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벨기에 전쟁박물관에서 생각하는 우크라이나 전쟁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2.04.18

프랑스 국경에서 멀지 않은 벨기에 북서쪽에 위치하며 약 3만 오천명이 거주하는 도시 이퍼(Ieper)에는 매년 여러 각국의 광관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이 작은 도시에 영국프랑스네덜란드독일인은 물론 캐나다인까지 방문하는 이유가 무엇일까1차 세계대전 당시 이퍼에서는 1914년부터 1918년까지 약 50만명의 군인들이 사망한 대규모 전투가 열렸다영국프랑스 연합군은 서쪽 프랑스 항구를 차지하려고 이퍼를 침략한 독일군에 대항해 싸웠으며 독일은 끝내 이 도시를 점령하는데 실패했다. 4년 동안 지속된 치열했던 전투였던 만큼 이 도시 곳곳에서는 전쟁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폭탄 폭발로 생겨난 연못들땅을 파서 만든 참호들군인들의 무덤으로 가득한 묘지들산책길에서 볼 수 있는 전쟁 관련 유물들과 표지판들 등 조용하고 아름다운 이 도시는 여전히 사람들에게 전쟁의 참혹함을 생생하게 상기시킨다.

 

<이퍼 전쟁박물관 모습>

<이퍼 전쟁박물관 모습>


부활절 방학 기간이라서 인지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이퍼 전쟁박물관(In Flanders Fields Museum)을 찾은 사람들이 많았다노인 부부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자녀들과 함께 온 가족들이었다박물관은 어린이부터 전문적 정보를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세가지 종류의 오디오 가이드 서비스를 제공한다전쟁 박물관 자체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파괴되었던 역사적인 건물로 박물관에 전시된 사진들을 통해 전쟁 이전의 모습전쟁 당시 불에 타는 모습 그리고 전쟁 후 복귀된 모습을 볼 수 있다이와 마찬가지로 전쟁 박물관의 커다란 카테고리도 전쟁 이전전쟁 당시 그리고 전쟁 이후로 나뉜다박물관은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전쟁에 참여했던 군인들의 유물들과 사진들은 물론 여러 디지털 영상 등 다양한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전쟁 역사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영상을 통해 이퍼 지역에서 진행된 전쟁 유물 발굴 작업과 전쟁에 참여했던 군인들의 후손들이 전하는 메시지를 보면서 현재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전쟁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참혹했던 전쟁의 모습들을 보면서 무엇을 위해 그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야만 했는지 고민이 들었다그러한 역사적인 비극이 다시 현실이 되어 유럽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이다벨기에 사람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어떠한 생각을 하고 있을까대부분의 현지 지인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우크라이나를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러시아를 비난하는 입장이지만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의 직접적인 전쟁 참여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퍼 근처에서 B&B를 운영하는 도미니크(Dominique, 67)씨는 이퍼는 제1차 세계대전으로 유명한 도시로 몇 년 전에는 캐나다에서 온 작가가 한달간 머물면서 전투에 참여한 캐나다인들에 대한 소설을 썼던 일이 있었다또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전쟁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각국의 수많은 사람들이 이퍼를 찾았다면서 벨기에인들이 이 땅에서 더 이상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하다전쟁 역사를 지닌 사람들로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전쟁의 교훈을 기억하며 세계 대전이 일어나지 않는 방식으로 우크라이나를 돕기를 원하다고 말했다.


<'이퍼는 우크라이나를 돕는다'라고 적힌 도시 캠페인 영상>

<'이퍼는 우크라이나를 돕는다'라고 적힌 도시 캠페인 영상>


이퍼 전쟁박물관 건물 앞 커다란 디지털 화면을 통해 이퍼는 우크라이나를 돕는다(Ieper helpt Oekraïne)’라고 적힌 도시 캠페인을 볼 수 있다박물관에는 피난을 떠났던 이퍼 주민들이 전쟁 후 폐허가 된 도시로 다시 돌아와 그나마 주변에 있던 나무판들로 지었던 집이 전시되어 있다집 하나 제대로 지을 수 없었던 참으로 열악했던 전쟁 후 상황을 잘 대변하고 있는 전시품이라고 생각한다코소보에서 태어나 현재 벨기에에서 살고 있는 아제민(Azemene, 37씨는 내가 코소보 전쟁을 피해 부모님과 벨기에에 왔을 때는 13살 때였고내 동생들은 10, 8살이었다우리는 어릴 적 사진이 다 불에 타서 한 장도 남아있지 않다면서 그래서 나는 자녀들의 사진은 물론 아기 때 옷들까지 버리지 못하고 상자에 다 담아두고 있다고 우크라이나 전쟁 대화 중 본인이 직접 겪었던 전쟁에 대한 아픈 기억을 공유했다.


<전쟁 후 폐허가 된 도시로 돌아온 사람들이 지은 집>

<전쟁 후 폐허가 된 도시로 돌아온 사람들이 지은 집>


유럽에 코로나가 끝나고 평범한 일상이 돌아왔다고 좋아했던 시간도 잠시 이제 전쟁이라는 어두움이 다시 다가오는 듯하다슈퍼마켓 식용유 코너에는 한사람 당 하나씩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그나마 살 수 있는 것은 매우 비싼 식용유나 질이 너무 떨어지는 값싼 것뿐이다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기름이 비싸질 것이라는 예상으로 사람들이 식용유를밀가루 부족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는 예상에 밀가루 사재기가 시작된 것이다우크라이나 전쟁이 세계 전쟁으로 이어지지 않기를유럽에 다시 평화가 찾아오기를 기대해 본다.

 

※ 사진 출처: 통신원 촬영


고소영

성명 : 고소영[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벨기에/겐트 통신원]
약력 : 겐트대학원 African Languages and Cultures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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