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인터뷰] 한국문학 번역의 대가, 브루스 풀턴 교수 인터뷰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2.04.05

북미 현지에서 자생적으로 일어나는 한국적 콘텐츠에 대한 관심은 <김씨네 편의점>, <미나리>, <파친코> 등 한국적 이야기를 담은 콘텐츠들의 성공과 함께 더욱 커지고 있다. 모국을 떠나 낯선 땅에 정착하기 위해 애쓴 이민 1세 이야기는 그들의 자녀들을 통해 재해석되어 영미권의 문화 콘텐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류라는 말을 들어 본적도 없던 90년대 이전의 이민 2세들은 생존을 위해 분주한 부모님들을 보며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배워 왔다. 빠른 적응을 위해 집에서도 영어를 써야 했고, 한국 역사와 전통 대신 미국 문화를 익히며 자랐다.


지금은 시간이 흘러 케이팝, 한국 드라마, 한식은 북미 문화 트렌드 중 하나가 되었고, 따라서 이들은 최근에야 어린 시절 배우지 못한 모국의 유산(Heritage)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이들이 한국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영어로 번역된 자료와 서적이 있어야 하는데, 마치 이러한 날을 예상이라도 한 듯 캐나다 브리티시콜럼비아대학(UBC)의 브루스 풀턴(Bruce Fulton) 교수는 40여 년 전부터 영어 번역 작업을 해 왔다. 통신원은 아내 주찬 풀턴 씨 함께 200여 편이 넘는 한국문학품을 번역하고, 대학 강단에서 한국문학 전문가와 전문 번역가를 길러 내고 있는 브루스 풀턴교수와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비대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브루스 풀턴 교수 - 출처 : 통신원 촬영>

<비대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브루스 풀턴 교수 - 출처 : 통신원 촬영>


UBC는 캐나다내에서 한국문학 전공자들을 길러내는 산실이 되고 있습니다가르치고 계신 한국 문학 수업에 대해서 알려주세요.

1999년에 한국문학을 가르치기 위해 UBC에 왔을 때 한국고전문학개론, 한국현대문학개론 두 과목이 있었습니다. 그동안 제가 강좌를 5과목 개설하였는데, 주로 한국문학과 한국어 과목입니다. 먼저, 영어로 번역된 한국 장편소설을 매주 한 권씩 읽고 토론하는 한국현대장편소설 수업과 한국의 여성작가들의 문학작품을 살펴보는 한국여성문학이 있습니다. 원래는 두 과목 모두 400레벨의 세미나 코스였는데, 한국여성문학은 연구집중코스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한국여성문학 수업 마지막 프로젝트는 다양한 형태로 과제를 제출할 수 있는데, 주로 학생들은 문학을 번역하거나 창의적인 글쓰기를 합니다. 학생 중 한 명이 오정희단편소설에 영감을 받아 뮤지컬을 만들었고, 다른 학생은 그 뮤지컬에 시각 아트를 협력하여 연결시킨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세번째 과목은 한국이산문학(Korean Diaspora Literature)인데, 이 수업에서는 한국계 미국 작가들 문학, 재일교포 문학, 러시아에 거주하는 고려인 문학, 1946년 독일에서 발표된, 이미륵작가의 <압록강은 흐른다>, 그리고 한국계 캐나다인들의 문학을 주로 다루게 됩니다. 최근에 한국계 캐나다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기 시작했는데, 미쉘 킴(Michelle Kim)의 작품 <Running Through Spring>을 함께 살핍니다. 또 네번째 과목은 한류과목으로 방문교수나 포스트-닥터(박사 연수생)를 초대해 다양한 주제의 한류에 대해서 가르칠 수 있는 <Topics in Korean Popular Culture(Hallyu)>입니다. 제가 가르칠 때에는 원더걸스이후의 제 2의 한류에 집중해서 관해서 가르쳤습니다. 다시 가르친다면 한국 만화에 관해, 특히 윤태호 작가의 작품에 대해서 다루고 싶습니다.


<김 숨 작가의 '한 명'의 영어 번역서, 'One Left' - 출처 : 워싱턴 대학 출판부>

<김 숨 작가의 '한 명'의 영어 번역서, 'One Left' - 출처 : 워싱턴 대학 출판부>


마지막으로 지금 개설하려고 준비하고 있는 과목은 한국의 역사적인 기억, 특히 트라우마라고 할 수 있는 과거 한국에서의 사건들에 대한 소설 번역과 관련된 것입니다. 저의 아내인 주찬과 함께 번역한 김숨작가의 <한 명(One Left)>은 한국작가로서 위안부를 주제로 쓴 최초의 장편소설입니다. 저희의 번역은, 미국 시애틀에 있는 워싱턴 대학(University of Washington, 2020) 출판부에서 나왔습니다. 김학순 할머니를 비롯한 위안부 할머니들의 증언을 300개가 넘는 미주로 달아 소설이 완성된 것을 보고 역사적으로 중요한 책이라 생각해서 번역했습니다.


특히 위안부를 자발적으로 계약한 매춘부라고 말한 하버드의 램지어(John Mark Ramseyer) 교수가 이 작품을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다른 인터뷰에 말하였습니다. 김숨작가의 작업은 위안부로 끌려간 약 20만 명 소녀들의 목소리와 삶을 현재형으로 들려주고 있습니다. 300개가 넘는 미주에서 우리는 김복동할머니를 비롯한 실제 증언한 할머니들의 이름을 볼 수 있고,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김숨작가의 작품을 통해, 이들의 이야기가 묻혀지고 숨겨져야 할 것이 아니라함께 듣고 함께 고민해야 할 실제 이야기임을 알게 됩니다. 이야기는 옛 아픔을 기억나게 함으로, 현재의 사람들이 과거 한국의 역사적 유산과 대화를 하게 함으로 그들에게 새로운 생명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위안부이야기, 제주 4.3 사건과 같은 학살 이야기 등 실제 한국 사회에 존재했지만, 직면하지 못하는 역사적 아픔과 트라우마에 관한 수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불편하고 어둡고, 어려운 이야기이지만 우리는 이를 드러냄으로서 치료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 중에 있고, 또 많은 피난민들이 생겼습니다. 이러한 시대와 상황 속에서 현대의 작가, 번역가, 교수 등이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일해야 합니다.


교수님께서 가르치고 계신 분야가 언어학에서 부터, 여성, 역사, 디아스포라 등까지 무척 다양합니다. 캐나다 내 다른 대학에서의 한국문학 수업도 비슷한 것인지 궁금합니다.
일단, 캐나다 내 다른 대학에서의 문학 전공을 하신 분은 토론토대학(University of Toronto)의 자넷 풀(Janet Poole) 교수님, 요크대학(York University)의 테레사 현(Theresa Hyun) 교수님, 지금은 토론토 대학에 계시지만 예전에 맥길대(McGill University)에 계셨던 미셀 조(Michelle Cho) 교수님 정도입니다. 사실, 캐나다 내에서 순수하게 한국문학을 전공한 사람을 교수자리로 뽑는 대학 자체가 많지 않고, 최근에는 한국 문화 연구 등과 관련한 전공자를 찾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한 한국 문학 전공자들도, 여러 역사 중에서 유독 식민지 시대에 주력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할 때, 한국학은 딱 하나의 장르, 분야만을 다룰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국문학의 최고 개척자라고 할 수 있는 마샬 필(Marshall Pihl) 교수님이 저의 멘토이셔서, 제가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그 분 연구는 한국 문학의 전통 전반적 영역, 즉 구비문학, 향가부터 현대 문학까지 였습니다, 저 역시 교수님을 본받아 현대문학 전문가이지만, 한국 고전문학과 구비문학 등을 일찍부터 공부하였습니다. 고전문학을 공부할수록 한국 문학 전통의 핵심이자 정신이 바로 한국 시라고 생각이 들어서, 시, 향가, 시조, 가사, 고려가요 등이 더욱 마음에 들고 관심이 많습니다.

세계는 케이팝, 한국 드라마와 공연 등을 보면서 새롭게 인식하고 있지만, 제가 보기에는 이 한류는 항상 한국 문학의 중요한 전통과 연결됩니다. 뉴밀리네엄의 케이팝 가사와 1000여 년 전 고려시대 가요는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근대기행가사연구>라는 책을 통해 청록파 조지훈 씨의 고모가 되는 조애영의 가사에 흥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80세가 넘은 나이인 1990년에 출판한 조애영의 30개의 가사에는 일제시대 광주운동에 관한 내용으로 부터 4.19에 이르는 내용까지 역사적 기억에 관한 것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이렇게 한국 문학 전통이 고전에서부터 현대까지 그리고 지금의 케이팝에까지 연결되어 있는 부분에 관한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학교에서 가르치고 있는 한국학의 여러 과목은 장르와 시대적 구분을 넘어서서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한국문학을 설명하시면서 시조와 향가에서 케이팝까지 연결점이 있다고 하셨는데, 혹시 그 장르와 시기를 넘나들며 관통하는 공통점이 무엇인지 알려주실 수 있으신지요?
세 가지 정도로 말씀드릴 수 있는데, ‘정’, ‘흥’, ‘한’ 세 단어가 생각이 납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음악 아티스트는 조용필과 방실이지만, 원더걸스나 소녀시대의 노래를 들어도 동일한 ‘흥(Exciting)’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정’ 또한 개인적으로 일찍부터 익숙하게 경험해 왔고 문학을 통해서도 발견 할 수 있습니다. 특히 ‘한’이란 단어는 개인적으로 역사적인 트라우마 문학을 연구하면서 더욱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오래 전부터 한국문학과 문화 속에 녹아 있는 ‘한’이 어떻게 표현되었는지, 이를 어떻게 치유할 수 있는지. 애통한 사건을 어떻게 처리해왔는 지에 대한 것 자체도 다시 생각해 봐야 할 일이기도 합니다.

또한 타문학 특히 미국문학과 비교했을 때는 한국 소설에서는 심리나 상황에 대한 묘사가 치밀하고, 넌지시 아님 우회적인 경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한국문학과 미국 혹은 캐나다 문학과의 비교는 비교문학 전문가들의 영역이긴 하지만, 제 생각에는 미국 문학이 좀 더 직설적이고 노골적이라 느낍니다. 예를 들어 전쟁관련 소설만 보아도 한국 문학 작품은 대부분 전후 소설입니다. 황순원 의 100여 편의 작품 중에서도 몇 작품에서만 전쟁에 대한 장면이 나옵니다.

채만식의 <레디메이드 인생(A Ready-Made Life)>을 함께 번역한 서울대 총장이셨던 김종운 선생님께 이에 대해 여쭤본 적이 있습니다. 미국 문학에서는 수백권의 전쟁에 관한 소설이 있는데, 한국문학은 왜 그렇지 않습니까라고 했더니, 선생님께서는 “너무 비통해서 그렇습니다”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문학 용어 중에는 '서브텍스트(Subtext)'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즉, 말 자체로 발화되지 않는 늬앙스 같은 것이지요. 하지만 작가가 그것을 단어로써 표현하진 않지만 느낌은 텍스트 속에 남아있게 됩니다. 개념적으로 말하자면 한국 문학은 좀 더 ‘함축적’(Implicit)이고, 미국 문학은 좀 더 외연적(Explicit)인 경향이 있습니다. 이러한 차이는 사실, 번역가에게 아주 어려운 일인데, 함축적으로 표현된 한국 문학작품을 그 경험이 적고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는 외국 독자들에게 명백하게 드러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한국문학의 특징들이 현재 한국 영화나 드라마의 스토리 즉 <기생충>, <미나리>, <파친코>등에서도 나타난다고 볼 수 있을까요?

작가나 영화감독들이 북미의 독자와 관중들이 한국의 정서를 쉽게 공감하고 수용할 수 있도록 잘 표현하고 있다고 보입니다한국인들이 가진 함축적인 감정들에 대한 묘사나 ’, ‘과 같은 미세한 감정들을 북미인들 혹은 세계인들에게 잘 다가 가도록 했다고 생각합니다특히 수용성(Reception)의 측면에서 생각하면한국문화가 가진 공감(Empathy) 능력은 단순한 동정(sympathy)과 다른데공감은 타인이 자신이 경험한 것을 다시 떠올리고그때의 느낌과 마음을 새롭게 경험하도록 하는 힘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박완서 작가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 역시독자들이 작가의 작품을 통해 옆집 아줌마가 직접 들려주는 이야기처럼 느끼게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그녀의 이야기가 독자의 개인 경험을 떠올리게 하였다는 것이지요그런 측면에서 보면현재의 한국 문화콘텐츠를 만드는 소설가작가만화가영화감독들이 그 작품을 통해독자나 청중의 공감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나리>가 좋은 예인데다른 문화다른 언어다른 땅에서 일어나는 이야기 이지만인생에서 중요한 것을 작품을 통해 나타낼 때그것이 전 세계인들도 동일하게 느끼는 것이지요저는 도리어 한국문화와 문학을 세계가 제대로 인지하는 데 이렇게 오래 걸렸는지가 궁금할 정도입니다제가 생각하기에는 한국은 좋은 모델이 되고 있습니다한국이 만들어 내는 본질적이고 인간적인 문화 생산을 통해 타 문화권과의 연결이 이루어졌고다른 문화와 전통을 가진 다른나라 사람들로 하여금 고민하고 생각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교수님께서 최근 번역하시고 관심을 가지시는 주제를 보면, 다소 어렵고 어두운 주제, 이야기가 많은데특별한 기준이 있으신지요?

역사적인 고통과 트라우마와 같은 주제는 사실미국이나 캐나다 백인들에서는 찾기 어려운 주제입니다또한 북미 원주민이나 흑인들의 고통과 어려움월남전쟁과 세계 1, 2차 전쟁에 관한 트라우마는 여러 문학 작품 속에서 잘 풀어 냈고잘 정립이 되어 있다고 할수 있습니다하지만 한국의 트라우마와 고통에 대한 경험특히 영어 번역의 경우에는 북미에서 아직 찾아보기 어렵습니다이러한 작품들이 신경숙작가의 <엄마를 부탁해(Please Look After Mom)>처럼 북미에서 베스트셀러가 될 수는 없겠지만반드시 함께 읽혀야 된다고 생각합니다상업적 성공을 넘어서서 한국 문학에서 중요한 책중요한 주제들이 영어로 번역되어 북미권 독자들에게 전달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희는 계속 해서 번역하고 있습니다고문 가해자와 피해자를 다룬 임철우작가의 <붉은 방(The Red Room)>, 6.25때 온 가족이 살해 당하는 것을 지켜본 어린 주인공의 트라우마를 다룬 <바람의 넋(Spirit on the Wind)> 과 같은 작품을 번역했습니다또한 청소년 심리를 사실적인 방법으로 묘사하고 있는 김사과 작가의 <미나(Mina)>또 실제 고문기술자인 이근안을 모델로 삼은 천운영의 <생강(The Catcher in the Loft)>, 위안부 증언을 바탕으로 쓴 김숨 작가의 <한 명(One Left)>과 같은 책을 위에서 말한 이유 때문에 계속 번역하고 있습니다.


제가 번역한 작품들을 아는 저희 가족, 학생들 그리고 지인들도 한국 소설이 무척 어렵고 어둡고 힘들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번역가로서 저는 이것은 한국의 현실이니까 어쩔 수 없어라는 태도가 아니라, 한국 사회의 어둡고 힘들고 어려운 그 이유를 번역을 통해 설명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현대 소설의 어두움의 원인 중 하나가 깊은 트라우마 때문인데, 이 트라우마는 여전히 감춰져 있고, 보상이나 사과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치유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알고, 그 사실을 인정하면서 부터인데, 그것이 여전히 어려운 상황입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2016년에 서울대 규장각 펠로우십으로 방문했을 때, 한번은 함양근처의 1951년 주민들을 공비로 몰아 1800명 이상 학살된 피해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만든, 산청-함양 추모공원에 방문했을 때의 일입니다. 


공원의 추모비에는 어린아이들과 여자들의 이름을 비롯해 당시 학살당한 민간인들의 이름이 있었는데대부분 강 씨 성을 가진 문중들이었습니다그 추모비석을 피해 비껴가지 않고 마주 볼 때우리는 당시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그 당시의 어떤 공포와 만행이었는지를 본능적으로 느낄 수가 있습니다세월호 사건이 있었을 때도추모글을 남기고 시청에 추모 공간을 만들기도 했습니다다시는 이러한 비극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찾고노력하기 위해 드러내고무슨 일이 있었는지 함께 공감하기 위해서였습니다공지영의 <도가니: Togani(University of Hawaii 출판부 2022 출간 예정)>역시 불편한 이야기이지만 더 나은 미래를 위해다시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역사적인 기억을 끄집어 내고 마주해야 하는 것입니다우울하고 불편하고 힘든 이야기를 아리랑 고개를 넘듯이 반드시 넘어가야 하고번역가로서 계속 번역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래동안 한국문학을 번역해 오시면서 어려운 일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이 부분은 또 다른 인터뷰가 될 만큼 이야기 할것이 많은데, 짧게 이야기 하면, 급격한 산업화로 인해 윤리적 도덕적 문제를 간과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예전엔 작가와 번역가 이 두 개인이면 되었는데, 이제는 시스템화가 되면서, 한국출판사, 미국출판사, 용권 관련자, 판권 관련자, 한국번역원 등 여러 관계자들이 생겼는데, 그러나 이들의 역할과 권리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고, 이것을 체계화하는 것에 관심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채식주의자>를 번역하는 과정에서도 이미 훌륭하게 번역된 자넷 홍의 번역이 누락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부분은 문제가 있습니다.


주찬 풀턴:미국과 영미권 내에서 한국문학의 위치와 출판사정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관계자들이 많아서 한국으로 직접 찾아가서 만나 설득하면서 겨우 출판한 경우도 있습니다. 김숨 작가의 <한 명>의 경우에는 영어권의 32번째 출판사에서 출판 계약을 받았을 정도입니다. 사실, 한국 문학을 영어로 출판하는 것이 너무 어려워 번역 자체를 그만 두고 싶었을 때도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번역을 계속 하고 있습니다.


<9월에 출간 예정인 영국 펭귄 출판사의 '한국단편문학선'- 출처 : 영국 펭귄 출판사>

<9월에 출간 예정인 영국 펭귄 출판사의 '한국단편문학선'- 출처 : 영국 펭귄 출판사>


<오랜 시간 인터뷰에 응한 브루스 풀턴 교수와 아내 주찬 풀턴 - 출처 : 통신원 촬영>


브루스 풀튼 교수와의 인터뷰는 마치 대학자의 강의를 듣는 것과 같았다. 질문 하나에 30분 이상씩 구체적이고 상세한 예를 곁들여 설명하면서도 맥락을 놓치지 않는 그의 대답을 들으면서, 한국문학과 번역에 대한 해박한 지식 뿐 아니라 그가 한국 사회, 한국 사람, 그리고 한국 문학에 가진 깊은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24권의 번역서와 15권의 포켓 번역서, 그리고 200여 편의 문예지에 번역 출판한 한국 문학작품들을 이야기 할 때마다, 브루스 풀튼 교수는 좋은 부인, 주찬 풀턴과 함께 하였음을 늘 언급하였다. 인터뷰 끝에 사모님과 인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올해 9월 영어로 500페이지 넘는 한국단편문학선의 출판 소식을 들려 주었다. 풀튼 교수가 큐레이트한 이번 한국단편문학선은 영국펭귄출판사(Penguin UK)에서 'The Penguin Book of Korean Short Stories'라는 제목으로 나오게 되는데영국 펭귄출판사에서 처음 출판되는 한국문학작품서이다.


풀튼 교수는 한류가 성장하며 영미권에서 주목받는 현상 뒤에, 한국 문학에 대한 소개는 여전히 아기와 같은, 걸음마 단계라고 강조했다또 40년을 넘게 번역과 출판을 하고 있지만 늘 개척가처럼 힘들고 어려운 작업이라고 말했다한류라는 화려함 뒤에 숨겨진 영문 출판물을 만드는 문화 생산자들의 노고를 보는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다한국문학의 영문 출판물은 북미 이민2, 3세 혹은 현지인들이 한국의 문화 유산의 정수를 알 수 있는 중요한 통로가 된다이제 막 시작하여 세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문학 한류라 불리는 흐름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영문 출판물을 만드는 과정에 대한 시스템을 다시 한번 정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


고한나

성명 : 고한나[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캐나다/토론토 통신원]
약력 : 현) Travel-lite Magazine Senior Editor 전) 캐나다한국학교 연합회 학술분과위원장 온타리오 한국학교 협회 학술분과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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