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인터뷰] 스위스 취리히 한인 2세 신해섭 감독을 만나다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2.04.13

통신원은 지난 1우연히 미디어를 통해 취리히에서 활동하는 한인 2세 영화감독의 존재를 접했다사실 스위스는 영화 시장 규모가 작은 터라 영화에 종사하는 분들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건 아니어서 꼭 만나고 싶다는 마음에 연락을 취했고흔쾌히 인터뷰를 응한 감독을 직접 만나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감독은 스위스에서 나고 자란 한인 2세이지만 유창하게 한국어를 구사했다.


<단편영화 '요리', '안나동무', '잊혀진 익숙함' 연출 감독으로 스위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인 2세 신해섭 감독 - 출처 : 신해섭 감독>

<단편영화 '요리', '안나동무', '잊혀진 익숙함' 연출 감독으로 스위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인 2세 신해섭 감독 - 출처 : 신해섭 감독>


신해섭 감독님, 자기소개 간단히 부탁드립니다.

저는 1991년생한국 나이로는 32세입니다스위스에서 태어나서 자랐고 취리히 종합 예술 대학에서 5년간 영화 공부를 마쳤습니다현재 연출 감독 외에도 편집 어시스턴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영화 공부를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어릴 때부터 예술 방면에 관심이 많았고 소질도 있었습니다아주 어릴 때 카메라를 선물 받았는데 매일 가지고 노는 것이 일상이었습니다취리히에 있는 한글학교를 오래 다녔는데졸업 후에도 행사마다 촬영은 제가 도맡아서 많이 했습니다또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해서 어릴 때부터 많이 보았는데 그 영향이 영화를 공부해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어졌습니다.

 

감독님 홈페이지에서 소개글을 보면 꽤 일찍 영화를 만드신 것 같은데, 작품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취리히 예술 대학교 영화과 입학시험에 제출했던 다큐멘터리 <적응(Integration, 2014)>을 비롯해 대학 입학 전에 제작했던 <세월(2014)><취리히한글학교 30주년 다큐멘터리(2015)>, 대학 입학 후 학교 과제로 친구들과 함께 제작한 <내해(Binnenmeer, 2015)> 등의 작품이 있습니다아마도 2017년 작품 <요리(Yori)>부터 본격적으로 제 작품이라고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네요. 10분짜리 단편영화인 이 작품은 블랙코미디 장르로 볼 수 있습니다당시 교수님께서 내주신 작품 주제가 언어그리고 말하기(Sprache, sprechen)’였는데 주제를 듣는 순간이민자들이 흔히 겪을 수 있는 언어 소통의 어려움그에 따르는 오해를 재미있는 에피소드르로 엮으면 좋을 것 같았습니다취리히 한 한인 식당을 배경으로 독일어를 전혀 못하는 요리사 분과 스위스 고객 간의 소통의 어려움을 코믹하게 구성해 보았는데 운이 좋게도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이 영화는 54회 졸로투른영화제(Solothurner Filmtage 2018)와 추크영화제(Zuger Filmtage, 2018)에 초청되면서 스위스에서 여러 번 상영할 수 있었습니다.

 

2019년에 졸업 작품으로 제작한 18분 분량의 <안나동무(Anna Dongmu)>는 제가 어릴 때 북한 축구 선수의 통역을 맡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스위스에 사는 아이가 북한 사람을 만나면 어떤 심정일까 생각하면서 제작해 보았습니다이 작품은 2021년 평창국제평화영화제와 디아스포라 영화제에 선보이기도 했으며 더블린국제영화제와 북아일랜드포일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하기도 했습니다세 번째 작품 영화 <잊혀진 익숙함(Unfamiliar, familiar)>은 코로나가 한창인 2021년 한국에서 촬영했고 이번 4월 부산국제단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대되어 선보일 예정입니다.

 

영화 <잊혀진 익숙함>이 이번 4월 말에 열리는 부산국제단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대되었는데, 영화 소개 부탁드립니다.

학교 졸업 후, 2020년 스위스추크영화제 트리트먼트 공모전에서 수상하면서 영화 제작비의 일부를 지원받을 수 있었고 한국에서 단편영화를 촬영하기로 했습니다. 2021년 코로나가 한창이었지만 우여곡절로 한국에 갈 수 있었고 오랜 지인인 추경엽 촬영 감독님의 도움으로 만들 수 있었습니다촬영 감독님 덕분에 훌륭한 배우스텝들을 섭외할 수 있었습니다. 30분가량의 단편영화로 제작비 마련 시 스위스에서 크라우드 펀딩을 시도했는데 많은 한인 동포분들이 함께 참여해 주셨고 한국에서도 가족과 지인분들의 후원을 받을 수 있어서 성공적으로 끝마칠 수 있었습니다영화는 이민자들이 흔히 겪는 이야기를 소재로 담고 있어서 스위스 한인분들의 많은 공감을 받았습니다촬영 분위기도 좋았고, 4일 동안 저를 포함해서 배우분들 및 스텝분들 모두 만족하면서 작업할 수 있었습니다이번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선보이는데 관객들의 평가를 기대해 봅니다.

 

좋아하시는 한국 영화감독이나 배우, 혹은 작품들이 있다면?

사실 너무 많아서 손에 꼽기가 어렵지만 박찬욱 감독님을 가장 좋아한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요즘에는 한국에 너무 훌륭한 독립 영화들이 많이 있어서 늘 찾아보고 합니다특히 김보라윤가은 감독님 등 여성 감독님들의 작품들을 잘 보고 있습니다.

 

스위스 영화시장에 대해 간략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스위스 영화감독들은 대중성보다는 예술성에 신경을 더 씁니다작품들은 주로 영화제를 통해서 만날 수 있고 상업적인 이유로 인해 대부분 극장 상영 기간은 길지도 않습니다사실 스위스에는 알려지지 않은 좋은 영화들도 많고 재능 있는 젊은 감독들도 많습니다스위스 영화 투자 시스템은 (투자사들이 큰 역할을 하고 있는한국과는 달리 현재까지 정부칸톤(지방), 그리고 공영 방송국 세 군데에서만 지원하는 방식이어서 규모가 많이 작은데이번 5월 새로운 영화법인 렉스 넷플릭스(Lex Netflix)」가 국민 투표를 통해 통과될 경우 스위스 영화 산업에 새로운 방향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거라 봅니다그동안 기다리고 있던 많은 젊은 감독들이 예술성 있는 자유로운 영화들을 제작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추어질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스위스 관객들의 취향은 어떻다고 느끼세요?

스위스 메인 관객들은 아마도 50대 이상으로 보시면 될 듯합니다주로 고전적이고 예술 영화에 관심이 많은데 이는 스위스 감독들 성향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현실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드라마 장르가 많은 사랑을 받는다고 생각합니다한국 영화로는 홍상수 감독 스타일의 영화가 그에 속한다고 볼 수 있겠고 스위스 영화로 대중적이며 상업성있는 영화로는 누구나 다 알고 있는 <하이디>를 꼽을 수 있겠네요.

 

한국영화에 대해 어떤 변화를 느끼시나요?

제가 중고등학교 시기였던 2010년까지만 해도 한국 영화나 음악은 마니아층 중심으로만 알려져 있었고 2010년 이후 유튜브와 넷플릭스가 퍼짐과 함께 2012년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조명을 받으면서 스위스에 한국 문화가 알려지게 되었고 본격적으로는 몇 년 전부터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오징어 게임>이나 <킹덤같은 넷플릭스 제작 시리즈 그리고 방탄소년단이 전 세계적으로 명성을 날리면서 스위스에서도 한류가 일고 있습니다사실 지금은 한국의 위상이 많이 고조되었고 선입견 역시 많이 배제되면서 한국이란 나라에 대해 호기심그리고 친근함을 많이 갖게되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해보고 싶으신 장르나 계획을 소개해주세요.

영화감독으로서 저는 제 정체성을 살리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저에게는 한국과 스위스 두 문화가 공존하고 스위스에서 살고 있습니다제 영화를 통해 많은 이민자들의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습니다이민자들에게는 위로와 공감을 주고 싶고 한국분들에게는 이민자들의 삶과 심정을 소개할 수도 있고 또 스위스의 경우 25% 정도가 외국인으로 구성된 만큼 여러 민족이 다양한 언어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습니다이들 역시 제 영화를 통해 많은 위로를 받았으면 합니다아직까지는 여러 이유로 단편영화를 작업하고 있지만 최종 목표는 장편 영화를 연출하는 것입니다현재 장편 영화 데뷔 목표로 기획하고 있는 영화는 여러 에피소드로 나누어진 옴니버스 영화입니다.


<차례대로 단편영화 ‘요리’, '안나동무', '잊혀진 익숙함'의 장면 - 출처 : 신해섭 감독>

<차례대로 단편영화 ‘요리’, '안나동무', '잊혀진 익숙함'의 장면 - 출처 : 신해섭 감독>

<차례대로 단편영화 ‘요리’, '안나동무', '잊혀진 익숙함'의 장면 - 출처 : 신해섭 감독><차례대로 단편영화 ‘요리’, '안나동무', '잊혀진 익숙함'의 장면 - 출처 : 신해섭 감독>

<차례대로 단편영화 ‘요리’, '안나동무', '잊혀진 익숙함'의 장면 - 출처 : 신해섭 감독>



박소영

성명 : 박소영[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스위스/프리부르 통신원]
약력 : 현) EBS 스위스 글로벌 리포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