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우리의 열정은 계속된다! 사물놀이반
구분
교육
출처
스터디코리안
작성일
2022.04.20

지난 4월 16일 토요일 한글학교 사물놀이 선생님의 제안으로 사물놀이 수업에 함께 참여하였습니다. 저는 이전에 사물놀이 선생님의 특강 시간에 몇 차례 장구를 배운 적이 있고, 워낙 어릴 적부터 사물놀이와 전통악기 소리에 관심이 많아서 설레는 마음으로 수업에 참여하였습니다. 포트워스 한국학교 사물놀이반은 고학년 위주로 구성된 반으로, 정규수업 후 모여 1시간 동안 진행되는 특별 수업입니다. 이번 사물놀이 특강에 갔을 때 아이들은 모두 6명이었는데 3년에서 5년 정도 전통악기, 특히 장구를 배워온 아이들 4명과 새로 막 시작한 2명의 미국인 학생이 있었습니다.


수업현장

수업현장


이번 수업은 특별히 저와 사물놀이 선생님의 의논으로 수업이 평소와 다르게 진행이 됐습니다. 시작은 다 함께 같은 악보의 가락대로 몸을 풀고 그다음은 두 명씩 짝을 이뤄 집중 연습했습니다. 일주일 만에 잡아본 장구인데 아이들은 시작 몸풀기부터 아주 유연하게 연주했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미국에 와서 라이브로 장구 연주를 들을 기회가 좀처럼 없으니, 마치 아이들의 몸풀기가 공연처럼 느껴지기까지 했습니다.

몸풀기 연주가 끝난 6명의 친구는 저의 제안으로 잘하는 친구 두 명이 각각 미국인 친구와 함께 집중 과외를 하기로 했습니다. 미국인 두 친구가 상당히 힘들어 보였기 때문입니다. 우선, 한국을 사랑해 무작정 한국학교에 찾아온 이 두 친구는 앉은 자세부터 너무 힘들어 보였고, 장단을 이해하는 것도 무척 버거워 보였습니다. 저는 아이의 다리 교정을 도왔습니다. 일명 아빠 다리가 되지 않는 이 미국인 남자 학생의 다리를 조심스럽게 누르기도 하고, 장구의 방향을 바꿔 보기도 하였습니다. 그동안 함께 수업을 받아온 고참 친구의 도움을 받으며 장단을 다시 찬찬히 익혀봅니다. 단지 한식과 가수들이 좋아 한국어를 배우러 온 두 친구가 한국의 전통악기를 저리도 열심히 배우는 모습에 감동했고 비록 저는 보조 선생님처럼 수업에 참여했지만, 저도 그들이 좋은 소리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도왔습니다.

집중 과외가 끝나고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새로운 도전을 주기 위해 준비한 장구춤 영상을 함께 봤습니다. 생각보다 아이들이 환호와 박수를 치며 장구춤을 대하는 반응이 좋아 저도 뿌듯한 마음이었는데, 사실 사물놀이반 학생들은 그동안 지역 한인 행사에 초대받아 마지막 무대를 장식할 만큼 실력이 좋은 친구들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코로나로 인해 행사는 물론, 한글학교 발표회 공연조차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영상이 끝난 후 아이들에게 공연하고 싶은지 물으니 수줍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사물놀이반 학생들과 한혜진 선생님]


[사물놀이반 학생들과 한혜진 선생님]

[사물놀이반 학생들과 한혜진 선생님]


수줍음 많은 아이들이지만 악기 앞에 앉으면 눈빛이 달라지는 진지함을 봤기에 '혼자 연주하기'를 시도해보았습니다. 한 명씩 스무 마디 정도의 장단을 연주하고, 연주를 들은 친구들이 잘한 부분을 칭찬해주기로 했습니다. 처음엔 서로 먼저 하라고 아우성이었지만 일단 시작되니, 긴장하며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고, 매의 눈으로 예리하게 지켜보다가 친구의 연주가 끝나면 구체적인 칭찬을 해주는 모습이 참 많은 격려와 도전이 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사랑아, 소리가 아주 날카롭고 웅장했어!", "엠마는 눈빛이 정말 멋있었어", "시은이는 중간에 박자를 놓쳤는데도 끝까지 이어가는 모습이 좋았어"라고 말하며 평가를 해주는 성숙한 모습도 아주 보기 좋았습니다.

사물놀이반 아이들은 미국에서 태어나 자라는 십 대 청소년입니다. 장구 치는 모습이 즐거워 보이길래 집에 장구가 있냐고 평소에 연습하는지 물었더니 평일엔 할 일이 많아서 장구 연습할 시간이 없다고 합니다. 제 질문이 좀 웃겼나 봅니다. 아이들이 대답하면서 웃네요. 바쁜 십 대 청소년들이 일주일에 한 번 이 자리에 모여 전통악기 연습을 하는 것만 해도 얼마나 기특한 일인지요. 이들이 매주 한글학교에 와서 전통악기를 접하며 서로 합주하며 소통하고, 한국을 연주하는 것. 그것만으로 가슴 벅찬 시간이었습니다. 2년 전, 포트워스한국학교 사물놀이반 선생님이 갑자기 한국으로 떠나시면서 사물놀이반이 없어지면 어떻게 하나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또 한 분의 전문가 선생님이 아이들을 이어 맡아 주시면서 저도 덩달아 기뻤었던 기억이 납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어질 사물놀이반 학생들의 열정을 응원합니다. 기회가 되면 저도 장구를 조금 더 배워서 이 친구들과 함께 공연을 해보고 싶네요!




백하영
[미국/텍사스] 백하영

재외동포재단 해외통신원 2, 3, 7기
경력) 아리랑TV, KBS 1TV 예능 및 휴먼다큐 구성작가,
국내기업 및 국가기관 언론홍보담당,
미국 텍사스지역방송 진행 및 기사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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