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문화정책/이슈] 말레이시아의 청명(淸明)은 어떤 날일까?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2.04.14

올해 4월 5일은 설날과 추석, 단오와 함께 중국의 대표 명절인 청명(淸明)이다. 청명이란 24절기(節氣) 중 춘분(春分)과 곡우(穀雨) 사이에 위치한 절기다. 태양의 황경이 15도에 위치하는 때이며, 하늘이 맑아지는 날을 뜻한다. 옛말에 ‘청명에는 부지깽이를 꽂아도 싹이 난다’는 속담이 있듯 계절적으로 나무를 심기에 좋은 시기다. 우리나라에서는 잊혀져가는 날이지만, 중화권에서는 청명이 중요한 명절로 알려져 있다. 청명이 휴일인 중국은 이 기간에 조상의 묘를 찾아 벌초와 성묘를 한다. 그래서 청명은 영어로 ‘성묘날(Tomb-Sweeping Day)’로 알려져 있다. 중국계 말레이시아인들도 청명이 되면 조상의 묘를 찾아 참배하기 위해 추모공원을 향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2년간 청명절 벌초와 성묘가 금지됐다가 올해부터 인원 제한 등 방역 수칙이 완화되면서, 추모공원에는 많은 방문객들이 몰렸다.


<청명에 조상의 묘를 찾아 장례용품을 태우는 말레이시아인들 – 출처 : 통신원 촬영>

<청명에 조상의 묘를 찾아 장례용품을 태우는 말레이시아인들 – 출처 : 통신원 촬영>


청명에 묘지를 찾은 방문객들은 망자를 위해 제사를 지내고 종이돈인 명폐(冥币) 등 장례용품을 태운다중국계 말레이시아인들은 종이로 만든 가짜 돈을 비롯해 종이로 만든 가방집 등의 물품을 태우는 경우가 많은데이는 고인이 저승에서 쓸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그래서 청명절이 다가오면 슈퍼카를 본떠 만든 종이람보르기니페라리를 판매하는 가게들을 볼 수 있다. 400만원대인 실물과 비슷한 크기의 종이 람보르기니부터 저렴한 모형까지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다또한 자동차만이 아니라 루이비통버버리와 같은 고가품이나 옷신발최신 휴대폰 모형 등도 찾아볼 수 있다.


<청명을 맞아 장례용품 상점에서 종이로 만든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 출처: 통신원 촬영>

<청명을 맞아 장례용품 상점에서 종이로 만든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 출처: 통신원 촬영>

<청명을 맞아 장례용품 상점에서 종이로 만든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 출처: 통신원 촬영>


<슈퍼카와 고가품 또는 고인이 생전에 좋아했던 장례용품을 찾아볼 수 있다 - 출처: 통신원 촬영>

<슈퍼카와 고가품 또는 고인이 생전에 좋아했던 장례용품을 찾아볼 수 있다 - 출처: 통신원 촬영>

<슈퍼카와 고가품 또는 고인이 생전에 좋아했던 장례용품을 찾아볼 수 있다 - 출처: 통신원 촬영>


하지만 이 밖에도 망자가 생전에 좋아하던 오래된 라디오 모형이나 종이로 만든 음식다과상 등 고인의 취향이나 식성을 반영한 제품도 있다그렇기에 말레이시아에서는 중국계가 즐겨 먹는 스팀보트나 두리안, KFC 햄버거 세트맥도날드 치킨 세트 등이 팔리곤 한다또한 고인이 생전에 좋아했던 용품을 태우는 것이다 보니 장례용품 중에는 한국산도 있다예를 들어 삼성 스마트폰노트북 등 각종 전자기기와 라네즈와 같은 화장품 모형 등을 볼 수 있다.



<청명에 태우는 장례용품 중에는 한국산 전자기기와 화장품도 있다 - 출처: '더스타'(위), '포스코드'(아래)>


청명 장례용품을 유심히 보면 시대의 흐름을 알 수 있기도 하다. 전자기기는 모두 최신 제품들로 바뀌고, 최근에는 코로나19 방역 용품까지 팔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2년 넘게 이어오면서 청명에는 망자가 저승에서 쓸 수 있는 마스크와 소독약, 고글, 방역 장갑 등을 갖춘 방역물품이나 위생용품을 찾아볼 수 있게 됐다. 2016년에는 배우 송중기가 주연한 《KBS2》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중국에서 큰 사랑을 받자 중국 청명에 배우 송중기가 극중 맡았던 유시진 대위의 사진이 들어간 종이돈이 팔리기도 했다.


<코로나19 방역물품이 장례용품으로 등장했다 - 출처: '글로브'>

<코로나19 방역물품이 장례용품으로 등장했다 - 출처: '글로브'>


<2016년 ‘태양의 후예’가 중국에서 인기를 끌자 중국에서는 드라마에서 송중기가 맡은 역할인 유시진이 그려진 종이돈이 팔렸다 - 출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이처럼 시대의 흐름과 함께 청명 문화도 새롭게 변하고 있다. 또한 청명 장례용품도 이전에 없었던 용품이 늘어나며 다양해진 수요를 충족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변한 청명 문화를 보면서 먼 훗날의 모습은 어떠할까 생각해본다. 훗날 한류를 소비했던 세대가 고령자가 된다면 지금의 KFC 세트 대신 김치찌개가, 오래된 라디오 대신 케이팝 종이 앨범이 나타날 수도 있지 않을까 재미있는 상상을 잠시 해본다.


※ 참고자료
《Globe》 (21. 4. 1.) <[Photos] Malaysia’s weird and wonderful Tomb Sweeping Day paper items>,
https://southeastasiaglobe.com/malaysia-tomb-sweeping-day/




홍성아

  • 성명 : 홍성아[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말레이시아/쿠알라룸푸르 통신원]
  • 약력 : 현) Universiti Sains Malaysia 박사과정(Strategic Human Resource Manage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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