글학교 김다솔


 '2022 신년의 봄밤' 행사


2022년 3월 5일 토요일 오후 5시 프라하 디플로맛 호텔에서 제11대 체코한인회가 주최하고 주체코 대한민국대사관이 후원하는 '2022 신년의 봄밤' 행사가 개최되었다. 체코 한인회는 작년 11월 말부터 준비하던 2021 송년의 밤 행사가 오미크론의 확산으로 연기되면서 이번 '신년의 봄밤' 행사로 대체하여 진행하게 되었다. 한인회는 이번 행사가 교민들이 모여 친목을 다지는 데 그치는 행사가 아닌 장기간의 팬데믹으로 인해 많이 지쳐있을 체코 교민들이 서로 격려를 나눌 수 있는 장을 만드는 것에 행사 취지를 두었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하여 다시 한번 행사의 취소를 고려하였으나 한인회가 처음 이 행사를 기획했던 취지를 이어 그대로 행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결정하였다. 다만 우크라이나의 안타까운 상황에 조금이라도 실질적 보탬이 되고자 이번 행사에서 모금되는 한인회비는 전액 우크라이나 난민을 돕는 것에 사용하게 된다. 그 외에도 행사 중 코로나바이러스 전파를 예방하기 위하여 코로나바이러스 자가 진단 키트를 준비하여 행사 전 모든 참석자가 테스트를 마친 후 행사장에 입장할 수 있게 하였다. 여러 어려움 속에 개최된 행사였으나 우려와 달리 약 250여 명의 교민이 참여하면서 성황리에 행사를 개최할 수 있었다. 2019년 '송년의 밤' 행사를 마지막으로 한자리에 모이기 어려웠던 교민들은 약 2년 만에 모여 서로 안부를 묻고 위로를 나누며 남을 돕는 따뜻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어른들뿐만 아니라 어린이와 학생들도 오랜만에 한국 친구를 만나 이야기꽃을 피웠다. 어른보다 아이들이 더 신나는 행사였다.


 '2022 신년의 봄밤' 행사


프라하 한글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도 부모님의 손을 잡고 행사에 참여하였다. 각각 유치부와 초등부에 재학 중인 윤주찬, 윤주안 형제는 장기자랑 대회에 첫 번째로 나가 그동안 갈고 닦은 춤 실력을 보여주어 장기자랑 대회의 힘찬 시작을 열었다. 자신의 한국 예명 아철수로 대회에 참가한 한 체코인은 '독도는 우리 땅'을 정확한 발음으로 5절까지 완곡하여 많은 박수를 받았고 한국인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했다.

긴 시간 이후 모인 자리였기에 조심스럽고 서먹할 수 있었던 행사가 이들로 인하여 활기를 띠었다. 무대 바로 앞에서 아철수 씨를 응원하며 독도는 우리 땅을 열창했던 프라하 한글학교 4학년 황지원 학생은 행사에 참여한 많은 교민을 보며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감격했다. 행사에 참여하지 못한 교민들까지 합치면 수많은 한국 사람들이 체코에서 나와 함께 한다는 생각에 가슴이 뭉클해졌다고 행사 참여 소감을 밝혔다.


 '2022 신년의 봄밤' 행사


한글학교 교사로서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을 심어주는 것은 한글 교육 이상의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전 세계 0.2% 인구로 세계 최강 인재 풀을 형성하고 있는 유대인은 매년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유대인 아이들이 모이는 '유대인 캠프'를 개최한다고 한다. 한자리에 모인 아이들은 아주 어린 나이부터 유대의 역사와 전통, 히브리어 등을 배운다. 한민족 공동체라는 울타리 안에서 서로 정보와 기회를 주고받으며 강력한 네트워크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공고히 해온 공동체 정신과 강력한 정체성은 그들의 성공을 뒷받침해 주는 뿌리가 되고, 그들의 강한 소속감은 유대인 네트워크의 기초가 된다. 재외 동포 자녀들의 유일한 한국 교육기관으로서 한글학교가 우리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것은 한국인의 정체성과 뿌리 의식일 것이다. 저마다의 이유로 원하든 원하지 않든 해외에서 이방인으로 또 사회의 일부로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은 살아가면서 수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인이라는 정체성과 소속감은 거친 풍파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을 우리 아이들의 깊은 뿌리가 되어줄 것이라 생각한다.

프라하 한글학교는 학생들의 정체성 함양을 위해 크고 작은 행사를 개최해왔다. 많은 교민이 참여하는 한글학교 운동회와 학예회가 그 일부이다. 하지만 오랜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으로 지난 1년간 모든 행사를 취소하고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하였다. 한글 교육뿐만 아니라 교민 가족과 자녀들에게 한국인으로서의 소속감을 부여하고 정체성을 길러주고자 하는 한글학교의 역할이 어려워진 1년이었다. 이번 한인회 행사를 시작으로 프라하 한글학교에서도 다시 백일장, 사생대회, 운동회 등 여러 가지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행사에 참여한 학생들의 밝고 활기찬 모습을 보며 교민사회가 재외동포 아이들에게 주는 소속감과 영향력에 대해 깊게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하루빨리 팬데믹의 그늘에서 벗어나 다시금 아이들이 교실에서 채울 수 없는 정신적 유대감을 충족할 수 있기를 바란다.


최조은
[체코/프라하] 최조은

재외동포재단 해외통신원 7기
현) 프라하 한글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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