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인터뷰] 한국인 큐레이터와 미국인 작가가 함께 만든 색다른 전시회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2.04.22

브루어리 아티스트 로프트(Brewery Artist Loft) 단지 내에 위치한 앤드랩갤러리(Andlab Gallery)에서는 4월 중순 ‘브루어리 아트워크(Brewery Artwalk)’ 행사 기간 동안, ‘알려진 것과 알려지지 않은 것(Known and Unknown)’이라는 하나의 주제 아래 미국인 작가 3명의 작품을 함께 모은 특별한 전시회가 열렸다. 올해로 벌써 개관 23년째를 맞는 앤드랩 갤러리는 그동안 로컬과 전 세계로부터 영향력있는 컨템퍼러리 작가들을 발굴해 소개해왔다. 앤드랩 갤러리의 대표이자 칼스테이트 롱비치 대학에서 그래픽 디자인과 브랜딩을 강의하고 있는 박선욱 교수로부터 이번 전시에 대해 들어봤다.


<이번 전시회의 큐레이터인 박선욱 교수><이번 전시회의 큐레이터인 박선욱 교수>


<전시회를 찾은 방문객들>

<전시회를 찾은 방문객들>


<전시회의 한 벽면>

<전시회의 한 벽면>


이번 전시를 마련하게 된 계기는요?

팬데믹 기간인 지난 2년 동안 저희 앤드랩 갤러리도 휴관했었답니다. 이제 코로나 공포가 서서히 줄어들고 있는 분위기인지라 저희도 긴 휴관을 끝내고 다시금 전시를 시작한 것입니다.

 

이번 전시회의 주제를 ‘알려진 것과 알려지지 않은 것’이라고 정하셨을 때, 어떤 것들을 전달하고 싶으셨는지요? 혹시 교수님 자신의 작품이나 강연, 글 속에서도 그런 고민들을 하시는지요?

주제가 ‘알려진 것과 알려지지 않은 것’이고 부제는 ‘우리 일상을 둘러싼 인물들의 초상( Portrait of figures that surrounds our lives)’인데요, 부제에 제가 전달하고 싶었던 것의 답이 있습니다. 저는 이 전시를 통해서 우리 주변의 다른 존재들과 연결하고 상호작용하려는 우리 내면 가장 깊은 곳의 필요와 욕망을 표현해보고 싶었습니다. 더불어 우리는 서로에게 상호 의존적인 존재임을 배우고 이러한 상호의존의 과정은 우리의 삶을 이어줄 뿐만 아니라 지탱해준다는 것도 전하고 싶었어요. 특히 팬데믹 기간 동안 많은 사람들이 사회적 ‘관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잖아요. 그래서 특히 ‘관계’라는 주제의 작품들을 찾아 모았습니다.

 

이번 전시의 주제를 어떻게 구체화 시키셨는지요?

어떤 의미에서든 ‘관계’ 라는 주제로 그림을 그리는 작가들을 찾았어요. 처음으로 찾은 작가는 심리학자이자 치료 상담의사인 케일리 오드와이어(Caley O’Dwyer)입니다. 레슬리 브라운(Leslie Brown)은 사진작가이자 화가이고, 알리시아 로저(Alyssa Roger)는 도예가이면서 화가이죠. 이 3명의 아티스트들은 모두 ‘관계’라는 주제로 그룹전을 할 수 있는 작가들이어서 이번에 한 주제 아래 불러 모았습니다.

 

한 주제로 3명의 아티스트들을 불러모으는 작업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은데요.

앤드랩은 올해로 개관 23년째를 맞습니다. 그동안 제가 큐레이트 한 전시만 해도 68회입니다. 그만큼 풍부한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테마로든 전시를 기획한다는 것이 어렵지 않습니다. 오히려 제게는 큰 행복이라고 느껴집니다.

 

이제껏 큐레이터로 참여하신 전시를 보면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여러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함께 전시하는 방식이 많았던 것 같아요. 개인전과 비교해 이런 전시회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전시는 작품을 골라 기획하는 큐레이터가 내러티브를 쓰지만 오프닝에서 작가와 관객들이 함께 만들어 가는 작업입니다. 저는 전시회의 큐레이트를 할 때 오프닝 상황을 상상하며 음악가가 작곡을 하듯, 안무가가 춤의 동작을 디자인 하듯 합니다. 따라서 작가 한사람 한사람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어울림과 상관관계가 더욱 중요하죠. 그렇게 서로 어울리는 작가들과 작품이 만들어내는 시너지는 놀랍습니다. 이런 점이야말로 여러 아티스트가 함께 하는 전시회의 강점이죠.

 

교수님 자신도 브루어리 아티스트 로프트에서 살면서 작업을 하는 레지덴셜 아티스트이신데, 이런 로프트 공간이 예술가의 창의성을 더욱 키워준다고 생각하시는지요? 공간 자체의 독특함이 예술가의 창작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예술가들이 모여 산다는 커뮤니티 세팅이 예술가 각각에게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세요?

아티스트 커뮤니티는 사실 예전에 뉴욕 맨하탄의 소호가 그랬듯이 필요에 의해 생겨납니다. 값이 싸고 넓은 공간을 찾아 예술가들은 계속 움직여요. 그렇게 군집한 곳에서는 새로운 창작의 에너지가 집단으로 생기고 사람들이 모이고, 그러면 옷가게, 음식점들이 들어서고 그러면 또 저렴했던 렌트비가 오르게 되는 날이 오게 되죠. 그러면 아티스트들은 또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해야 해요. 물론 예술가들이 모여 사는 커뮤니티는 아티스트들의 창조성에 날개를 달아주죠. 그리고 천장이 높고 넓은 로프트 공간은 일반 주택과는 다른 관점을 아티스트에게 허용해준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계획 중인 전시는 어떤 것인가요?

팬데믹이 종료되면 앤드랩은 2020년에 기획했던 한국과 일본 중국 등 아시안 작가들의 판화전을 다시 해볼 생각이에요. 판화는 아시안 작가들이 기술이나 내용 면에서 우수하거든요. 장르라기 보단 기술이므로 다양한 작품을 접할 수 있어요.


<아티스트 케일리 오드와이어>

<아티스트 케일리 오드와이어>


<케일리의 회화 작품, 기쁨>

<케일리의 회화 작품, 기쁨>


<케일리의 회화 작품, 네덜란드 삼촌>

<케일리의 회화 작품, 네덜란드 삼촌>


케일리 오드와이어와의 인터뷰

제 작업실이 바로 앤드랩 옆방인데, 제 작품들을 보고서 이번 전시에 초대해주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전시회에 와서 3인의 아티스트 작품이 한 사람 것이냐는 반응을 보이더군요. 그만큼 한 주제의 작품들, 무언가 공통점이 있는 작품들을 모았다는 의미이겠죠. 제가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 싶었고 또 계속 고민하는 주제는 좋은 의도, 삶의 기쁨, 재미, 장난기, 유머, 심각하지 않음, 정신적으로 밝은 분위기입니다. 저는 밝고 화사한 색채를 좋아해요. 그래서 제 작품 중 몇몇은 피카소와 마티스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곤 합니다.

 

제 작품에는 인간, 그리고 인간의 경험과 인간 심리에 대한 관심이 녹아 있다고 생각해요. 이 세상이 너무 긴장돼 있고,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기에 저는 캔버스에 고요한 휴식, 평정과 같은 것들을 표현하려 합니다. 그런 그림을 그리다는 작업 자체가 제게는 테라피입니다. 제 그림이 팔려나가 누군가의 집에 걸려 있을 때 그 주인에게 고요함과 평화를 줄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자 합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전 작품이 판매됐습니다. 저는 심리 치료가이기도 해요. 그래서 상담 일과 작품 활동을 병행하느라 큰 작품은 2년 정도 걸려 완성했습니다. 한국인 큐레이터와는 처음 일했는데요. 박선욱 씨의 진지한 비전과 조직력에 감탄했습니다. 앞으로도 그와 함께 작업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아티스트 레슬리 브라운>

<아티스트 레슬리 브라운>


<따듯한 색조의 레슬리 작품들>

<따듯한 색조의 레슬리 작품들>


<레슬리의 작품, 가디언 1>

<레슬리의 작품, 가디언 1>


<레슬리의 작품, 가디언 2>

<레슬리의 작품, 가디언 2>


레슬리 브라운과의 인터뷰

UCLA 아트 프로그램에 다녔을 때의 친구 소개로 박선욱 씨를 만났어요. 이번 전시회에 가져온 작품들과는 약간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저는 감추어진 무의식, 내면세계, 보여지는 페르소나와 내면의 그림자, 내면의 연결됨과 같은 주제에 관심이 있고 그런 주제들을 작품을 통해 표현하려 합니다. 한국인 큐레이터와는 처음 전시인데 그의 사려 깊음에 감동했습니다. 저의 바이오며 작품 소개도 너무 사려 깊게 준비해준 것에 감사를 느낍니다.


<아티스트 알리시아 로저><아티스트 알리시아 로저>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여행하며 소재를 얻어 그린 알리시아의 작품>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여행하며 소재를 얻어 그린 알리시아의 작품>


<알리시아의 도예 작품>

<알리시아의 도예 작품>


알리시아 로저와의 인터뷰

친구 아티스트를 통해 박선욱 씨를 알게 되어 이번 전시회에 참여하게 되었어요. 회화 2점, 도예작품 2점. 그리고 5점의 드로잉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그는 정말 환상적이고 완벽한 큐레이터예요. 제 작품의 주요 주제는 정신 건강과 젠더입니다. 사자와 여인을 소재로 한 제 그림은 제가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여행하면서 야생 동물에 둘러싸여 있을 때의 불안감을 표현해보려 했던 작품입니다. 어둠 속에서 본래 없는 에고가 있고, 그 에고가 위협받고 있다는 두려움이 고통을 가져오는데 동물들 역시 그런 것 같아요. 그러한 꿈의 세계, 상징, 무의식, 그림자 등의 주제를 표현해보려 했습니다. 저는 LA 지역으로 이사 와서 처음 살았던 곳이 코리아타운인데요. 제가 LA에서 가장 좋아하는 지역이랍니다. 너무 맛있는 한국 음식점들이 즐비하고 진정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스파도 있거든요. 언젠가 꼭 한국을 방문할 거예요.


※ 사진 출처: 통신원 촬영


박지윤성명 : 박지윤[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미국(LA)/LA 통신원]
약력 : 현) 마음챙김 명상 지도자. 요가 지도자 '4시엔 스텔라입니다.' 진행자 전) 미주 한국일보 및 중앙일보 객원기자 역임 연세대학교 문헌정보학과 졸업 UCLA MARC(Mindful Awareness Research Center)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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